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디자인 강국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최근 서정화, 김진식 등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을 졸업한 디자이너들의 국내 활약이 도드라지며 더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전문가와 디자이너 4인이 추천한, 지금 주목할 더치 디자인 스폿 11.
윤석현 지난해 디자인 아 카데미 에인트호번을 졸업 하고 네덜란드에서 다양 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디자이너. 구운 세라 믹 재료에 옻칠공예 기법 을 더해 한국 전통 공예의 정신과 심미성을 연구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도자 기 생산과 사용을 탐구하 고 있다. 졸업 전시에서 가 장 완성도 높은 단 하나의 작품에 수여하는 ‘르네 스 미츠 어워드Rene´ Smeets Award’를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더치 디자인의 정수가 한데 모인 복합 문화 공간
카제르너
© 윤석현
“카제르너Kazerne는 에인트호번 시내에 자리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각종 디자인 프로젝트를 전시하는 널찍한 공간 안에 레스토랑과 바가 함께 위치해 작품을 감상하며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전시를 위해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 학생들이나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덕분에 더치 디자인의 최신 경향을 살펴보기 좋다. 전시 퀄리티가 높아 개인적으로도 자주 들르는 곳으로, 지난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부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일스 크로퍼드Ilse Crawford와 오스카르 페냐Oscar Pen˜a가 큐레이션한 그룹전 <희망Hope>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단지 내에 호텔, 디자인 숍 등도 위치해 에인트호번 디자인의 정수를 경험하기에 제격이다.” kazerne.com/en
작업실과 쇼룸을 갖춘 디자이너의 아틀리에
피트 헤인 에이크
© 윤석현
“더치 디자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피트 헤인 에이크Piet Hein Eek의 작업실, 사무실, 생산 라인, 레스토랑, 편집숍 등으로 이뤄진 공단. 작품을 전시하는 쇼룸 바로 옆에서 생산 과정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한 공간 구성이 흥미롭다. 공단 내에 신생 디자이너를 위한 아틀리에도 운영하는데,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 작업실이 한데 모여 창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편집숍, 레스토랑에서도 피트 헤인 에이크를 포함한 여러 디자이너의 다채로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 지금 가장 트렌디한 더치 디자인을 목격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pietheineek.nl/en
이하진 네덜란드어와 영 어학을 전공하고 주한 네 덜란드대사관에서 문정관 으로 재직 중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과 네덜란 드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 로, 2016년 신설된 문화부 를 이끌고 있다. 네덜란드 와 한국의 문화 예술 협력 을 위한 정책을 짜고, 한국 내 네덜란드 예술 활동과 두 나라 간 문화 교류 사업 을 기획 및 지원하며 두 나 라의 문화 예술 분야를 잇 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가장 트렌디한 디자이너 컬렉티브
더치 인버추얼스
© Dutch Inventuals
“에인트호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컬렉티브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웬디 플롬프Wendy Plomp가 2009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위한 더치 디자인 전시 큐레이션을 의뢰받은 것을 계기로 결성했다. 당시 전시를 구성했던 소규모 디자이너 그룹을 시작으로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디자이너들이 합류해 지금은 80명이 넘는 대가족이 되었다. 탄탄한 구성원을 기반으로 감각적인 더치 디자인 전시를 기획하고, 에인트호번과 밀라노를 비롯해 런던, 파리 등지에서 이를 선보이고 있다. 각자의 경험과 인사이트가 모여 작업이 늘 풍요로워진다는 더치 인버추얼스Dutch Inventuals는 지난해 결성 10주년을 맞았다. 함께하는 시너지를 계속 키워나가고 있는 이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www.dutchinvertuals.nl
디자인 여행의 바이블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 Jannes Linders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Stedelijk Museum Amsterdam이다. 2012년 레노베이션 이후 신구의 조화가 인상적인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기존의 19세기 적벽돌 건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과감하고 현대적인 증축을 한 벤트험 크라우얼 건축사Benthem Crouwel Architects의 디자인이 재개관 당시 많은 이목을 끌었다. 헤릿 릿펠트 Gerrit Rietveld의 적청 의자부터 마르턴 바스Maarten Baas의 가구에 이르기까지 1920년대부터 수집해온 폭넓은 더치 디자인 컬렉션을 접할 수 있다. 상설전 일부의 전시 디자인은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맡았으며, 매년 네덜란드 최고의 책 디자인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전시뿐 아니라 곳곳의 감각적인 그래픽, 양질의 예술 서적을 갖춘 서점과 뮤지엄 숍까지, 이보다 더 종합적으로 현대 예술, 디자인 애호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은 없을 것이다.” www.stedelijk.nl/en
단 하나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에인베르크
© Peter Tijhuis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된 ‘혼자’를 실천하는 갤러리가 있다. 한 번의 전시에 단 한 점의 작품만을 소개하는 공간 에인베르크Eenwerk다. 그래픽 디자이너 율리위스 페르묄런Julius Vermeulen이 설립한 전시 공간으로 역시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그의 오랜 파트너인 이르마 봄Irma Boom의 서재 겸 작업실과도 연결되어 있다. 각자, 또 같이 작업이 가능한 내부 공간 구성과 전통 건물 사이에 자리 잡은 모던한 외관이 강한 존재감을 뽐낸다. 그 자체가 작품이면서 내용도 알찬 이르마 봄의 책처럼 에인베르크 역시 작품 같은 건물 안에서 좋은 콘텐츠를 전달하고자 한다. 디자인, 건축을 포함한 모든 예술 장르를 다루며 종종 도서 발간 행사 등도 연다.” www.eenwerk.nl
최민영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를 퍼포먼스,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 는 디자이너. 디자인 아카 데미 에인트호번을 졸업한 후 네덜란드에서 디자이너 로 활동하며 디자인과 음 식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 하는 플랫폼 ‘민영 코리안 푸드랩Minyoung Korean FoodLAB’을 운영하고 있 다. 현재 태어나고 자란 도 시 울산을 테마로 사회적 이슈와 로컬의 감성을 담 아낸 퍼포먼스 비디오 작 업 ‘울산의 눈물Tears of Ulsan’을 제작 중이며, 색 다른 다이닝 이벤트를 위 해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기획하고 있다.
음식과 디자인의 만남
미디어매틱
© Anisa Xhomaqi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미디어매틱Mediamatic은 네덜란드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 트렌드에 관한 다채로운 워크숍과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다. ‘오가닉’, ‘푸드 시스템’, ‘푸드 리서치’, ‘익스페리먼트 다이닝’ 등 음식을 테마로 한 스페셜 이벤트를 제공하는 곳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에 신설된 ‘푸드 논 푸드Food Non Food’ 학과와 협업해 음식과 디자인을 주제로 한 워크숍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www.mediamatic.net
더치 디자인의 새로운 챕터
컬래버레이션 O
© Collaboration O
“크래프트맨십을 기반으로 뭉친 12명의 디자이너가 각각의 개성을 살려 ‘따로 또 같이’ 작업을 선보이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O.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을 졸업한 이우재 디자이너가 대표로 있는 컬렉티브로, 독특하고 실험적인 방식이 가미된 아티스틱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10년 전에는 더치 디자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주로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재료를 활용한 오브젝트 형태였다면 현재는 각기 다른 문화적 백그라운드를 지닌 전 세계 학생들이 다채로운 작업물을 쏟아내며 새로운 챕터를 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최전선에 있는 곳이다.” www.collaboration-o.com
공간과 건축에 관한 워크숍의 장
헷 니우어 인스티튀트
© hetnieuweinstituut.nl
“로테르담에 위치한 뮤지엄이자 교육기관 헷 니우어 인스티튀트Het Nieuwe Instituut는 건축, 디자인에 관한 수준높은 기획전과 아카이브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 최고의 건축 학교 중 하나인 델프트 공과대학교가 위치한 도시답게 드로흐Droog, MVRDV 등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공간·건축 디자인에 관한 전시가 자주 열린다. 상설 전시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와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워크숍, 토론, 강연 등 알찬 프로그램으로 명성이 높다. ‘더치 디자인’의 변화와 방향성에 대한 현주소를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 스폿!” hetnieuweinstituut.nl
비비안 김 네덜란드 암스 테르담에 거주하는 프리랜 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매니저. ‘네이버 디자인’ 통신원이자 라이 프스타일 블로거, 라이프 스타일 숍 ‘마이 암스테르 담’ MD로도 활동 중이다. 암스테르다머들이 주로 찾 는 핫 플레이스와 암스테 르담에서의 일상을 인스타 그램(@my_amsterdam_ story) 계정을 통해 소개하 고 있으며 네덜란드 사회 와 문화를 다룬 책 <물론 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 니다>를 출간했다.
사회를 배려하는 창의적 솔루션
소셜 라벨 랩
© Social Label
“네덜란드 디자인의 또 하나 특징은 ‘디자인을 통해 사회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 디자이너들이 작품 창작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연계해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소셜 라벨 랩Social Label Lab’ 역시 그런 공간. 네덜란드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약자와 디자이너들이 함께 만든 브랜드 ‘소셜 라벨’의 콘셉트 스토어이자 작업실이다. 네덜란드 브라반트Brabant주의 작은 도시 덴 보스Den Bosch에 위치한 버려진 공장을 활용해 만든 곳으로 핑크 컬러로 꾸민 로맨틱한 분위기의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 돋보인다. 피트 헤인 에이크 등 더치 디자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과 소셜 라벨 회원들이 함께 제작한 다양한 가구, 디자인 소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다.” www.sociallabel.nl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더치 디자인의 면모
안다즈 암스테르담
© Andaz Amsterdam
“더치 디자인은 네덜란드 특유의 인간 중심주의, 자유로운 사유, 실험과 혁신, 크로스오버 정신으로 정의된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까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처럼 기능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면서도 위트와 자유분방함이 담겨 있다. 이런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현존하는 최고의 더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가 디자인한 호텔 ‘안다즈 암스테르담Andaz Amsterdam’.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아름다운 운하로 손꼽히는 프린센흐라흐트Prinsengracht에 자리한 도서관을 개조했다. 간결하고 단정한 더치 디자인 고유의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되는 마르셀 반더스의 화려하고 장식적인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강력한 해상 국가였던 네덜란드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델프트 도자기, 나침반 등을 곳곳에 배치했다.” www.hyatt.com/Amsterdam
지속 가능한 패션을 체험하다
패션 포 굿 뮤지엄
© fashionforgood.com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 ‘패션 포 굿Fashion for Good’이 운영하는 뮤지엄. 패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이 지속 가능한 패션을 더욱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도록 마련한 일종의 체험 공간이다. ‘소비’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패션을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와 이벤트 등 각종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fashionforgoo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