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함께하는, 모두를 초대하는 잔칫집’이라는 주제로 차린 행복작당 10주년 기념 잔칫상.
다 함께 쌓아 올린 10주년 잔칫상
2016년 9월 22일, 굳게 닫혀 있던 북촌의 한옥 문이 활짝 열렸다. 그날 이후 매해 가을이면 <행복>은 가까운 이웃 한옥의 대문을 열고 좋은 것을 나누며, 서로의 삶을 내어주는 잔치를 벌여왔다. ‘행복을 짓는 집, 행복을 찾아 떼를 이룬다’는 뜻을 담은 작당 모의, ‘행복작당’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지 어느새 10년. <행복>은 그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고 앞으로의 여정을 기대하며, 지우헌에 정성스러운 옥빛 잔칫상을 차렸다.

전시 연출을 맡은 세븐도어즈 민송이 대표.
새하얀 천을 차양처럼 드리운 아래채에는 고임상과 궁중채화가 어우러진 풍성한 상차림이 펼쳐졌다. 그 풍경을 주도한 이는 세븐도어즈의 민송이 대표. “흥겹고 즐거운 잔치의 이면에는 그것을 준비하는 정성과 기원, 존중의 마음이 있습니다. 행복작당의 10년 또한 그러한 마음이 모여 지금에 이른 것처럼요. 그 마음을 담은 과정은 쌓음의 미학과도 닮아 있어요. 이 지점에서 이번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잔칫상을 중심으로 한국고미술협회의 소반을 배치하고. 화병에는 궁중채화서울랩의 채화와 홍도화를 꽂았다. 뒤쪽 벽면에는 고소미 작가의 ‘파란 물결’을 걸었다.
고임상과 합, 궁중채화는 예로부터 잔칫상의 주인공으로, 풍요와 복을 기원하고 존중을 표현하는 상징이었다. 민송이 대표는 그러한 의미를 지닌 존재를 하나둘 모아 <행복>의 잔칫상을 완성했다. 음식을 높이 쌓아 존경의 뜻을 전하던 고임상은 제철 재료의 맛과 향을 한 입 크기에 응축한 흑유재의 양갱으로 표현했고, 찬합에 담긴 정성을 쌓는다는 의미는 해인요의 합과 고족접시, 한국고미술협회의 고미술품을 층층이 얹어 구현했다. 연꽃을 닮은 광주요 접시를 비롯해 아름다운 기물이 놓인 상 위로는 국가무형유산 궁중채화 기능보유자 최성우가 설립한 궁중채화서울랩의 궁중채화 ‘연꽃’이 드리워졌다. 비단 위에 수백 번의 붓질을 겹겹이 쌓고, 말리고, 다시 색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하며 완성하는 채화는 그 자체로 정성의 예술이자 잔치의 정점을 이루는 존재다. 채화와 함께 더욱 풍성해진 잔칫상의 가장자리에는 소반을 여러 개 두고 채화를 꽂은 화병을 올렸다. 잔치가 끝나면 임금이 음식을 나눠주던 ‘사찬賜饌’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함께 나누는 기쁨을 담은 것. 잔치의 피날레는 고소미 작가가 먹이 배어든 광목을 겹겹이 쌓아 올린 작품 ‘시간의 탑: 축복의 잔(The Tower of Time: Cup of Blessing)’이 장식했다.

쌓아 올리는 행위를 통해 단단한 내면을 구축하는 여정을 표현한 고소미 작가의 작품 ‘시간의 탑:축복의 잔’.
지우헌 전시장에는 희녹, 이야이야앤프렌즈, 한남작업실 Marchh와 오월의종 등 그간 <행복>과 인연을 맺어온 여러 브랜드도 함께 자리해 잔치 분위기를 빛냈다. 흑유재는 첫날 관람객에게 양갱을 나누어주는 이벤트를 열어 함께 나누는 잔치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행복작당 10주년을 기념하는 잔칫상의 또 다른 이름은 ‘춘화추월’. 봄에 피어나고 가을에 무르익어 오래도록 아름다움을 뜻하는 이 단어는 행복작당의 지난 10년 여정을 압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시간을 함께 나누던 모든 이에게 정성과 감사, 환대하는 마음을 가득 전하며 ‘모두가 모이는, 모두를 초대하는 잔칫집’이 활짝 만개했다. 글 정경화 기자
“제 작업은 먹이 배어든 광목을 겹겹이 접어 탑처럼 쌓아 올리는 행위를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며 ‘단단한 내면’을 구축하는 여정을 시각화합니다. 행복 역시 매일의 성찰과 의식적인 긍정의 경험, 때로는 고독하고 치열한 시간을 통과하며 찰나의 순간을 수없이 쌓아 올려야 비로소 완성되는 ‘내면의 건축물’과 같습니다. 행복작당이 10년 동안 쌓아 올린 잔칫상의 화려함 뒤에 숨은 노력과 정성을 지지하고, 앞으로 더욱 가득 채워질 새로운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_고소미 작가
“궁중채화의 본질은 자연의 모습을 완벽히 모사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연을 대상으로 한 상징적 조형물을 만들며, 자연을 그대로 좇지 않는 태도에 진정한 존경과 존중이 있습니다. 그러한 마음을 담아 행복작당 10주년의 잔칫상에 함께했습니다.” _국가무형유산 궁중채화 기능보유자 최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