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 야마기와는 지난 1백여 년간 그 질문에 제품으로 답해왔다. 조명은 생활의 표정을 바꾸고 삶의 질을 높이는 도구로 남는다.

건축적 형태가 돋보이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탈리에신 4.

얇은 목재 결로 빛을 부드럽게 거르는 야콥손 램프.
집 안 분위기를 가장 빠르고 우아하게 바꾸는 방법은 조명이다. 조명은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설비가 아니다. 공간의 중심을 잡고 동선을 정리하며, 그곳에 머무는 사람의 체감온도까지 어루만진다. 일본의 조명 브랜드 야마기와는 이를 한 세기 가까이 탐구해온 브랜드다. 야마기와가 내건 슬로건 ‘The Art Of Lighting(조명의 예술)’은 조명을 도구가 아닌, 감각을 설계하고 공간의 질서를 부여하는 예술적 매체로 정의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포스트모던 감각의 오브제형 조명 K-시리즈.
야마기와의 시작은 1923년, 도쿄 아키하바라의 한 전기 자재 유통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전구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빛’이 공간에 스며드는 방식에 주목했다. 1950~1960년대에는 유럽 및 미국의 조명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수입 비즈니스를 전개하며 안목을 넓혔고, 시설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현장에서 빛의 쓰임을 몸소 익혔다. 중요한 분기점은 1960년대 후반이다. 단순 유통을 넘어 오리지널 컬렉션을 선보였고, 1970년대에는 디자인·기술 조직을 강화하며 일본에 ‘건축 조명’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조명을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공간을 완성하는 ‘시스템’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토 도요의 구 형태 마유하나.
거장의 유산, 빛으로 번역되다
야마기와의 미학은 세기를 넘나드는 조명 명작들에서 실제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들의 컬렉션은 빛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각기 다른, 그러나 완벽한 해답이다. 가장 먼저 공간의 위계를 세우는 것은 건축 거장의 유산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탈리에신Frank Lloyd Wright Taliesin’ 컬렉션은 라이트의 건축 언어를 조명으로 정교하게 번역해낸 결과물이다. 나무 블록과 차양 사이로 기하학적으로 조각난 빛은 공간에 새로운 리듬과 질서를 부여한다. 마치 하나의 작은 건축물이 실내에 들어온 듯한 조형미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만으로 공간을 꽉 채우는 힘을 지녔다. 반면 프리츠커 수상자 이토 도요伊東豊雄의 ‘마유하나Mayuhana’는 빛의 밀도를 다루는 걸작이다. 유리섬유를 고치(cocoon)처럼 촘촘히 감아 만든 구球 형태는 빛을 은은하게 머금었다 뱉어낸다. 광원이 직접 보이지 않고 빛의 입자만 안개처럼 번지며, 공간의 심도를 한층 깊고 그윽하게 만든다.

정사각 지붕 형태에서 착안한 탈리에신 1.
‘야콥손 램프Jakobsson Lamp’는 북유럽의 감성을 야마기와의 기술로 정제한 수작이다. 스웨덴 디자이너 한스-앙그네 야콥손이 고안한 이 램프는 얇게 켠 소나무 셰이드를 통해 빛을 투과시킨다. 나이테의 붉은 기운을 머금고 은은하게 번지는 빛은 흡사 모닥불 같은 온기를 전한다. 일본 포스트모더니즘의 상징인 구라마타 시로의 ‘K-시리즈(Oba-Q)’는 조명을 유머러스한 오브제로 격상시켰다. 1972년 작임에도 여전히 전위적인 이 조명은 흰 천을 무심히 덮어놓은 듯한 형상으로 빛의 비정형성을 시각화하며 공간에 예술적 위트를 더한다. 자체 라인업에서도 소재를 탐구하는 태도는 집요하다. ‘트와일라잇Twilight’은 황혼의 빛을 모티프로 유리섬유 셰이드를 사용해 샹들리에의 화려함을 담백하게 재해석했다. 일본 전통 종이인 미노 와시美濃和紙를 사용한 ‘라이Rai’와 ‘수이&쇼쿠Sui&Syoku’는 장인 정신의 정점이다. 꽃봉오리를 연상시키는 라이는 종이의 결이 빛을 여러 겹으로 걸러내며 깊이를 만들고, 수이&쇼쿠는 전통 등을 현대적 조형으로 다듬어냈다. 결국 야마기와는 빛과 소재의 태도를 통해 오늘의 생활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조율하는 선택의 기준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