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와 삶의 도면을 그리는 일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처음 마주하는 복잡한 상황과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예비 건축주를 위해 디자인하우스가 서울특별시건축사회와 함께 올 9월, 실전 건축 입문 프로그램 ‘건축사와 함께하는 건축주 대학’을 개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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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심에서 공간 가치 중심으로
디자인하우스와 서울특별시건축사회가 시민 건축주 대학 운영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진행했다. 지난 5월 27일, 서울시 서초동에 위치한 건축사회관 7층 회의실에서 서울특별시건축사회 박성준 회장과 디자인하우스 이영임 부사장은 건축주의 알 권리 부여 및 시민과 건축사가 함께하는 올바른 건축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건축사와 함께하는 건축주 대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협약을 맺고 향후 방향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지난 2024년 30대 회장 선출 이후 5월부터 시민에게 다가가는 건축사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준비해왔다. 건축사 브랜딩, 시민 교양으로서 건축 학교, 시민과 함께 하는 건축 투어 등 시민과 소통을 통해 건축사를 알리고 건축사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축주 대학도 이 같은 흐름의 일환으로 준비했다. 박성준 회장을 필두로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건축주 대학을 운영할 파트너를 물색하고자 여러 언론, 미디어 플랫폼, 학교 등과 접촉했고, 지난 1월 <행복이 가득한 집> <월간 디자인> <럭셔리> 및 건축 관련 단행본을 출간해온 디자인하우스와 협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27일 서울시 서초동 건축사회관 7층 회의실에서 서울특별시건축사회 박성준 회장과 디자인하우스 이영임 부사장이 건축주 대학 운영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건축과 부동산 수익의 관련성을 떼어놓기는 힘들다. 이에 따라 대개 부동산 언론, 부동산 개발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건축주 교육 프로그램은 부동산 투자 중심의 강좌로 구성해 진행해왔다. 디자인하우스와 서울특별시건축사회가 진행하는 ‘건축사와 함께하는 건축주 대학’은 건축주로 하여금 집을 짓는 전반적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었 다. 투자에만 초점을 맞추면 설계와 답사, 유지 보수 같은 실용적 내용을 간과하곤 하는데 ‘건축사와 함께하는 건축주 대학’은 이에 대한 내용을 촘촘하게 구성했다. 좋은 집을 위해 필요한 좋은 입지를 보는 안목과 좋은 시공사를 고르는 팁도 전한다. 이를 위해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지난 2024년부터 시민건축학교 추진위원회를 신설, 체계와 전문성을 확보해왔다. 1년간의 계획 수립 및 꾸준한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렸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가 운영해온 글로벌건축최고위과정과도 중복되지 않으면서 보다 실질적인 접근을 하기 위한 커리큘럼을 고민했다.
‘건축사와 함께하는 건축주 대학’은 집 짓기에 대한 프로세스, 재무, 법률, 시공 전반 등 건축의 A to Z를 알려줄 예정이다. 예비 건축주를 대상으로 내 집 짓기란 무엇인지부터 수익형 건축물 개발, 정부 정책을 반영한 건축물 개발, 건축 자금 가이드, 시공사 선정 및 건축사의 역할, 집 짓기 전뿐만 아니라 집을 짓고난 후에 챙겨야 할 내용에 이르기까지 건축주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개발, 설계, 현장 답사, 금융, 회계, 시공, 유지 관리 총 일곱 개 강좌를 구성했다.‘건축사와 함께하는 건축주 대학’은 주 1회, 총 12주에 걸쳐 진행한다.
INTERVIEW
서울특별시건축사회 30대 회장 박성준
“건축은 관계학이다”
1993년 ㈜건축사사무소 우리공간을 개업하고 30년 넘게 현업에 종사해온 건축사 박성준. 그는 오랜 기간 서울특별시건축사회 회원 및 임원으로 활동하다 작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시민에게 다가가 건축사를 알리고자 다양한 방향을 모색 중에 있는 박성준 회장을 만나 최근 디자인하우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건축사와 함께하는 건축주 대학’을 운영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물었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 박성준 회장이 디자인하우스와의 협약 및 건축주 대학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어떤 기관인가요?
대한민국에는 대한건축사협회가 있습니다. 여기에 17개 시도의 건축사회가 있는데요,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그중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서울에 있는 건축사협회죠. 건축이라는 게 안전 문제와 직결되고 규정에 대한 정보 교환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거든요. 법이 개정되는 내용에 대해서도 계속 인지해야 하고 그에 걸맞은 교육도 필요하고요.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서울에 있는 건축사를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징계도 합니다. 건축사가 올바르게 일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자정 역할을 하고 있어요.
― 평소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어요. 서울시 공공 건축가로 활동하기도 했죠. 이유가 있을까요?
건축은 그야말로 사적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와 잘 맞는 건축주를 만나서 의뢰를 받고 그 사람에게 나의 작품을 선사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죠. 시대가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건축이 제도와 사회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거죠. 건축사가 단순히 개인의 집을 짓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공공적 관점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인식 전환으로 건축의 사회적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 건축의 공공성과 건축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관인 서울특별시건축사회가 ‘건축사와 함께하는 건축주 대학’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대중은 건축사에 대해 잘 몰라요. 건축가는 많이 들어봤어도 건축사는 조금 생소해하죠. 차이가 있어요. 건축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통칭해 건축가라 한다면 건축사는 국가 자격이 있어야 해요. ‘국민의 안전과 주거 문화의 창달을 위해서 법적인 자격을 갖춘 사람’이란 법적 정의도 명확하죠.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자격증이 없으면 아키텍트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해요. 건축사가 시민 곁으로 다가가야 대중의 인식에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단순 홍보 전략을 세울 수도 있었겠지만,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협회의 성격에 맞는 접근을 생각하다 교육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건축주 대학을 통해 건축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를 만들고, 올바르게 건축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싶었어요.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주에서 나오거든요.
― 좀 더 풀어서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건축사 입장에서 보면 건축사를 이해하고 신뢰할 줄 아는 일이겠죠. 요구할 걸 요구하지 않는 사람이 좋은 건축주는 아니에요.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믿음을 지니고 일할 수 있는, 그러려면 건축사에 대한 이해도가 수반돼야겠죠. 또 하나는 주변 환경도 어느 정도 배려할 줄 아는 건축주예요. 단위로서 동네가 좋아져야 거주 환경도 좋아지거든요. 내 건축만 생각하기보다 전체를 바라보고 적절한 선에서 양보하면 좋은 건축이 나올 수 있다, 건축주 대학에서 이와 같은 사례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 많은 매체 중 디자인하우스와 협약을 맺었어요. 건축주 대학을 함께 운영하고자 했던 배경도 궁금해요.
건축주 대학의 목적은 시행 사업 같은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집을 잘 지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을 실무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게 주된 목적이에요. 디자인하우스는 〈행복이 가득한 집〉을 필두로 집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다양한 분에게 소개해왔잖아요. 협회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과 잘 맞닿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건축에 대한 이미지, 우리가 하려고 하는 취지에 맞게 잘 전달될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 건축주 대학을 찾아올 예비 건축주에게 어떤 내용을 전할 계획인가요?
‘건축사와 함께하는 건축주 대학’은 건축사 아홉 명과 회계사 한 명으로 강사진을 꾸렸어요. 강의는 총 12강으로 구성했는데요, 먼저 2주에 걸쳐 진행하는 개발 과정을 통해 내 집 짓기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좋은 입지를 고르는 방법을 살펴볼 거예요. 이어 3주 동안 설계 과정을 통해 나에게 맞는 집과 건축사를 보는 안목, 집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변수인 법규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후 다양한 주거 사례를 분석하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이 무엇일지 탐구하고, 현장 답사 시간과 세금 및 회계에 관한 강의를 진행한 다음, 집 짓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공의 중요성과 향후 유지 관리를 위해 필요한 지식에 대해 살피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리면 일방향적 교육처럼 느껴질 수 있을 텐데요, 제가 생각하는 건축은 관계학입니다. 수강생은 곧 예비 건축주이기도 해요. 건축주 대학의 강사진은 현업에 종사하는 건축사이기도 하고요. 수강생이 미래의 건축주가 될 수도, 건축사가 수강생의 집을 짓는 파트너가 될 수도 있습니다. 건축주 대학이 건축사의 세계, 건축의 세계를 잘 모르던 분과 관계를 형성해가며 자신이 모르고 있던 세상을 알아가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궁금한 건 언제든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고 답을 들을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글 김승훈 기자 | 사진 이기태
2025 건축사와 함께하는 건축주 대학
설계부터 시공, 세무까지 내 집을 짓고 싶은 모든 예비 건축주를 위한 실전 강의 건축주 대학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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