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치 다이닝룸을 연상시키는 사랑채. 칼한센앤선의 아이코닉한 CH24 체어와 CH337 다이닝 테이블을 놓아 덴마크 가구가 한국의 전통 공간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창가에는 일본 장인이 제작한 칼한센앤선의 의자 미니어처도 함께 배치했다.
스칸디나비안 감성이 머문 고택
운경고택은 조선 제14대 임금 선조의 후손이자 제12대 국회의장을 지낸 운경 이재형 선생이 1992년까지 거주하던 집이다. 현재는 운경재단과 후손들의 손길로 보존되며, 행랑채·사랑채·안채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소에는 비공개 공간으로, 1년에 단 한 번 정규 전시 기간에만 문을 여는 만큼 오랫동안 많은 이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리빙룸으로 꾸민 안채. 모든 각도에서 조형미가 드러나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아직 국내에 정식 출시하지 않은, 한스 웨그너가 1973년에 디자인한 조명 HJW01과 HJW03도 함께 선보였다.
그 문이 올해 행복작당 기간 동안 활짝 열렸다. 전시 〈운경미감: 다시 열림, 서랍이 사는 집〉은 제목처럼 멈춰 있던 시간의 서랍을 여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사랑채와 안채 두 공간에서는 ‘서랍’을 모티프로 한 세 가지 전시가 이어졌고, 동시에 덴마크 가구 브랜드 칼한센앤선Carl Hansen & Søn의 가구가 곳곳을 채웠다. 공간 연출은 뷰로 드 끌로리아의 문지윤 대표가 맡았다. “4백 년의 시간을 품은 공간과 1908년 덴마크 오덴세의 작은 공방에서 비롯된 가구의 시간이 교차하며 서로의 이야기가 연대하는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세대를 이어온 이들의 마음이 닮아 있죠. 서로의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만남을 머릿속으로 그렸고,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처마 아래에 걸린 CH25는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지며 큰 관심을 받았다.
사랑채에 들어서면 오크 소재의 CH24(Y 체어, 위시본 체어), CH337 다이닝 테이블, 뵈르게 모겐센Børge Mogensen의 BM0057 캐비닛이 어우러져 다이닝룸 겸 티룸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맞은편에는 허정은 작가의 전시가 펼쳐졌다. 작가는 수십 년간 모은 서랍 속에 각종 오브제를 채워 넣어 마치 ‘서랍 안의 연극’을 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곳에 놓인 CH327 테이블과 CH36 체어는 가구와 예술이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무대를 완성했다.

뵈르게 모겐센의 BM0057 캐비닛 역시 동양적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칼한센앤선의 액세서리 라인인 나무 도마, 플레이트, 화병도 곳곳에 배치했다.
연못을 건너 안채로 들어서면 대청마루는 또 다른 장면을 만들어냈다. 평상을 연상케 하는 올레 완셔Ole Wanscher의 OW150 데이베드, 둥근 모서리가 인상적인 리케 프로스트Rikke Frost의 1인 소파, 호롱갓을 닮은 한스 웨그너Hans J. Wegner의 조명 HJW01 등이 오브제처럼 놓여 있었다. 뒤란 풍경과 어우러져 포근한 무드의 리빙룸을 완성했다. 이곳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이어졌는데, 하나는 서랍 33개가 놓인 공간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 마케터, 교정교열가 등 각자의 서랍에는 그들의 소장품이 가득했다. 마치 누군가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시간. 이어 마지막 방에는 도예가 박성극, 유리 공예가 박선민, 목공예가 김민욱, 섬유 공예가 박진영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서랍 속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B급’ 작품을 꺼내 그 안에도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머문 곳은 단연 마당이었다. 전시 감상을 마친 관람객들은 운경고택 처마 아래 곳곳에 배치된 마스터피스 체어에 앉아 고택의 정취를 느끼며 전시의 여운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CH24 체어의 좌판 위빙 시연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장인이 의자 하나에 들인 시간과 정성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고, 일부 관람객은 직접 위빙을 체험하며 나무의 결과 손끝의 감각으로 가구가 완성되는 과정을 생생히 경험했다.
글 백세리 기자 | 문의 www.carlhansen.com
“행복작당에서 한국 소비자와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날 수 있어 매우 뜻깊었습니다. 오랜 기간 칼한센앤선 제품을 사용해온 사람으로서, 이번 컬렉션이 운경고택의 공간과 완벽히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능성과 장인 정신이 담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한국 전통 공간과 현대적 환경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음을 확인했지요. 좋은 디자인이 시대와 문화를 넘어 오래도록 사랑받는다는 믿음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_칼한센앤선 이누즈카 게이코犬塚 景子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