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느끼는 전통 공예
레이어 한옥 아뜰리에 죽공예 체험

대나무를 가늘게 쪼갠 오리를 삽합·오합·칠합 등 홀수 단위로 정교하게 엮어낸다.

3대 채상장 보유자 서신정 장인. 현재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과 채상 전승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일상 속 감각을 바탕으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는 전시 공간, 레이어 한옥 아뜰리에. 행복작당 기간 동안 국가무형문화재 채상장 서신정 장인의 전시가 펼쳐진 이곳에서는 장인과 함께 직접 죽공예 컵 받침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채상彩箱은 대올을 정교하게 엮어 만드는 전통 공예로, 오랜 시간과 섬세한 집중이 필요한 작업이다. 프로그램은 채상의 본질적 매력인 ‘엮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한 공예 키트를 활용해, 대나무를 손으로 천천히 엮으며 그 고유한 감각을 몸소 경험하도록 꾸렸다. 참가자들은 채상에 담긴 정신과 전통 공예를 현대적 감각으로 이어가려는 장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채상의 깊이를 마주했다. 한 올 한 올 손으로 엮는 행위를 통해 기술과 정신의 연결을, 그리고 전통 공예가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임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북촌을 읽는 방법
노스텔지어 북촌 투어

한화, 현대자동차, 삼성카드, LG ‘휘센’, CJ ‘쁘띠첼’ 등 다양한 브랜드의 컨설팅과 네이밍을 진행해온 박현구 대표의 브랜딩 노하우와 노스텔지어 창업의 우여곡절을 담았다.

북촌 골목을 따라 걸으며 블루재, 더블재, 힐로재 등 노스텔지어 한옥을 소개했다.
브랜딩 전문 회사를 운영하며 브랜드 컨설팅과 네이밍을 다뤄온 박현구 대표. 현재는 서울 북촌에서 한옥 호텔 브랜드 노스텔지어를 운영하고 있다. 25년간 현업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브랜드 노스텔지어를 만들고 일궈온 과정을 담은 책 〈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의 출간을 기념하며, 이번 행복작당에서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먼저 북 토크에서는 박현구 대표가 도시 한옥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과정을 들려주었다. “처음 노스텔지어를 만들 때 단순한 호텔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모인 플랫폼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노스텔지어에 담긴 박현구 대표의 비전과 가치관을 통해 북촌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브랜드로서 그 철학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한옥에 대한 진정성을 주제로 한 대화가 펼쳐졌다. 북 토크가 끝난 뒤에는 한옥마을 일대를 함께 둘러보며 북촌의 역사와 골목길에 깃든 이야기를 듣고, 한옥에 담긴 개성과 철학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했다.
나를 마주하는 시간
레이어 한옥 하우스 명상 요가

안채에서 진행한 명상 요가. 수반에 떨어지는 물소리와 풀 냄새가 눈을 감고 있으면 마치 숲속에 온 듯한 감상을 자아냈다.
단순한 쉼을 넘어 내면의 새로운 감각과 취향을 일깨우는 레이어 한옥 하우스. 한옥의 기본 구조와 전통 요소를 지키면서 어느 방향에서나 자연을 집 안에 들이도록 완성한 곳이다. 대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 안쪽으로 들어서면 고요한 한옥이 반기는데, 눈을 감으면 오롯이 나만 있는 듯한 감상을 느낄 수 있다. 이 근사한 곳에서 행복작당 기간 동안 명상 요가 클래스가 진행됐다. “명상은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는 말처럼 숨을 고르고 자세를 가다듬으며 지금의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레이어 한옥 하우스에서의 명상 요가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을 넘어 공들여 빚은 공간과 작품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되찾고, 감각을 쌓아가는 경험을 선사했다. 수업을 마친 뒤에는 다과와 함께 전시 관람이 이어졌다.
한지의 세계를 들여다보다
고소미 작가 한지 체험

안동에서 직접 닥나무를 심어 채취할 정도로 한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닌 고소미 작가.

한지에 디지털 프린트하는 법부터 재단과 엮기까지 바인딩 과정을 세심하게 배웠다.
창호지를 통해 스며드는 은은한 채광이 아름다운 지우헌의 위채에서는 한지 설치미술과 공예를 통해 고유한 미감을 선보이는 고소미 작가와 함께 한지 바인딩 노트를 만드는 클래스가 진행되었다. 먼저 디지털 프린트한 한지로 겉표지를 만들고, 이를 바느질로 엮는 바인딩 과정에서 책자를 엮을 때 쓰는 전통 기법인 오침안정법을 배웠다. 이어 붓에 물을 묻혀 뜯어내 닥의 섬유질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물 재단’ 방식으로 한지 특유의 질감을 경험했다. 또 그렇게 완성한 노트를 통해 전통 재료가 지닌 물성과 새로운 가능성까지 체험할 수 있었다. 종이를 손끝으로 천천히 뜯어내는 과정을 통해 한지가 지닌 단단한 질감과 우리 한지가 품은 힘을 발견하던 순간. 고소미 작가는 한지 종류와 고르는 법, 한지를 만드는 과정까지 들려주며 한지를 향한 애정과 진심을 전했다. “우리 한지를 유지·발전시키려면 우선 한지를 소비하는 이들이 재료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에 맞춰 꼭 필요한 것을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삶으로 완성되는 한옥의 아름다움
정성갑 작가 오픈 토크

특유의 입담으로 강연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간 정성갑 작가.
저서 〈건축가가 지은 집〉을 통해 집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오랜 한옥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한옥에 대한 특별한 시선을 지닌 정성갑 작가. 이번 행복작당에서 작가는 생생한 한옥 라이프를 들려주었다. 오래된 한옥의 구조를 섬세하게 살려낸 지우헌에서 진행한 강연은 세 차례나 서촌 한옥에서 살아본 그가 들려주는 한옥 예찬의 시간이었다. 강연은 건축의 철학이나 미학을 넘어 한옥이라는 공간 안에서의 ‘삶’을 주제로 한 생생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멋진 설계나 낭만만을 전하기보다 한옥에서 직접 생활하며 느낀 ‘진짜’ 이야기부터 그 속에서 발견한 기쁨을 낱낱이 공유했다. “생활을 한자로 풀어보면 생생한 활력이라는 뜻이 되는데, 한옥에는 그런 기운이 있어요. 대단한 한옥이어서가 아니라 나만의 공간, 나만의 마당, 나만의 하늘이 있는 한옥에서의 생활은 돌이켜보면 모두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한옥에 산다는 것이 단지 건축을 경험하는 일이 아니라, 시간과 계절, 불편함과 여유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글 최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