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쇠고기를 부드럽게 다져 먹기 좋게 만든 떡갈 비. 갈비살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만들어도 괜찮다. 떡갈비의 태생이 그러하다.
‘글 쓰는 요리사’로 잘 알려진 박찬일 씨는 ‘로칸다 몽로’와 ‘광화문 국밥’의 주방장이자 해박한 지식과 단정한 문장으로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하는 음식 칼럼니스트다. 그 치열한 기록이 <노포의 장사법> <백년식당>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등의 책으로 나왔다.
나는 종종 한심할 정도로 단순한 순간이 있다. 이를테면, 요리를 하면서도 음식의 속사정에 무지할 때가 있는 것이다. 아이가 월간 급식 메뉴가 적힌 유인물을 가져왔길래 직업적 호기심으로 찬찬히 읽어본 적이 있다. 스파게티도 나오고(왜 밥도 같이 나오지?), 탕수육도 보였다(그거, 고기 반죽이 서로 들러붙어서 하나씩 튀겨야 하는데, 전교생 1천 명분을 어떻게 튀긴담?). 눈에 들어온 게 떡갈비였다. 반찬으로 떡갈비를 준단 말이야? 무려 떡갈비를! 그 비싸고 귀한 떡갈비, 갈비에서 살을 일일이 발라내고, 칼로 다져서(절대 기계로 갈면 안 된다. 쇠 맛이 난다고!) 양념을 해서 다시 뼈에 붙인 다음 석쇠에서 숯불로 천천히 구워야 하는 떡갈비라니. 적어도 급식 식당에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걸 나는 안다. 갈비살을 양념해서 내는 정도겠지. 하지만 그래도 비싼걸.
뭐, 내가 그 급식의 내막까지는 몰랐지만, 친구의 이런 말은 솔직히 가슴 아팠다. “떡갈비에 갈비 안 들어가는 건 이미 상식이야. 칼국수에 칼 들어가던?” 요지는 이렇다. 정통 방식으로 만드는 떡갈비도 물론 있다. 그건 비싸다. 갈비라는 고기도 워낙 다양한 부위가 있고, 수입품도 많아 가격이 꽤 떨어졌다. 하지만 떡갈비는 대중 음식이다. 세상에 싼 게 떡갈비다. 그러니 수입 갈비라도 갈비 부위 살을 쓰지 못한다. 대중의 기대 가격이 있는데, 비싼 재료로는 타산을 못 맞춘다는 얘기였다. 그렇구나. 친구는 이렇게 분석한다.
“쇠고기 간 것을 양념해서 빵에 얹어 내면 햄버거, 빵 없이 나가면 햄버그스테이크, 작게 만들면 동그랑땡, 일식으로 꼬치에 꿰어 내면 쓰쿠네, 파·마늘 많이 넣고 구우면 한식인 떡갈비지.” 갈비라고는 단 1g도 들어가지 않아도 떡갈비가 된다. 옛날에 유명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갈비뼈에 조금이라도 살이 붙어 있는 상태라면, 다른 부위의 살을 인위적으로 붙여도 갈비라고 부를 수 있다는 합법 판결이었다. 사기죄로 기소된 사람들이 풀려났다. 그럼 떡갈비는 뼈가 없어도 떡갈비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까. 우리는 이미 관습적으로 대다수 떡갈비는 사실 갈비랑 하등 상관이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속아서 먹는 일은 없다. 하지만 교통정리는 필요하지 않을까. 나처럼 눈치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 진짜 떡갈비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것 같기도 하다.
떡갈비라는 요리에 대한 설은 여럿이다. 원래 궁중 음식인데 왕이 갈비뼈를 들고 뜯는 것이 체통 없이 보일 테니 미리 다져서 먹기 좋게 만들어 올렸다, 치아가 약한 노인을 공경하는 의미에서 살을 다져서 제 뼈에 나란히 붙여낸 데서 비롯했다 등이 다수 설이다. 사실 갈비살은 의외로 질기다. 쇠갈비 한 짝을 발라내도 구워서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부위는 아주 적다. 그래서 다른 부위를 붙이고, 속칭 다이아몬드 칼집을 내어 부드럽게 하며, 양파와 배 같은 온갖 연육 효과를 내는 재료에 담가 부드럽게 만들어 판다. 부드럽기로 소문난 한우의 경우도 그렇다. 떡갈비가 탄생하던 몇십 년 전에는 한우라고 해도 질겼을 것이다. 그러니 떡갈비가 탄생할 조건이 되었다. 그럼 접두어 떡은 왜 붙였을까. 모르긴 몰라도 떡이란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두툼하고 신뢰감 넘치는 의미-떡두꺼비 같은 아들-를 담았을 거다. 떡처럼 끈기가 생기게 주물러 반죽해서 만든다고 명명했을 수도 있다. 떡갈비는 어떻게 만들든 자유다. 갈비에 해당하는 부위 대신 그냥 엉덩이살 같은 걸 골라도 된다. 이미 떡갈비는 ‘갈비’라는 멍에 밖으로 나온 음식이니까.
떡갈비
재료(4인분) 소 정육(갈비든 쫄깃한 맛이 있는 사태든 다 좋다) 600g, 다진 마늘 30g, 다진 양파 30g, 배 간 것 50g, 참기름 10g, 간장 30g, 설탕 30g, 후춧가루·식용유 약간씩
소스 다진 파 20g(파란 부분과 흰 부분을 섞어서), 다진 마늘 10g, 간장 10g, 맛술 20g, 물 200g, 참기름 10g
소스 만들기
1 작은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중약불로 가열한 후, 다진 파와 마늘을 넣고 태우지 않을 정도로 볶는다.
2 맛술을 넣고 간장, 물을 부어 적당한 농도가 될 때까지 졸여 소스를 완성한다.
만들기
1 쇠고기는 살짝 얼린 다음 칼로 다진다.
2 ①에 분량의 양념을 모두 넣고 섞어 가볍게 치댄 후(너무 치댈 필요 없다), 냉장고에서 2시간 이상 숙성한다.
3 기름을 바른 그릴이나 석쇠, 에어프라이어에 ②의 떡갈비를 굽는다. 어떤 경우든 떡갈비에 기름을 잘 발라서 구워야 한다. 고기용 온도계로 속을 찔러서 75°C 이상이면 된다.
4 ③의 떡갈비에 소스를 붓거나 곁들여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