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아침저녁 커지는 일교차를 몸으로 느낄 때, 혹은 푸릇하던 나뭇잎 색이 점차 노릇해지는 걸 발견할 때 우리는 절기가 넘어가고 있음을 깨닫곤 하지요. <행복> 독자라면 ‘행복작당’ 소식을 접할 때 ‘아, 이제 넘길 달력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습니다. 2016년, 아름다운 한옥을 함께 나누기 위해 시작한 ‘행복작당’이 올해도 한옥 문을 활짝 열고 독자분들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행복작당은 북촌과 서촌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 길 속에서 발견하고 수집해온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이와 나누어왔고요. 올해는 행복작당이 지난 나날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여 이번 행복작당의 부제를 춘화추월春花秋月이라 붙였지요. ‘꽃처럼 피어난 시작과 달빛처럼 무르익은 시간’이라는 뜻처럼 그간 <행복>이 발견한 서울의 전통과 미래가 아름답게 뒤섞인 북촌 및 서촌의 모습을 공유하고, 의미를 되새겨보는 축제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우리만의 잔치, 2025 행복작당 북촌·서촌은 지난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개최됐습니다. 약 2천8백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이번 행사에서는 총 10채의 집이 문을 활짝 열고 관람객을 환대했어요. 오뚜기, 칼한센앤선, 윤현상재, 감, 로라스타의 브랜드 전시를 비롯해 세븐도어즈와 고소미 작가, 궁중채화서울랩이 함께한 <행복> 기획전이 이어졌고요, 올해 북촌에 문을 연 광주요&아라리와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흑유재, 마치, 오월의종, 이야이야앤프렌즈, 모모스커피도 잔칫상을 빛내주었지요.
관람객과 함께하는 클래스 및 이벤트도 풍성했습니다. 레이어 한옥 아뜰리에에서 서신정 채상장과 전통 죽공예 컵 받침 만들기, 고소미 작가와 함께하는 한지 바인딩 노트 만들기, 노스텔지어 박현구 대표와 함께 떠나는 북촌 투어, <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정성갑 작가가 들려주는 한옥살이 이야기, 레이어 한옥에서 열린 명상·요가 클래스까지 올해는 보다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진행해 모두가 함께 즐기는 잔치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했습니다.
미처 못 오신 분들을 위해 그날의 이야기를 다시금 풀어보고자 합니다. 화보로 담은 <행복> 기획전부터 브랜드 전시 리뷰, 행사장에서 만난 관람객의 코멘트까지. 따사롭고 해사한 웃음이 만개하던 2025 행복작당 북촌·서촌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기획과 진행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김혜민
디자인 노서영 기자
사진 디자인하우스 사진부
일러스트 이철민
관람 후기 행복작당 베스트 모음집
전시 다시 보기 브랜드 기획 전시 × 오픈 하우스 <행복이 가득한 집> 기획 전시
프로그램 작가와 구독자가 함께하는 클래스&토크

10주년을 맞이한 행복작당 북촌·서촌은 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으로 활력이 넘쳤다.

노스텔지어 힐로재에서 열린 오뚜기 브랜드 전시는 오뚜기의 스프를 맛보며 제품을 관람하는 체험형 전시를 선보였다.
행복작당 북촌·서촌의 오픈 전날, <행복> 편집부는 북촌 한옥마을로 이동했다. 해가 떨어진 북촌은 어딘지 낯설었다. 지우헌, 한옥에세이 가회, 노스텔지어, 레이어 한옥 하우스 등 지면과 취재를 통해 접한 공간은 다음 날 열릴 잔치를 위해 저마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익숙하던 장소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고즈넉한 레이어 한옥 아뜰리에에 놓인 채상장 서신정 장인의 죽공예 작품.

오월의종이 만든 슈톨렌과 가을 사과 및 계피의 풍미를 담은 한남작업실의 애플 시나몬청으로 구성한 기프트 세트.
다음 날 아침, 북촌과 서촌의 날씨는 조금 쌀쌀했으나 행사가 시작될 무렵하늘 위로 떠오른 햇살은 관람객과 전시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몸을 녹여주었다. 따사로운 햇빛은 한옥 10채의 얼굴을 보다 화사하게 만들며 각각의 한옥이 품은 매력과 특색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조명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곳곳에 물들어 있는 단풍과 낙엽은 길 여기저기를 이불처럼 덮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오른 북촌 언덕은 한옥 지붕과 관람객 및 관광객으로 넘실거렸다. <행복>이 왜 해마다 북촌과 서촌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자 했는지 그 이유를 체감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진행한 행복작당 북촌·서촌은 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행복이 가득한 잔칫상
먼저 찾은 곳은 조선 시대 도정궁 터에 자리한 운경고택. 이곳에는 운경재단과 뷰로 드 끌로디아 문지윤 대표가 기획한 <운경미감 2025 다시, 열림> 전시가 진행됐다. 전시에는 김민욱, 박선민, 박진영 등 38명의 인물이 ‘서랍’이라는 주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냈는데 어딘지 기시감이 들었다. 배경을 들어보니, 지난 6월 행복작당 부산에서 선보인 <행복> 기획전 <나의 수집 일기: 호호낙낙>에서 스튜디오 티트 강미나 대표의 수집품인 도구가 서랍에 담긴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듯 누군가 기획한 전시가 누군가에게 또 다른 인사이트를 제공해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 이 또한 행복작당의 순기능이 아닐까 생각했다. 곳곳에는 1908년 덴마크 오덴세의 작은 공방에서 시작한 가구 브랜드 칼한센앤선의 Y 체어를 비롯한 다양한 가구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질적인 듯 보이는 가구가 운경고택의 정경과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윤현상재가 노스텔지어 더블재에서 펼친 <길상: 감나무집에 까치 왔어요> 전시. 어쩐지 새해에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뒤이어 셔틀버스를 타고 행복작당 북촌의 입장처인 노스텔지어 웰컴센터로 향했다. ‘거리가 멀어 관람객이 이동하길 꺼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으나 기우였다. 웰컴센터에 도착하니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선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미처 탑승하지 못한 관람객은 “날씨도 좋은데 산책할 겸 걷자”며 북촌에서 서촌으로 도보로 이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입장처에서 북촌 한옥마을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검은 갓을 쓰고 있는 모델들과 이를 촬영하는 관광객의 모습이 보였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후 북촌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행복작당 북촌·서촌을 찾은 관람객이 전시장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야트막한 북촌 오르막을 올라 마주한 노스텔지어 더블재. 이곳에선 윤현상재가 준비한 <길상: 감나무집에 까치 왔어요> 전시가 한창이었다. 전시를 보기 위해 줄을 선 관람객에게는 그래픽 아티스트 마카다미아 오와 윤현상재가 함께 만든 전통 부적을 선물했다. 한 관람객은 “새해에는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드네요”라며 전시장을 떠났다.

칼한센앤선 전시장에서는 하루 두 번 칼한센앤선의 장인이 CH24 체어의 시트를 위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노스텔지어 힐로재에서는 오뚜기와 서울대학교 공예과가 함께한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그릇에 정갈히 담긴 스프를 대접받았다. 한 관람객은 “따스한 스프를 맛보며 전시를 보니 브랜드의 메시지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행복> 기획전 <춘화추월春花秋月: 잔칫상>이 열린 지우헌에서는 세븐도어즈가 차려놓은 잔칫상과 고소미 작가의 설치 작품, 그리고 궁중채화서울랩의 채화가 어우러져 대문을 열고 이웃과 함께 좋은 것을 보고, 서로의 삶을 내어주던 공동체의 기쁨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레이어 한옥 하우스에서는 한옥을 벗 삼은 명상·요가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고요한 분위기 속 태양 경배 자세를 취하는 관람객의 모습과 허명욱 작가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져 심신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3일간 북촌·서촌에서 열린 우리만의 잔치, 행복작당은 풍성한 잔칫상과 관람객의 발걸음으로 따스한 잔상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