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감성이 유행하면서 재발매되는 LP가 많아졌다. 유행과 무관하게 오랜 시간 LP를 수집해온 이들에게 아끼는 앨범을 추천받았다.
“대학생 때부터 LP를 수집하기 시작해 올해로 13년 정도 모았다. 처음 수집할 당시에는 제대로 된 턴테이블도 없었지만, 앨범 커버 디자인에 매료되어 계속 모으게 되었다. LP의 가장 큰 매력은 듣는 행위 그 자체에 있다. 스크래치의 위험으로부터 바이닐을 보호하며 조심스럽게 꺼내는 순간부터 턴테이블의 카트리지를 디스크에 살포시 올려놓는 행동까지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재생되는 디지털 음원보다 손이 많이 가지만, 음악을 보다 집중해서 듣게 되는 장점이 있다.” _ 그린디자인웍스 공장 디렉터 유광수
Dave Brubeck Quartet
좋은 기운을 얻고 싶은 아침이나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찾게 되는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타임 아웃>. 1959년에 나온 앨범으로 대표곡인 ‘Take Five’를 수록했다. 쿨 재즈 장르로 경쾌한 분위기에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Joni Mitchell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다. 1971년에 발매한 앨범으로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의 목소리와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어둠 속에 있는 가수의 얼굴을 담은 음반 커버도 인상적이다.
Keith Jarrett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이 1975년 쾰른 오페라 홀에서 연 독주회를 녹음한 앨범이다. 악보 없이 1시간 동안 4곡을 연주한 공연으로 재즈·클래식 레이블인 ECM에서 발매했다. 당시 기술로는 깨끗한 음질로 녹음을 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그의 훌륭한 연주 실력이 잘 담겼다.
John Coltrane
1964년에 발표한 재즈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의 <어 러브 슈프림>. 약물에 중독된 그가 종교의 힘으로 안정을 찾으며 낸 앨범으로 그가 만든 최고의 음반이라 할 수 있다. 강렬하고 생동감 있는 음악으로 채워진 앨범은 훌륭한 연주자들의 합주가 돋보인다. 4곡이 수록되었으며, 재즈 연주자들에게도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MP3 시절에도 꾸준히 음반을 구입하고, 여행지에서 좋아하는 LP를 찾아 기념품처럼 모으던 것이 꽤 많은 양이 되었다. LP는 한 면에 보통 3~4곡 정도만 수록하고, 지금 듣는 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넘겨버리기도 어렵다. 그 한정된 속성이 LP의 매력인 것 같다. 이런 특성 덕분에 바이닐로 음악을 들으면 앨범 전체를 듣게 되는데, 아티스트가 앨범을 만들 때 구성한 맥락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다. 1000장 정도의 LP를 모으고 보니 그 자체가 내 취향의 라이브러리가 된다.” _ CJ ENM 컬처럴 콘텐츠 디렉터 한창헌
Macky Feary Band
흔히 하와이 음악이라 하면 우쿨렐레로 연주한 곡을 떠올리는데, 하와이에도 솔soul·펑크 음악이 있다. 1978년에 발매한 마키 페어리 밴드의 는 이를 대표하는 음반이다. 하와이 여행에서 이 앨범을 발견했을 때 200달러 정도의 비싼 가격에 잠시 고민을 했지만, 오랫동안 찾던 음반이라 구입했다.
Babadu
1979년에 발매한 하와이 출신 뮤지션 바바두의 셀프타이틀 앨범 <바바두!>. 오리지널 앨범이 약 200달러에 거래되는 희귀한 앨범으로 마음속에만 담아둔 리스트 중 하나였다. 최근 일 때문에 도쿄를 찾았다가 재발매된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Hiroshi Satoh
시티 팝 열풍이 계속되는 요즘이지만, 사토 히로시佐藤博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의 솔로 앨범으로 수영을 하는 남자 사진이 담긴 커버부터 청량한 여름 분위기를 낸다. 수록곡인 ‘Say Goodbye’는 언제나 이 음반의 마무리곡으로 듣는다.
Paradis
프랑스 디스코 듀오 파라디의 첫 번째 풀렝스 앨범 <렉토 벌소>. EP로만 곡을 발매해 이를 즐겨 들었는데 2016년에 이 음반을 바이닐로 발매했다. 평소 좋아하던 뮤지션이라 여러 장 사두고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프랑스 음악 특유의 ‘칠’한 분위기와 경박스럽지 않은 일렉트로닉 뮤직을 즐길 수 있는 음반이다.
“약 10년 동안 LP를 모아왔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뮤지션과 영화의 굿즈 개념으로 구입하던 것을 5년 전부터는 수집을 목적으로 샀다. 그렇다 해도 턴테이블을 갖게 된 건 2년 전이니, 듣는 재미보다 소장하는 즐거움으로 수집을 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CD보다 시원한 커버 이미지가 어디에 놓아도 아름다운 소품이 된다. 커버뿐만 아니라 내지, 디스크 등에서 독특한 디자인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처럼 음악, 영화 하물며 책까지 데이터화되는 시대에 물리적인 형태를 지닌 LP는 아날로그 감성의 수집가에게 제격이지 않을까? LP는 발매 후 시간이 지날수록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으니,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반을 발견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결재부터 할 것! 턴테이블은 LP를 어느 정도 모은 뒤 구입해도 늦지 않다.” _ 마이페이보릿 시네마스토어 대표 신현이
OST
지난여름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은 단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OST다. LP를 플레이하는 순간 여름을 맞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며, 영화 속 한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얼마 전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레드 컬러의 디스크로 재발매해 더욱 소장 가치 높은 바이닐이다.
OST
코엔 형제 감독의 영화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의 OST는 겨울마다 듣는 앨범이다. 음악을 들을 때면 얇은 옷차림으로 눈 쌓인 뉴욕 거리를 배회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포크 음악 가수의 삶을 그려낸 영화인 만큼 포크송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구하기 어려워진 희귀 바이닐 중 하나.
OST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의 OST 바이닐은 푸른색과 녹색이 함께 감도는 투명한 컬러의 LP로 제작되어 주목받았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음악을 맡아, 다소 기괴할 수도 있는 러브 스토리를 동화처럼 아름답게 그려냈다. 특히, 르네 플레밍이 부른 ‘You’ll never know’는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듣는 순간 주변 풍경까지 달리 보이게 만든다.
OST
지난해 나온 영화 OST 중 최고를 꼽는다면 랜디 뉴먼Randy Newman이 음향감독을 맡은 <메리지 스토리>를 들 수 있다. 보통 OST 바이닐은 영화의 음향 효과를 위해 만든 스코어와 수록곡이 섞여 있는 사운드트랙이 끌리기 마련인데, 오직 스코어로만 이뤄진 앨범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했다. 사운드트랙 LP도 별도로 발매했다.
“20대 중반 일본에서 패션 제작자로 근무했다. 그때 종종 찾던 뮤직 바에서 LP의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은 바이닐을 대현동에서 운영하는 사무실 겸 카페 ‘파티션 WSC’에서 틀고 있다. 매주 플레이리스트를 정해 ‘주간 선곡’이란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 게시하기도 하고, 네이버의 뮤직 채널 바이브에도 매주 리스트를 업로드한다. 종종 다른 사람에게 플레이리스트를 추천받아 공간에서 틀기도 한다. 디지털 음원을 틀 때는 음악을 쉽게 흘려 듣곤 하지만 LP를 들을 때는 듣고 싶은 음반을 고르고 턴테이블에 올려놓는 작업을 통해 음악을 의식하면서 듣게 된다. 현재 카페에서는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Braun의 아틀리에 P1 턴테이블과 JBL 4312 스피커를 사용해 음악을 틀고 있다.” _ 파티션 WSC 대표 김대홍
Ryo Fukui
23세에 피아노를 독학으로 시작한 일본 재즈 피아니스트 후쿠이 료 福居良의 늦은 데뷔 앨범 <시너리>. ‘늦어도 좋은 태도를 가지고 꾸준히 하면 이룰 수 있다’는 걸 이 음반은 말해주는 듯하다. 재즈 클럽에서 라이브 연주를 정기적으로 하던 그의 첫 음반에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다. 앨범 커버의 사진에도 그의 진지한 태도가 느껴진다.
Michael Franks
마음이 답답할 때 즐겨 듣는 음악, 마이클 프랭크스의 <원 베드 해빗>. 감미로운 음성이 매력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마이클 프랭크스의 여섯 번째 앨범으로 그가 작사·작곡한 9곡으로 이뤄졌다. 발매된 지 40년이 흐른 지금 들어도 산뜻한 멜로디 진행에서 세련된 멋이 느껴진다. 에릭 게일Eric Gale, 에디 고메스Eddie Gomez, 데이비드 스피노자 David Spinozza 등 세션 맨의 리스트도 화려하다.
Ella Fitzgerald with Joe Pass
1974년 노먼 그랜츠의 기획으로 재즈 가수 엘라 피츠제럴드와 기타리스트 조 패스가 만나 탄생한 <파인 & 펠로>. 파블로 레이블에서 나온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음반이다. 말 그대로 ‘다이내믹 듀오’인 두 사람은 환상적인 앙상블을 이뤄내며 역사적인 명반을 만들었다. 9곡의 음악을 수록했는데, 어느 한 곡을 베스트로 꼽기 어려울 만큼 모두 훌륭하다.
이병우 <혼자 갖는 茶 시간을 위하여>
사색이 필요할 때, 조용히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을 때, 앨범의 제목처럼 여유로이 차를 마시며 듣는다. 1990년대에 발매한 이병우의 기타 솔로 앨범으로 9곡의 음악이 실렸다. 수수한 기타 소리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손 글씨가 담긴 앨범 커버 디자인도 음악과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