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뮤지션과 아티스트의 만남을 모았다.
기탁 × 참솜
서정적인 멜로디와 참신한 노랫말로 1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3인조 밴드 ‘참깨와 솜사탕’이 새로운 이름 ‘참솜’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2018년 싱글 프로젝트 앨범 <붕->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한 음악 세계를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앨범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는 데 도움을 준 이가 있다. 바로 일러스트레이터 ‘기탁’이다. “섬세하게 표현한 배경과 독특한 인물 표현, 색감 등이 음악 분위기를 잘 살려주었습니다. 다음 앨범 <꿈결> 프로젝트도 계속 진행하게 되었죠.” 참솜은 기탁의 일러스트가 음악을 잘 표현해, 이후 단독 콘서트에서 앨범 커버 그림을 포스터로 판매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참솜은 음악의 분위기에 맞춰 키미앤일이 같은 다른 작가와도 꾸준히 협 업 중이다. 인스타그램 real_chamsom
(왼쪽 위) 연여인이 연출한 비비의 ‘안녕히’ 뮤직비디오.
(왼쪽 아래) 쟈드의 <WALLFLOWER>과 <TALE> 앨범 커버.
연여인 × 쟈드
‘연여인’은 환상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많은 뮤지션의 러브 콜을 받는 작가다. 싱어송라이터 ‘비비’의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 앨범 커버를 작업한 데 이어, 싱글 앨범 <안녕히>에 뮤직비디오 연출로 참여했다. 연여인은 많은 작업 중에도 뮤지션 ‘쟈드’와 함께한 것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최근 발매한 <TALE>의 앨범 커버를 만들 땐 그의 집에 찾아가 미팅을 했다. “그 사람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역할이기에 우선 인간적으로 이해해야만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작가의 말처럼 앨범 커버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뮤지션의 모습이 담겼다. 인스타그램 yeo1n
바퀴주 × 지바노프
‘힙’하다는 수식어가 따라오는 젊은 아티스트 두 사람이 뭉쳤다. 픽셀 아트를 주로 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와 독특한 음색과 솔직한 노랫말이 인상적인 뮤지션 ‘지바노프’다. 2016년 지바노프의 데뷔 싱글 앨범인 <So Fed Up>부터 지난해 나온 첫 번째 정규 앨범 <GOOD THING.>까지 5개의 앨범 커버를 바퀴주가 그렸다. “꾸준히 작업하다 보니, 연속성 있는 이야기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바퀴주 작가는 지바노프의 음악은 스토리가 탄탄한 편이며 데모 곡을 들은 뒤 인터뷰를 하며 작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음반 메인 커버 외에도 커버 뒤편과 CD에 조금씩 변주된 그림이 담겼는데, 노래와 함께 감상하면 마치 하나의 단편 만화처럼 느껴진다. 인스타그램 bakijoo
황예원 × 오곤
“2년 동안 함께 작업을 하며 얼굴을 본 건 단 두 번이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계속 더 나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힙합, R&B 등 흑인 음악과 관련된 작업을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황예원이 가장 많이 협업한 뮤지션은 의외로 ‘오곤’이다. 그녀가 협업을 하는 다른 가수와 달리 감성적인 팝 음악을 하는 오곤의 싱글 앨범 7장의 아트워크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순간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한 오곤의 노랫말에서 영감을 받아, 사진을 옮긴 듯한 그림을 완성했다. 그중 오곤이 키우는 유기묘에 대한 사랑이 담긴 <고양이 집> 앨범 커버는 황예원이 가장 ‘애정’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xe.xoni
콰야 × 정우물
“순수했던 그 시절엔 어떤 색깔만 봐도 특별했던 그런 나를 보면 참 슬퍼요.” 일상에서 느낀 생각을 노래에 담아 공감을 이끌어내는 인디 가수 정우물의 노래 ‘Blue’는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에 대한 상념을 느낄 수 있는 곡을 한층 돋보이게 한 건 노랫말을 옮긴 듯한 ‘콰야’의 그림이다. “곡에 맞는 새 작업을 하지 않아도 기존에 완성된 작품이 충분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장르는 달라도 방향성과 결이 비슷했죠.” 콰야는 정우물과 첫 작업을 하기 위해 만난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후 3곡의 앨범 아트로 기존 작품을 사용했는데, 두 사람의 작품이 처음부터 서로를 위해 만들어진 듯 절 묘하게 어우러진다. 인스타그램 qwaya_
노상호 × 혁오
“앨범 커버 아트는 혁오의 연대기이면서 작가 노상호의 스토리이기도 하죠.” 밴드 ‘혁오’가 스무 살 때 만든 노래를 담은 데뷔 앨범 <20>부터 <24 :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까지 순차적으로 앨범 커버를 그린 노상호 작가의 말이다. 그와 밴드의 보컬 오혁은 같은 학교를 나온 오랜 친구 사이로 서로의 작업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믿는다. 밴드 혁오가 앨범을 만들 때의 나이를 앨범 타이틀로 사용해 당시 경험한 일과 감정을 고스란히 음악에 담아낸 것처럼 노상호는 앨범 커버 아트 속에 그 시절 자신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담는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작가에게도 ‘연작’ 이 되어, 지금도 계속 그림을 이어 그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nemonannet
박송이 × 수호
분홍색, 하늘색, 연두색 등 파스텔 컬러의 색연필로 인물을 표현하는 박송이 작가가 아이돌 그룹 ‘엑소’의 수호와 만났다. 수호의 첫 솔로 앨범 <자화상>의 앨범 커버에 들어간 그의 초상화 4점을 박송이 작가가 그렸다. 고흐의 영향을 받은 필치와 색감을 사용하는 작가의 그림이 좋아 뮤지션 측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다. “같은 작가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덕분에 첫 미팅 때부터 방향성이 뚜렷하게 잡혔어요.” 작가는 뮤지션이 결과물에 만족해, 직접 원본 작품을 소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데뷔 8년 동안 겪은 경험과 그로 인한 생각을 풀어낸 노래와 섬세한 표정 묘사로 복합적인 감 정을 표현한 초상화가 잘 어우러진다. 인스타그램 libere_nuage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뮤지션과 아티스트의 협업이 유행했다. 신당동의 ‘모자이크 서울’, 연남동의 ‘사운즈 굿 스토어’ 등에서 그 시대에 발매한 LP를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