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미술의 근간을 찾고 재조명해 대중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자리입니다. 화랑에서 열리긴 하지만 작품 판매가 아니라, 관람객의 감상을 위해 기획한 전시이기도 하지요. 현재 전시 중인 작품 40여 점은 제작 시기가 20년 가까운 세월을 아우릅니다. 그렇기에 작품 하나하나를 같은 느낌으로 바라볼 수 없지요. 이런 흐름을 인지하면서 전시를 관람한다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으리라기 대합니다.” _웅갤러리 최웅철 대표
‘가족도’, 캔버스에 유채, 140×200cm
그는 한국인 최초의 유럽 미술 유학생이었다. 1920년대 초반 독일로 떠나 1940년 귀국하기 전까지 베를린과 파리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했다. 귀국 후 혼란한 사회 속에서도 개인적 연구를 이어갔고, 홍익대학교 미술과 초대 학장, 경주 예술학교 명예 학장으로 추대되며 당대 미술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근대미술의 문을 연 이 화가의 이름은 배운성. 우리가 지금껏 그의 이름을 몰랐다면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월북 화가’이기 때문이다. 지금 웅갤러리에서 열리는 <배운성 1900-1978: 근대를 열다>전은 오늘날 기록조차 거의 남지 않은 배운성 작가의 작품 40여 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다.
'꽃이 있는 정물’, 패널에 유채, 66×86cm, 1930년대
웅갤러리와 본화랑, 미술품 투자회사 아트아리가 의기투합해 건물 4개 층 전체를 그의 작품으로 채운 것. 이는 작품의 개인 소장자와 협력해 미술관이 아닌 화랑에서 그의 작품을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1978년 작고한 작가가 유럽 활동 시절 완성한 작품들은 그의 근대적 도전 정신을 선명히 드러내는 한편, 분절되어 있던 한국 근대미술의 뿌리를 찾아내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서양 기법과 동양의 정서가 공존하는 캔버스 위, 물감처럼 켜켜이 쌓인 우리의 근현대사가 화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가만가만 되짚게 한다.
<배운성 1900-1978: 근대를 열다>
기간 8월 29일까지
장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99 웅갤러리, 본화랑, 아트아리
관람 시간 오전 10시 ~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02-548-7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