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오전 4시 22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미항공우주국(NASA) 소속 비행사 두 명을 태운 유인 우주선이 발사됐다. 우주선 이름은 ‘크루 드래곤’, 목적지는 고도 400km 상공의 국제우주정거장. 지구를 떠난 지 22시간 후, 우주 비행사 더글러스 헐리와 밥 벤켄은 ‘궤도 발레’라 불리는 우아한 몸짓으로 도킹에 성공해 우주정거장에 들어섰다.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부부가 발사 현장에서 열렬히 박수를 쳤고, 이 놀라운 기획의 실행자인 일론 머스크는 막춤을 추며 자축했다. 언론은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발사체의 성공에 의미를 부여하는 리포트를 쏟아냈다. 크루 드래곤이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이라는 것, 이를 통해 민간 우주 개발이 궤도에 오를 거라는 것, 우주여행이라는 ‘범우주적인 거대한 농담’이 조만간 현실이 될 거라는 게 포인트였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 과학과 탐사의 대상이던 우주가 앞으로는 산업과 비즈니스의 대상이 될 거라는 선언적 이벤트가 성공했음을 의미하는 거였다.
아폴로 11호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후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로 진행하던 우주개발에 민간 기업이 기웃거리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의 일이다. 일론 머스크가 민간과 정부의 우주선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이스 엑스를 설립해, “달과 화성에 기지를 건설하고, 50년 안에 1백만 명을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고 공언한 게 2002년의 일이다. 그는 크루 드래곤이 무사히 돌아오면 스타십이라 이름 붙인 대형 우주 여객선을 개발해 화성 탐사와 정착을 구체화하겠다고 호언하는 중이다. 당장 코앞에 둔 계획은 내년 말까지 민간인 관광객 네 명을 우주선에 태워 지구 저궤도에 진입하는 일이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이라는 뉘앙스를 품고 해외 토픽에 등장하는 우주여행 기획자는 더 있다. 달나라에 무인 물품 배송을 하겠다며 블루 오리진이라는 회사를 차린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는 올해 하반기 상업 비행을 준비 중이다.
버진 걸랙틱의 리처드 브랜슨은 고도 80km 상공에서 우주 공간의 무중력을 체험하는 상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4억 원에 육박하는 티켓 가격에도 6백 명이 넘는 희망자가 손을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주까지 가는 게 아닌 지구의 준궤도를 도는 체험이지만, 전문가들은 5년 후에는 궤도를 여행하는 수준까지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전망한다. 물론 이런 장밋빛 행보에 난제의 디테일이라는 이면이 없는 건 아니다. 인간이 화성까지 가는 데 2년이 걸린다는 점, 달이든 화성이든 땅에 발을 딛고 사는 게 아닌 우주정거장이나 캡슐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점, 인간의 신체적 적응력이 아무리 좋다 해도 황량한 달과 화성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다.
2024년 달 궤도 우주정거장을 지은 후 2028년 달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미국, 2030년까지 달 뒷면에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중국과 유럽, 거기에 발사체 재활용 등으로 효율성과 경제성을 거머쥔 민간 우주개발 기업까지 경쟁하면서 앞으로의 우주는 지구의 일부인 양 뉴스에 등장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미래의 설계자’를 자처하는 억만장자들의 우주 베팅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관전거리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주를 향한 인간의 꿈을 실현하게 한다는 그들의 공격적 상상력이 우주 자체에 어떤 결과를 안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주에 집착한 몇몇 억만장자의 독창적 상상력 덕분에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우주를 파괴할 것이다.” 크루 드래곤이 성공적으로 발사된 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칼럼의 한 대목이다.
문일완은 <바자> <루엘> <엘라서울> 등 독자층이 제각각인 패션 잡지, 남성 잡지, 라이프스타일 잡지를 넘나드는 바람에 무규칙한 문법이 몸에 밴 전직 잡지쟁이다. 그래픽 노블을 모으고 읽는 것, 아무 골목길이나 들어가 기웃거리는 게 요즘 취미 생활. 칼럼니스트로 여러 지면에 글을 쓰느라 끙끙대고, 사춘기 코스프레 중인 딸과 아웅다웅하며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