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이즘, 필코노미, 어시 플레저…, 올해를 이끌 것으로 주목받은 트렌드는 이미 전시장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발견한 2026년 집의 풍경을 11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근본이즘 K-리빙

일광전구와 모스카펫의 협업 전시 〈better matter〉 전경. 일상의 소재가 가구의 재료로 변신했다.
AI가 일으킨 급격한 변화로 불안감을 느끼는 현대인이 진짜, 본질, 원조를 찾아 나서며 탄생한 ‘근본이즘’은 올해의 핵심 트렌드로 꼽힌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이번 페어에서도 근본 있는 K-리빙 브랜드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1978년 문을 연 철제 가구 기업 심플라인에 뿌리를 둔 레어로우(rareraw.com)는 그들의 시그너처이자 기본인 시스템 000에 집중한 전시로 다른 제품이 대체할 수 없는 자신들의 오리지낼리티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러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이제는 가구 회사에서 한국 컨템퍼러리 디자인을 알리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한 위키노(wekino.co.kr)의 부스 역시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 구오듀오와 협업한 비노 컬렉션의 소파, 최근식 작가와 함께 한 살롱 컬렉션을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레어로우는 브랜드의 기본이 되는 시스템000에 집중한 전시를 펼쳤다.

위키노가 새롭게 선보인 비노 소파 컬렉션.
일광전구(ilkwdesign.com) 또한 ‘1962년 설립한 대한민국 마지막 전구 회사’라는 헤리티지에 집중했다. “예전에는 화려한 디스플레이로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브랜드를 진솔하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마치 박물관에서 유물을 전시하는 것처럼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권순만의 설명처럼 일광전구는 ‘Originality‘라는 주제 아래 프로그 펜던트, 스노우맨 8 등 신제품뿐 아니라 스노우맨의 완벽한 내부 설계를 모사품과 비교해 보여주거나 그간 쌓아온 제품의 히스토리를 소개했다. 동시대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컬렉션으로 즐거운 주거 생활을 제안하는 모스카펫(moss-carpet.com)은 길종상가의 OX 테이블과 말을 타듯 재밌게 앉을 수 있는 으응 스툴, 권현아 디자이너의 레이어드 소파를 선보였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일광전구와 모스카펫의 협업 전시 〈better matter〉. 일상의 재료를 재해석한 가구와 조명을 통해 사물이 전혀 다른 존재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다. 서로 다른 분야와 스타일의 브랜드임에도 12점의 결과물은 한 장면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이들 브랜드에서 더욱 주목할 지점은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 레어로우와 일광전구는 올해 3daysofdesign에서 플랫포인트와 협업 전시를, 위키노는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첫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K-리빙의 진정한 부흥은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스카펫 임성빈 대표, 일광전구 김시연 이사
모스카펫과 일광전구의 협업 전시 〈better matter〉로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번 협업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임성빈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국내 리빙 브랜드가 만나 멋진 협업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오랜 기간 페어에 참가하면서 매년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콘텐츠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제품 자체보다는 브랜드가 함께 고민하고 탐구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전시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 한 점을 꼽는다면?
김시연 저희가 소재로 삼은 것은 키즈 카페에서 볼 수 있는 투명한 플레이볼, 공장에서 사용하는 코일 호스와 산업용 파이프, 스테인리스 찜기, 식당의 FRP 트레이 등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자재이지만, 서툴러 보이거나 B급 감성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완성도를 높이고자 권순만 디렉터를 필두로 디자인 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투명 플레이볼로 만든 테이블 조명은 가장 먼저 제작이 확정되기도 했고, 이번 전시의 기준점이 되어준 작업이라 큰 애착을 느낍니다. 임성빈 냉장고 자석, 문고리, PVC 파이프 같은 일상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수영장 사다리와 1인 체어, 펜던트 조명을 결합한 래더 체어가 기억에 남습니다. 사다리의 직선부는 등받이가 되고, 손잡이 부분은 조명을 지지해 가구와 조명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공존하는 시도였습니다.
올해 새롭게 준비 중인 계획을 들려주세요.
임성빈 올해 4~5월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점으로 다양한 분과 협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외시장 진출도 다각도로 모색하며 좀 더 폭넓은 자리에서 모스카펫을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시연 오는 6월 레어로우, 플랫포인트와 함께 ‘한국 일상의 단면’이라는 주제로 3daysofdesign 전시에 참여합니다. 아파트, K-팝 등 한국의 고유한 요소를 담은 공간에서 가구와 조명, 이지은 작가의 그림을 조화롭게 모아 전시할 예정입니다. 해외 전시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서입니다. 꾸준한 도전은 글로벌 조명 브랜드와 견주는 방법론을 구체화하고, 구성원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조명 브랜드가 되고자 노력하는 데 연료가 되어줍니다. 더불어 정확한 시스템과 생산 기반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할 예정입니다.
지속 가능성에서 시작된 ‘어시’한 마감재

흙을 원료로 한 마감재를 집 사이를 거닐 듯 둘러볼 수 있었던 전시 〈시:작재〉.
〈라이프 트렌드 2026〉에서 트렌드 분석가이자 저자 김용섭은 의식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키워드로 ‘어시 플레저’를 제시했다.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이 더 이상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태도가 되어간다는 뜻. 이 흐름의 뿌리에는 원초적 자연으로 돌아가 안정과 평온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희구는 인테리어에도 영향을 미친다. 흙과 땅을 연상시키는 갈색, 식물을 닮은 카키, 올리브 컬러를 선호하고 석재와 테라코타·벽돌·목재 등 자연의 물성을 간직한 소재를 찾는다. 이번 페어에서도 어시한 소재가 꾸준히 등장했다.

서울벽지의 옥수수가는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하는 덕분에 자연 그대로의 은은한 빛을 낸다.

마루와 타일 마루를 전시해 자연의 차분한 물성을 강조한 구정마루.
가장 눈길을 끈 부스는 흙이라는 재료 자체에 집중한 전시 〈시:작재〉. 착착건축사사무소(chakchakchak.com) 김대균 소장이 흙과 자연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브랜드 네 곳과 함께 선보인 전시로, 박공지붕이 드리운 집 다섯 채를 짓고 각 벽면을 서로 다른 흙 소재로 마감해 관람객이 집 사이를 거닐 듯 재료를 경험하도록 했다. 진흙과 우드 펄프 및 한지를 혼합해 만든 란찌아니(lancianiworks.com)의 소재, 흙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스튜디오 머드웍스(@mudworks.art)의 ‘그랜드 캐니언’, 흙과 허브를 원료로 하는 토로(@torolife_official)의 친환경 소재, 점토와 석회 및 광물 칩으로 만든 PH우진(@phwoojin)의 마감재까지 흙에 뿌리를 둔 재료의 고유한 색감과 질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서울벽지(02-763-5100)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프리미엄 곡물 벽지 옥수수가를 전시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PVC와 가소제, 인공 코팅 대신 옥수수 전분과 물로 만든 원료를 사용한 벽지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질감과 은은한 톤으로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낸다. 구정마루(031 -766-0700) 또한 타일의 미감을 구현한 마루와 원목 마루로 자연의 물성을 살리는 무드를 강조했다. 정사각 타일 마루 마뷸러스 젠은 줄눈 부위에 합판 컬러가 드러나지 않는 톤업 에지 기술을 적용해 대리석 타일에 더욱 가까운 외관을 구현했다.
이제는 1.5가구

50년 만에 다시 출시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은 헤이의 아만타 소파.
1인 가구의 꾸준한 증가와 함께 새롭게 부상하는 1.5가구는 1의 자율성을 기본으로 하되 0.5의 연결을 포기하지 않는 가구를 의미한다. 혼자 거주하되 필요한 부분만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함께 살지만 생활 하는 공간은 침대와 소파까지 철저히 분리하는 식이다. 그때그때 영역성이 달라지는 만큼 가구도 단순히 작아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하는 구조가 중요하다. 늘 관람객으로 붐비던 헤이(루밍 02-6408-6700)의 부스에서 발견한 아만타Amanta 소파는 이러한 요구에 이상적으로 대응한다. 모듈형 구조로 1인 소파로도, 여러 모듈을 붙여 다인 구성으로도 유연하게 확장하며, 두 가지 버전 모두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자랑한다. 1966년 마리오 벨리니가 디자인한 아만타는 이탈리아 미드센추리 디자인을 대표하는 상징적 제품으로, 50년 넘게 생산을 멈췄다가 올해 헤이를 통해 다시 출시되었다. 한국에서는 이번 페어에서 그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전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인기 가구 중 하나. 가구부터 홈 데코까지 폭넓게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매스티지 데코(mastideco.co.kr)의 시오SEIO 시리즈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테이블과 책상은 중앙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합쳐 쓸 수도, 넓게 벌려서 사용할 수도 있어 1.5가구의 니즈를 다채롭게 만족시킨다. 스틸과 목재를 조합한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AI

AI 슬립테크 기술로 편안한 수면을 돕는 소프타이드의 스마트 침대.
2026년 트렌드에서 가장 압도적 존재는 단연 AI다. AI는 업무와 주거 및 소비까지 일상의 많은 부분을 이미 바꾸었거나 바꾸고 있고, 러닝이나 뜨개 등 오프라인 모임의 인기 역시 AI 시대의 반작용에서 비롯된 흐름으로 해석된다. 집에서의 변화는 가전 분야에서 먼저 드러났다. 아이언맨, 트랜스포머를 연상시키는 비주얼로 시선을 끈 바디프랜드(02-3448-8980)가 대표적. 웨어러블 AI 헬스케어 로봇 733은 체형을 분석해 자동으로 마사지 기능을 조정하고, 팔과 다리 및 몸통을 각각 잡아 늘여주는 기능을 갖추었다. 발목 회전 기능과 안전한 승하차를 돕는 스탠딩 기술도 탑재해 안마 의자라기보다 스트레칭 로봇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AI 기술이 등장한 또 하나의 부스는 스마트 리빙 브랜드 소프타이드(02-534-8102). 스마트 침대는 누우면 센서가 작동해 심박수, 호흡수, 스트레스 지수, 코골이 소리까지 분석해 최적의 수면 모드를 작동한다. 사용자가 직접 조정하지 않고도 질 높은 수면 환경을 알아서 만들어주는 것이 최대 장점.
취향대로, 나답게

자신만의 일과 작업 세계를 또렷하게 보여주는 그래픽디자이너 박재형의 집.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선정한 Z 세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는 ‘개인 안식 구역’. 요즘의 1인 가구는 나의 취향을 공간으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만족감을 느끼는 곳에서 일상도 가장 잘 돌볼 수 있기 때문. 최화정·정재형·밀라논나 등 혼자서도 자신의 라이프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유튜버가 Z 세대의 지지를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1인 가구 미디어 1집구석(@1hows)의 부스도 정확히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전시의 주제는 1집구석이 선정한 2026 트렌드 키워드인 ‘나다움 라이프’. 도쿄에서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 디자이너 김경석, 직업은 기계 설비 엔지니어이고 취미는 산악 등반과 암벽등반인 김혜진, 시간이 쌓인 물건을 수집하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 박수지, 집 전체를 거대한 아카이브처럼 활용하는 그래픽디자이너 박재형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1집러 4인의 집 풍경이 부스 안에 펼쳐졌다. “전시를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보다 실제 1집러의 삶 속에서 발견되는 ‘나다움의 장면’을 전시라는 형식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1집러 각각의 고유한 ‘나다움’을 지키는 것이었어요. 이를 위해 1집러가 직접 디스플레이를 하도록 권장했고, 스타일링을 맡은 고고작업실 역시 각 공간의 이야기가 잘 드러나도록 큰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협업했습니다.” 1집구석을 총괄하는 김지현 사업부장의 소개처럼 부스에서는 1집러 4인의 고유한 개성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조아영이 네 주인공을 테마로 그린 일러스트가 벽면을 가득 채우며 전시 분위기를 완성했다.
날로 다채로워지는 구독 서비스

2백여 개 리빙 브랜드의 세컨드핸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풀티.
가전을 넘어 가구까지, 리빙 분야에서도 ‘소유보다 사용’이라는 소비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 경제 시장은 2020년 약 40조 원 규모에서 향후 1백조 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생활 가전과 가구를 월 이용료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 가전 브랜드 쿠쿠(cuckoo.co.kr)는 밥솥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활 가전을 렌털 형태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IH 압력밥솥을 비롯해 식기세척기·정수기·로봇 청소기 등 일상에서 자주 쓰는 제품을 월 이용료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필터 교체나 점검 등 관리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 구매 대신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며 관리 서비스를 받는 방식으로, 생활 가전을 보다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소비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리빙 플랫폼 풀티(fullty.com)는 프리미엄 디자인 가구와 조명을 중심으로 렌털, 판매, 리세일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는 플랫폼. 프리츠한센, 비트라, 카시나, 루이스 폴센 등 해외 디자인 브랜드 가구와 조명을 취급하며, 사용자는 일정 기간 동안 가구를 렌털해 공간을 꾸밀 수 있다. 사용 후 반납하거나 구매로 전환하는 방식도 가능하며, 다양한 상태의 가구를 순환하는 구조를 통해 디자인 가구를 보다 부담 없이 경험하도록 제안한다.
공간의 지형을 만드는 모듈 가구

이노베이션 리빙은 소파와 침대 기능을 결합한 다기능 가구를 전시해 작은 주거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리빙 솔루션을 제안했다.
도시 주거 공간이 작아지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모듈 가구가 주목받고 있다. 개별 유닛을 조합해 구조를 바꿀 수 있어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공간 구성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구 브랜드 두닷(dodot.kr)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모듈 시스템 가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 제품인 콰트로 에어 시스템Quattro Air System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듈 가구 구성을 제안했다. 선반과 수납 유닛을 모듈 단위로 조합하는 시스템 가구로, 다양한 높이와 사이즈의 모듈을 결합해 책장이나 수납장 등 공간에 맞게 구성할 수 있다.

두닷의 콰트로 에어 시스템. 프레임의 칸살(슬롯)에 선반을 원하는 높이로 배치할 수 있다.
한편 덴마크 브랜드 이노베이션 리빙(링크플레이스 1588-3241)은 스플릿백Splitback 소파 베드를 통해 모듈형 가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제품은 등받이 각도를 각각 조절할 수 있는 구조로 소파와 라운지체어, 침대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의 가구가 상황에 따라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는 변화하는 주거 환경에 대응하는 모듈 디자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트렌디한 K-푸드

수제 숯불 프리미엄 큐브, 편육 무뼈 닭발을 선보인 평산댁 닭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K-푸드는 전통의 맛을 바탕으로 건강식과 간편식 형태로 재해석되면서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025~2026년 한식이 글로벌 1백억 달러 수출 시대를 여는 주요 성장 동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페어에서도 이처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K-푸드 브랜드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대표 음식인 곰탕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스타곰탕(thestarfood.com)은 전통 한식 국물 요리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대표 제품인 나주곰탕을 중심으로 사골곰탕과 우거지곰탕 등 다양한 국물 요리를 선보이며, 르 코르동 블루 출신 셰프가 개발한 레시피로 맑고 깊은 국물 맛의 균형을 구현해냈다. 집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한식 한 끼를 제안한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묘약’ 콘셉트의 스토리텔링을 담은 팔도카라멜.
팔도카라멜(@paldo.caramel)은 한국 각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프리미엄 수제 생캐러멜 브랜드. 강원도 옥수수·복숭아·커피, 제주도 당근·한라봉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맛을 선보이며, 보존제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은 생캐러멜로 한국 재료의 개성을 디저트로 풀어냈다. 민화에서 영감을 받은 색감의 패키지 디자인 역시 눈길을 끈다. 평산댁 닭발(@psddakbal)은 매콤한 숯불 닭발의 풍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먹기 편한 형태로 재구성했다. 닭발 큐브, 닭발 편육, 무뼈 닭발 등 다양한 제품을 통해 전통적 닭발을 보다 세련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제안했다. 와인과의 페어링까지 고려한 해석은 K-푸드 특유의 강렬한 맛을 현대적 라이프스타일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의자에서 시작하는 요즘 워크플레이스

스틸케이스는 인체 공학적 설계를 강조한 오피스 체어 라인업을 선보였다. 제스처와 립은 정교한 조절 기능으로 사용자의 자세를 세밀하게 지원하고, 카르만은 가벼운 프레임과 퍼포먼스 텍스타일 구조로 자연스럽게 움직임에 반응하는 편안함을 제공한다.
현대 업무 환경에서 의자는 단순한 가구를 넘어 건강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오피스 가구 시장에서는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 사용자의 자세와 신체 리듬을 고려한 웰니스 기반 인체 공학 디자인이 중요한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스마트 인체 공학 의자가 새로운 워크플레이스 디자인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먼저 리버노보(libernovo.co.kr)의 옴니Omni 시리즈는 스마트 인체 공학 의자의 대표적 사례다. 사용자의 움직임과 척추 곡선에 맞춰 등받이가 반응하는 적응형 백레스트 구조를 적용한 것이 특징. 전동식 요추 지지 시스템을 통해 허리 지지 깊이를 조절할 수 있으며, 최대 약 1백60도까지 리클라이닝되는 구조로 다양한 업무 자세에 대응한다.

팔걸이, 등받이, 각도까지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리버노보의 옴니 시리즈.
일본 오피스 가구 브랜드 오카무라(okamura.com)는 인체 공학 설계를 기반으로 한 대표 오피스 체어 라인을 통해 인간 중심의 업무 환경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콘테사Contessa II 시리즈는 메시 구조의 등받이와 정교한 틸팅 메커니즘을 적용해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세가 조정되도록 설계한 제품. 1912년 설립한 글로벌 오피스 가구 브랜드 스틸케이스(더체어 thechair.co.kr)는 변화하는 디지털 업무 환경을 반영했다. 대표 제품인 제스처Gesture 체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노트북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현대인의 작업 자세를 연구해 설계한 의자로, 팔걸이와 좌석 구조가 사용자의 움직임에 맞게 폭넓게 조절된다. 또 다른 제품인 카르만Karman 체어는 사용자의 체중과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반응하는 웨이트 액티베이티드 메커니즘을 적용했다.

오카무라는 정교한 디테일과 장인 정신이 담긴 인체 공학적 좌석 디자인을 선보이며 현대 오피스 환경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스틸케이스 APAC 디자인&제품 개발 총괄 디렉터 마르첼로 브람빌라Marcello Brambilla
최근 업무 환경의 변화는 오피스 가구와 의자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현재 업무 방식에는 네 가지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는 원격 협업의 확대입니다. 많은 업무가 화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디지털 협업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요. 둘째는 AI 기술의 도입입니다. 직원들이 새로운 업무 도구로 AI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조직의 전략 차원에서도 AI 활용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셋째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 기업과 사용자 모두 환경적 책임을 고려한 제품과 공간을 요구하고 있죠.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웰빙입니다. 건강하고 편안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워크플레이스 가구, 특히 의자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요?
오늘날 일은 더 이상 집과 사무실 두 공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업무는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만큼 업무 환경 역시 더욱 유연하고 다층적 형태로 변화하고 있죠.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다양한 업무 방식과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제품 및 공간 솔루션을 필요로 합니다. 의자 역시 한 가지 자세나 상황만을 위한 가구가 아니라, 사용자가 다양한 작업 환경과 움직임 속에서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소개한 주요 제품은 무엇인가요?
이번 페어에서는 고성능 태스크 체어 카르만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하는 제품인데, 그동안 스틸케이스가 축적해온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의자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이 긴밀하게 협력해 완성한 제품으로,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물입니다.
앞으로 5~10년 후 워크플레이스 가구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미래의 업무 환경은 다양한 업무 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할 것으로 봅니다. 사람들이 사무실에 오는 목적도 점차 달라질 것이죠. 협업, 교류 등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될 것이죠. 각각의 활동에 맞는 환경과 제품을 통해 새로운 업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스틸케이스가 제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스틸케이스는 ‘퍼포먼스’와 연결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해왔지요. 디자인과 기술, 사용 경험을 결합해 업무 환경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스틸케이스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오브제가 되는 행잉 램프

독일 조명 브랜드 미드가르드Midgard의 로야 펜던트 램프Loja Pendant Lamp는 핸드블로운 유리와 방수 종이 셰이드를 결합해 부드러운 빛을 만들며 셰이드를 움직여 직간접 조명을 조절할 수 있는 조형적 펜던트 램프다.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확산되면서 조명 자체가 하나의 ‘스테이트먼트 라이팅statement lighting’로 기능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페어에서도 서로 다른 소재와 구조를 통해 빛의 인상을 바꾸는 행잉 조명이 눈길을 끌었다. 디바제(dibase.co.kr)의 모새Mosae 펜던트는 흙을 기반으로 한 소재를 표면에 여러 겹 덧입혀 독특한 텍스처와 자연스러운 색감을 구현한 조명이다. 자연 재료의 질감이 은은하게 드러나며 공간에 따뜻한 분위기를 더한다. 라이마스(limas.co.kr)는 창문을 닮은 타공 패턴이 어우러져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인상을 주는 조명 도어도어Door Door를 선보였다. 위로 향할수록 좁아지는 아치형 조형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연속적으로 배열된 구멍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이 공간을 개성 있게 완성한다. 미드가르드(midgard.com)의 로야Loja 펜던트 램프는 종이 셰이드와 유리 글로브를 결합한 구조로, 부드러운 확산 광과 조형적 실루엣이 조화를 이룬다. 한편 아고(agolighting.com)는 스웨덴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한 아스터Aster 컬렉션을 통해 모듈형 조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원뿔형 유닛은 공간의 흐름과 사용 맥락에 따라 다양한 조합으로 확장되며, 하나의 유닛은 섬세한 포인트가 되고, 여러 유닛이 모이면 은하수처럼 공간을 수놓는다. “전통 건축 공정에서 사용하는 다림추(수직을 측정하기 위한 추)의 형태 언어를 차용해 만든 이 조명은 단순함과 정제된 디자인 사이의 균형을 이룹니다.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구현된 빛은 클러스터 형태로 확장되며, 공간 분위기와 사용 맥락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율됩니다.”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의 설명이다.
유러피언 리빙의 온도

'Made in Portugal'을 주제로 전시를 펼친 포르투갈 국가관.
슬로 라이프, 북유럽 감성, 유럽 빈티지…. 국내 리빙 디자인 트렌드에서 ‘유럽 감성’은 오랫동안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해왔다. 유럽 브랜드의 디자인 언어와 라이프스타일이 꾸준히 소개되면서, 유럽식 공간 미학은 하나의 참고 기준처럼 자리 잡았다. 올해 페어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국가관 전시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덴마크와 포르투갈 국가관이다. 같은 유럽 국가이지만 두 전시는 서로 다른 디자인 문화와 생활 미감을 보여주며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덴마크 국가관 ‘Room for Danish Design’은 덴마크 리빙 디자인의 현재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가구와 텍스타일, 오브제 등 다양한 분야의 덴마크 브랜드들이 참여해 일상 속에서 구현되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을 소개했다. 가구 브랜드 에일레르센(eilersen.eu)은 장인의 제작 기술로 완성한 소파를 통해 덴마크 가구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고, 텍스타일 브랜드 게오르그 옌센 다마스크(georgjensen-damask.com)와 캔들 브랜드 에스터 앤 에릭(ester-erik.dk) 등도 소재와 공예, 디자인이 결합된 덴마크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 반면 포르투갈 국가관 ‘Made in Portugal Naturally’는 보다 풍부하고 장식적인 남유럽 리빙 문화를 보여주었다. 프리미엄 포슬린 브랜드 포르셀(porcel.com)은 섬세한 장식이 돋보이는 테이블웨어를 선보였고, 가구 브랜드 페나벨(fenabel.pt)은 전통 목공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체어와 다이닝 가구를 소개했다.
덴마크 국가관 큐레이터 레르케 뤼옴Lærke Ryom
덴마크 국가관 콘셉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10개를 하나의 구조 안에서 함께 소개하는 그룹 전시로 기획했습니다. 각 브랜드를 독립된 부스로 나누기보다 벽과 커튼의 전환, 카펫 색상의 그리드 변화 등 미묘한 공간 장치를 통해 영역을 구분했지요. 재료 사용량과 폐기물 발생량을 줄여 덴마크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구현했으며, 절제된 디자인을 통해 약 90m2 규모의 공간에 명확한 리듬을 만들었습니다. 건축은 전면에 드러나기보다 콘텐츠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으로 작동하도록 구성했습니다.
기획관을 통해 덴마크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전달하려 했나요?
덴마크 디자인은 유행보다 오래 지속되는 디자인을 지향합니다. 이번 파빌리온에서도 자연 소재와 장인 정신, 그리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공통된 태도가 드러납니다. 또한 따뜻한 톤의 조명으로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해 관람객이 덴마크 주거 문화 특유의 편안한 공간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늘날 덴마크 리빙 디자인을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장인 정신과 배려입니다. 장인 정신은 재료와 제작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합니다. 반면 배려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방식뿐 아니라, 환경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도시에 덧입힌 지역의 전통문화, 로컬코어

진주시는 과도한 장식보다는 작품의 질감과 형태가 돋보이도록 전시관을 구성했다. 가운데 작품은 단원공방 정진호 소목장의 백동 숭숭이 반닫이.
지역이 축적해온 서사와 생활 방식을 경험과 감각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로컬코어Local-core’. 도시 진주는 그 사례로 꼽을 만하다. 조선 시대에 정교한 목가구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공예 문화를 형성한 진주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라는 격변의 시간 속에서도 장인 공동체를 중심으로 소목 기술의 전수를 이어왔다. 2019년 유네스코 공예 및 민속예술 창의도시로 지정된 후 2021년부터 2025년까지 3 회째 개최한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는 진주라는 지역을 소목의 도시로 알리고 브랜딩하는 것은 물론, 전통 소목장의 작품 전시와 현대 작가의 참여를 통해 진주 공예의 재해석을 꾀했다. 진주시(진주시청 문화유산과 055-749-5381)는 진주의 소목 문화를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고자 이번 페어에 ‘WOOD INSIGHT - 진주소목’ 홍보관으로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는 강종렬·구한회·김병수·정권석·정진호·조복래·정연오·조현영·박민철·이병한 이하 국가 및 경남 무형유산 보유자와 이수자 10명이 전통 목가구와 생활 소품 등 총 42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벽면에 걸린 액자는 고전공방 강종렬 소목장이 제작한 소목 액자. 그 아래로 보이는 작품은 박민철 이수자의 느티나무 소품.
전시에는 상감 삼층장, 콘솔 테이블, 삼층장과 반닫이, 먹감 애기장, 이층장, 책장 등 못을 사용하지 않는 짜맞춤 기법으로 완성한 진주 소목 특유의 가구부터 나무 무늬를 잘 살린 느티나무 소품과 필함, 차함 등이 자리해 진주만의 미감과 실용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1세대와 2세대 가족 소목장이 함께 전시에 참여해 세대 간 전승 장면을 자연스레 드러냈다. 이는 한 지역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보존하는 것에서 나아가 현대적 의미를 가미해 도시의 이미지를 촘촘히 재구성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앞으로의 진주가 더욱 궁금해진다.
정진호 소목장 보유자, 조현영 소목장 이수자
진주 소목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진호 짜임과 상감기법입니다. 상감은 나무 표면을 파내고 그 안에 문양이나 글자를 끼워 넣는 방식을 말합니다. 일반 작업보다 몇 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들다 보니 그만큼 작품의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짜임은 못질을 하지 않고 오직 목재만의 성질을 활용해 나무끼리 서로 맞물리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오랜 세월 경상남도 무형유산 소목장 보유자이자 국가 무형유산 이수자로 지내왔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정진호 진주는 고려 시대 12목의 하나로 중앙에서 목사가 파견된 지방행정 중심지입니다. 사회적 요충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문벌 사족과 물자가 모여들고 공예 수요가 일어난 도시죠. 조선 시대에는 도관찰사가 상주하는 중심지가 되며 경제적 기반이 형성돼 가구 수요가 많아졌고, 자연스레 목공예가 매우 발달했습니다. 오랜 세월 전해져온 진주 소목이 앞으로도 대를 이어 전해질 수 있도록 지금의 자리에서 정진할 생각입니다. 개인적 목표로는 세상이 기억할 수 있는 작품 한 점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경상남도 무형유산 보유자이자 아버지인 조복래 소목장 밑에서 이수자 생활을 해왔습니다. 소목장의 길을 이어가고자 결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조현영 중학교 때부터 작업실에서 무거운 작품을 함께 옮기거나 사포 작업을 도와드리는 등 곁에서 일을 거들며 자연스럽게 현장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가구 디자인을 전공하며 제 나름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나무로 가구를 만들고 연구하는 일에 점점 애착을 느끼게 되어 자연스레 소목장의 길을 이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작업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현영 나무가 지닌 자연스러운 목리의 아름다움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나무는 선명한 나이테와 깊은 결을 지니고 있어요. 특히 느티나무에서 나타나는 ‘용목’ 같은 자연스러운 문양은 인위적 장식보다 더 큰 아름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잘 드러내고자 수백 년 이상 자란 느티나무 보호수 같은 귀한 목재를 10~20년 이상 충분히 건조한 뒤, 나무가 지닌 결과 문양이 잘 드러나도록 단순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모던한 형태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진주 소목의 전통 짜맞춤 기법과 자연 목리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작품 속에서 조화롭게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