무대 위 BTS가 입은 정장, 블랙핑크가 입은 드레스가 한복이라고? 이제 한복은 더 이상 전통의 복제가 아니다. 당장 입고 나가도 손색없는 기성복부터 특별한 날 누구보다 돋보이게 만들어줄 맞춤옷까지! 참 멋스러운 요즘 우리 옷을 소개한다.
뮌 by 한현민
여름 한복 옷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시스루 셔츠, 당초무늬의 재킷과 바지는 모두 뮌 제품.
매화도를 연상케 하는 이너 재킷과 한복의 깃을 재해석한 쇼트 재킷, 풍성한 라인의 스커트는 모두 뮌, 블랙 로퍼는 레이첼 콕스 제품.
기로에 by 박선옥
남자 비단으로 만든 꽃 깃 셔츠와 블랙 당초무늬의 맞깃 재킷, 바지, 블랙 슬립온은 모두 기로에 제품.
여자 도트 무늬의 퍼프 크롭트 저고리와 달항아리처럼 우아하게 퍼지는 메시 스커트는 기로에, 은색 단화는 리우앤비우 제품.
문리 by 이인주
꽃무늬 누비 재킷과 플레어스커트는 문리, 버선코를 닮은 화이트 단화는 리우앤비우 제품.
헤이즐비 by 백혜정
발랄한 색 조합이 매력적인 각족두리 옥춘당은 헤이즐비, 제비 꼬리를 닮은 화이트 칼라 셔츠와 크롭트 재킷은 문리 제품.
리을 by 김리을
한복 원단을 사용해 현대적인 정장으로 풀어낸 재킷과 바지는 리을, 검은색 폴라티는 프레드 페리, 블로퍼는 리우앤비우 제품.
71to96 by 유현화·김예린
검은색 실크 조끼 위에 레이어드한 빨간색 조끼와 한복의 유려한 곡선을 빼닮은 라운드 크롭트 코트, 넉넉한 품으로 실용성을 더한 바지는 모두 71to96.
단하 by 김단하
봉황무늬의 실크 갈래 드레스와 배자, 책가도 플러피 배자, 연분홍 철릭, 블라우스는 모두 단하, 앞코를 봉긋하게 살린 빨간색 단화는 리우앤비우 제품.
(왼쪽부터 김리을, 박선옥, 이인주, 김단하)
김리을 디자이너(리을)
BTS가 입은 한복 정장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리을 디자이너의 리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싶은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리을의 옷을 맞춰 입고, 팬들은 “한복이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고?” 하며 감탄하는 중이다. 리을의 옷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대의 정장과 전통 한복의 원단, 문양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저는 한복 디자이너라고 말하지 않아요. 한복 원단을 가지고 정장을 만들지만, 소재를 연구하다 보니 한복에 관심을 가지는 디자이너가 된 거죠.” 2022년 1월에는 청담동에 리을의 옷을 경험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콘셉트는 ‘청담 경회루’예요. 경회루를 재해석해 실내 공간으로 들이고, 리을의 디자인을 ‘문화 콘텐츠’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박선옥 디자이너(기로에)
한국적 DNA를 품은 크로스오버 패션을 추구하는 박선옥 디자이너는 신한복 역사의 개척자다. “2009년에 현대 한복 전시회를 했는데, 야심 차게 시도한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큰 좌절감을 느꼈어요. 그리고 일을 접고 외국에서 지냈죠. 그런데 2014년 말에 한복진흥센터의 신한복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모던 한복의 중흥기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와신상담의 마음으로 새로이 론칭한 브랜드가 기로에. 녹록지 않은 시간을 거쳐 Jtbc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에 기로에 의상이 등장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진짜 올 줄은 몰랐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대중의 수요와 부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요즘 무척 행복합니다.”
이인주 디자이너(문리)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석사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하며 큰 기대를 모은 이인주 디자이너의 문리Moon Lee는 ‘아트웨어’를 표방한다. 문리는 한복 모티프가 명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들여다보면 한국적 미감이 서려 있는 옷으로, 이는 이인주 디자이너가 자라면서 알게 모르게 집안 환경의 영향을 받아온 때문일 터. 고모가 한복의 패션화와 세계화를 이끈 1세대 한복 디자이너 이리자 선생이요, 어머니도 한복 디자이너였으니 한복 디자인은 그야말로 가업인 셈. “어려서부터 전통적인 것을 많이 보고 자랐어요. 그래서인지 의도하지 않아도 전통 모티프가 디자인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가 꿈꾸는 건 패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주는 것, 그리고 한복에 대한 다양성을 그대로 존중하는 것.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인물이나 작품이 나온다고 믿으니까요.”
김단하 디자이너(단하)
단하의 김단하 디자이너는 전통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블랙핑크가 무대의상으로 입은 화려한 드레스도 바로 단하의 작품! 한국 전통 복식뿐 아니라 공예 작품, 한옥 등 다양한 요소에서 모티프를 얻지만 언제, 어떤상황에 입어도 세련된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 블랙핑크한테 입힌 한복도 논란이 있었어요. 요즘은 대중이 새로운 한복을 반겨주고, 응원해주는 분위기로 바뀌어서 옷 만들 맛이 나요.” 2021년에 단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와 협업해서 MZ 세대에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해왔다. 2022년에는 국내에서 최초로 NFT 패션 컬렉션을 카카오에 론칭할 예정이라니 앞으로 단하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왼쪽부터 백혜정, 한현민, 김예린, 유현화)
백혜정 디자이너(헤이즐비)
헤드웨어에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 모자의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는, 기존에 없던 길을 개척해나가는 디자이너 백혜정. 그는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한 후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다 작업에 정체성을 부여하고자 전통 모자를 공부했다. 또 다양한 관모를 연구하다 그 세계에 푹 빠져 자신의 헤드웨어 브랜드 헤이즐비를 론칭한 것. 이렇게 순수 미술과 공예, 패션 사이에서 여러 갈래의 길을 돌고돌아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찾아온 지난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일까? 2021년 공예트렌드페어에서 헤이즐비 부스는 눈에 띄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헤이즐비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식물원’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식물이라는 주제 안에 여러 가지 색, 형태, 향기가 있듯이 제 작업도 다양한 형상의 조각물로서 바라보는 즐거움을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한현민 디자이너(뮌)
한현민 디자이너가 만든 뮌MÜUN은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영국 등에 진출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유럽의 쟁쟁한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서 뮌을 눈에 띄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국적 요소를 떠올렸다. “다른 문화에서는 할 수 없는 것,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기생충>처럼 한국 로컬의 감성을 무기로 어필하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글을 쓸 때 비유와 역설을 사용하고 플롯을 비틀 듯이, 한국적 요소를 보다 낯설고 새롭게 제시하려고 해요. 그리고 이제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전 세계인이 주목하고, 즐기고 있는 만큼 이 흐름을 기회 삼아 글로벌 비지니스에 더욱 집중할 계획입니다."
유현화ㆍ김예린 디자이너(71to96)
20여 년간 한복을 디자인해온 디자이너 유현화가 딸 김예린과 함께 전통과 현대를 잇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브리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각자의 출생 연도를 따 만든 브랜드 71to96. “어릴 때부터 한복의 색감과 정서가 익숙한 저에게 한복은 친근하고 편안한 일상과도 같아요. 그래서 한복을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날에만 입기보다는 누구나, 어디서든지, 언제든지, 편하게 일상복처럼 즐겨 입으면 좋겠다 생각했죠.”(김예린) “이제 유행이 시작됐다 생각해요. 이 현상이 대중에까지 확산되고 진짜 우리 옷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다양하고 더 많은 디자인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유현화) 우리 전통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항공사 근무복에 71to96 디자인을 적용해 세계인에게 세련된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게 모녀의 꿈이란다.
제품 협조 기로에(02-525-7782), 단하(02-6952-8283), 레이첼 콕스(02-6215-0070), 리우앤비우(010-6503-2016), 리을(010-3418-2310), 문리(02-2238-9610), 뮌(02-6204-5400), 프레드 페리(1544-3568), 헤이즐비(070-8095-5095), 71to96(02-547-4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