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행복작당 부산을 하루 앞둔 이른 아침, <행복>편집부는 달맞이길로 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행복작당이 서울을 벗어나 부산으로 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를 앞둔 무렵 설렘과 긴장이 공존했다. 서울을 기준으로 KTX로 세 시간이 넘는 거리, 거기서 다시 달맞이길까지 이동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위치. 여기에 행사 기간 비 소식까지 있어 과연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이 부산을 찾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6월, 특집기사 ‘부산본점’을 준비하며 부산 지역만이 지닌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무릇 나눠야 하는 법. <행복>은 행복 구독자를 비롯해 보다 많은 이에게 부산이 머금은 부산스러움을 전하고 싶었다.
서울을 벗어나 부산으로 향한 행복작당.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아보다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부산 달맞이길 복합 문화 공간 에케. 이곳은 행복작당 부산의 입장처이자 전시장 역할을 담당했다.
흐릿한 서울과 달리 부산은 그야말로 화창했다. 우려와 달리 비는 오지 않았고, 멀리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시원하게 식혀주었다. 달맞이길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자 부산 바다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풍경을 혼자가 아닌 많은 관람객에게도 소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근심과 걱정은 부산에 오길 참 잘했다는 낙관으로 바뀌었다.
건축가 고호성은 행복작당 부산 기간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사람과 장소의 관계에 주목하는 그의 건축관과 사례를 소개했다.
<행복>기획전이 열린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31호에서 미들맨갤러리 정순목 대표의 수집품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
행복작당 부산은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만남의 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빈티지 가구 편집숍 에임빌라는 행복작당 부산의 아트워크를 담당한 캐릭터 쎄봉라마와 협업전으로 인연을 맺었다. 접점도, 공통점도 전혀 없던 두 브랜드는 첫 만남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귀여운 오리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같은 분위기는 관람객을 잠시나마 동심의 순간으로 안내했다. 행복작당 부산 기간 모두를 초대하는 집으로 변모한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역시 여러 기획전 및 협업전을 통해 다양한 인연을 맺는 장소가 됐다. 크리에이터 7인이 오랜 세월 모아온 수집품을 보여주는 <행복>기획전 <나의 수입 일기:호호낙낙>은 관람객에게 수집이란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했다. 아파트먼트풀 스테이와 김보림 작가는 <보림이네 부엌>전을 통해 회화와 도자, 부엌과 식탁에서 쓰는 물품, 작가가 배열한 계절 과일과 꽃 설치물 등 이질적인 것의 조화를 모색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라마까사, 해스텐스, 끌레드뽀 보떼, 룸메나 등 브랜드가 기획전 및 협업전을 통해 관람객과 만나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41호에서 열린 <보림이네 부엌> 전시를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장난기 넘치는 쎄봉라마의 오리 캐릭터는 행복작당 부산을 찾은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부산 곳곳에서 피어난 인연
행복작당 부산은 오픈 하우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가교 역할도 톡톡히 했다. 부산에서 목공 작업을 하는 키미누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 문을 활짝 열고 다양한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부산을 대표하는 건축가 고호성 또한 사무소 PDM파트너스를 일부 개방해 건축과 지역, 사람의 관계성을 살피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름다운 조경을 자랑하는 모모스커피는 가구 큐레이션으로 인연을 맺은 편집숍 엔포유와 함께하는 가구 도슨트 시간을 마련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가구 이야기와 관람객이 눈 맞춤 하는 시간을 선사했다.
은은한 차향과 창밖으로 보이는 해운대 달맞이길 풍경이 어우러진 비비비당.
오래된 주거 공간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생시킨 오초랑. 전시 <흙의시간>을 감상한 관람객들이 마루에 앉아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편 부산 여기저기서 열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클래스는 관람객에게 생경한 경험과 만남을 주선했다. 부산의 감각적 리빙 쇼룸 넥시스 엠포리움 해운대와 가구 편집숍 엔포유는 모모스커피 전주연 대표와 함께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커피 취향을 알아가는 자리를 마련했다. 비비비당은 원소윤 대표와 함께 잎차 및 말차 다법을 체험하는 클래스를 진행해 한국 정통 다도 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게 했다. 침구 브랜드 해스텐스는 제품 체험과 싱잉볼 클래스를 연결, 관람객에게 쉼의 시간을 선사했다. 새로운 장소에게 생경한 모습과 만난 행복작당 부산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