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방역의 필수품인 마스크에 이제 이야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아티스트들에겐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매체이자 사회 공헌을 위한 수단이 되었고, 패션 하우스들 역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마스크를 선보이며 ‘패션 액세서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착용 가능한 예술 작품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 라시드 존슨 , 로나 심프슨, 바버라 크루거 , 제니홀저가 디자인한 마스크.
WEDEL ART COLLECTIVE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마스크를 판매한다면 마스크 착용을 더 장려할 수 있지 않을까?’ 비영리단체 베델 아트 콜렉티브는 바로 이런 생각으로 ‘마스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참여 작가들은 평소에도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하고 정치적인 쟁점을 다루는 작업을 선보여온 작가들로, 개념 미술가 제니 홀저, 사진과 텍스트를 결합한 독특한 예술적 언어를 만들어낸 바버라 크루거, 만화적인 화풍에 메시지를 담아온 레이몬드 페티본 등 6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마스크는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 매치스패션(www. matchesfashion.com)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수익의 50%는 유엔재단(United Nations Foundation)에서 운영하는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연대 대응 기금으로, 나머지 50%는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수입이 현저히 줄어든 아티스트들을 돕는 구호단체인 미국의 아티스트 릴리프Artist Relief와 영국의 커먼 프랙티스Common Practice에 기부된다.
멋에 기능을 더한 패션 하우스의 마스크
Burberry
Mulberry
Mulberry
MULBERRY & BURBERRY 영국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 멀버리는 안티박테리아 코팅을 하고, 100% 유기농 면으로 제작한 페이스 마스크를 선보였다. 통기성이 뛰어난 두 겹의 면 마스크는 곰팡이와 악취를 방지할 뿐 아니라 비불소 발수 가공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의 철학까지 담았다. 한편 럭셔리 패션 브랜드 버버리는 아카이브 베이지와 엷은 청색의 보 빈티지 체크 2가지 디자인의 마스크를 온라인 단독으로 출시했다. 수익금 일부는 버버리 직원과 파트너가 설립한 COVID-19 커뮤니티 재단에 기부하는데, 이 단체는 전 세계 각국의 의료 자선단체에 개인 보호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미술관과 커뮤니티를 위한 구호품
MOCA MASKS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MOCA)은 코로나로 인해 미술관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예술의 힘을 통해 이런 상황을 극복해보고자 하는 노력으로 예술가 9인이 디자인한 마스크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마스크로 인해 예술이 일상에 자리할 수 있고 이로써 우리는 서로를 보호하고 배려할 수 있다.” 뮤지엄 디렉터 클라우스 비센바흐Klaus Biesenbach의 말이다. 대부분 면 100%로 만든 이 마스크는 두 층의 패브릭 사이에 열 수 있는 포켓이 있어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필터 삽입이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윗부분은 머리에 걸 수 있고, 아랫부분은 끈으로 여밀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제작 비용은 MOCA의 이사인 카린 콜Karyn Kohl과 LA 기반의 데님 브랜드 시티즌 오브 휴매니티Citizens of Humanity의 기부를 통해 마련됐으며 시민들의 수작업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미술관의 기획과 지역 커뮤니티의 협조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 할 만하다. MOCA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개당 28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예술을 통해 예술을 지원하다
(위부터) 데이비드 슈리글리, 에디 피크, 린더, 잉카 슈니바레가 마스크를 디자인했다.
THE CONTEMPORARY ART SOCIETY LIMITED MASKS 영국 현대미술협회The Contemporary Art Society는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과 함께 ‘CAS 래피드 레스폰스 펀드Rapid Response Fund’를 만들고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한정판 마스크를 선보였다. 이들이 선정한 아티스트는 모두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작가들이다. 도발적인 포토 몽타주로 잘 알려진 아티스트 린더Linder는 재치 있는 입술 콜라주 비주얼을, 에디 피크Eddie Peake는 여성의 얼굴이 겹쳐진 듯한 몽환적인 그림을, 영국계 나이지리아 예술가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는 그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모티프인 꽃무늬 프린트를 사용한 마스크를 선보였다. 장난스럽고 유머러스한 작업으로 사랑받는 데이비드 슈리글리는 검은 선으로 그린 물결 가운데 ‘emotion(감정)’이라는 글씨를 넣음으로써 단절의 시대에 ‘감정’의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클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1개에 35파운드(약 5만5000원)에 팔린 마스크 판매 수익금과 후원자들의 기부금을 더해 모금된 기금 총 23만4000파운드(약 3억7000 만 원)로 영국 기반의 젊은 예술가 16명의 작품을 16곳의 영국 미술관에 기부하며 프로젝트는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