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의 유구한 헤리티지를 자랑하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와 사운드 아티스트 지문이 협업한 설치 작품 ‘사운드 스컬프처Sound Sculpture’가 한국에 온다. 6월 16일부터 7월 4일까지 DDP에서 열리는 전시에 지문이 금속 소재를 활용해, 예거 르쿨트르의 아틀리에에서 바라본 호수 표면의 반짝이는 물결을 표현했다. 예거 르쿨트르의 매뉴팩처와 주변에 울려 퍼지는 소리의 세계를 모두 녹여내 소리와 공간, 움직임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초월적인 감각을 선사할 예정이다.
전시 기간 6월 16일~7월 4일
장소 DDP 알림터 알림2관
사진 제공 예거 르쿨트르
예거 르쿨트르와 협업하게 된 소감은?
언제나 시계의 정교한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기에 예거 르쿨트르와 협업은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예거 르쿨트르의 매뉴팩처를 방문해 다양한 생산 단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었다. 시계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을 작은 다이얼에 담아낸다는 건 감탄이 절로 나는 일이다.
예거 르쿨트르의 제품 중 당신의 작품에 영감을 준 것이 있다면?
가장 큰 감명을 준 기술력이 담긴 시계는 예거 르쿨트르의 헤리티지 갤러리에서 본 ‘101 칼리버’다. 엘리자베스 2세가 대관식에서 착용한 시계라고 들었다.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초소형 칼리버로 내부의 기계적인 움직임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하다.
이번 작품에 대해 소개해달라.
가능하다면 아무 해석 없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관객에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만 준다면 각자 알아서 작품과 자신의 연관성을 발견할 것이다. 감상하는 방법을 권유하는 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소리를 듣고 자연스럽게 음악적 파노라마에 빠져보길 바란다. 동시에 예거 르쿨트르의 워치메이커와 그 본고장인 스위스 발레드주의 자연환경을 떠올려보기를.
이번 작품 ‘사운드 스컬프처’를 구현할 때 어떤 기술적인 고민이 있었나?
이 작품에는 소형 DC 모터와 가는 와이어, MDF 패널, 약 2000개의 매우 얇은 금속 디스크를 사용했다. 가장 고민했던 것은 이 수많은 금속 디스크에 동일한 전류를 공급한다고 해서 같은 속도로 회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모든 와이어를 수작업으로 금속 디스크에 부착했기 때문에 조금씩 그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만들어내는 변칙에 주목하기로 했다. 디스크들이 한꺼번에 다른 속도로 회전하며 바닥에 부딪친다면 다시는 똑같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마치 강물처럼! 시각적으로도 물 표면처럼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재의 한계에 주목하지 않고, 그 한계점으로부터 얻게 되는 긍정적인 결과에 주목해 해결했다.
금속 소재를 사용해 자연의 소리를 재현한 것도 매력적이다. 비교적 소리의 높낮이가 거의 없는 기계적인 소리에 매료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단순하고 미니멀한 것에 관심이 많고, 이런 것은 대부분 특별한 가공을 거치지 않은 산업 재료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이걸 ‘정직한 재료’라고 부른다. 디터 람스도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Less but better’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당신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공간, 조형물 그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역시 핵심은 사운드다. 이 분야에서 일한 지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까지 이 ‘소리’라는 우주 속에 막 진입한 것처럼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 그 정도로 ‘사운드’는 내게 흥미로운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