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오래된 화교 중국집에서 내오던 군만두는 실제로 튀긴 만두다. 얼음꽃처럼 피어난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만두소의 조화.
‘글 쓰는 요리사’로 잘 알려진 박찬일 씨는 ‘로칸다 몽로’와 ‘광화문 국밥’의 주방장이자 해박한 지식과 단정한 문장으로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하는 음식 칼럼니스트다. 그 치열한 기록이 <노포의 장사법> <백년식당>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등의 책으로 나왔다. 최근엔 계절 식재료 이야기를 다룬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를 펴냈다.
한 도시의 성격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단서라고 할까, 지표가 있다. 식당으로도 가능하다. 자연산 회의 구성 요소, 대학가 밥집 메뉴와 가격, 돼지고깃집의 인기 부위, 라면에 곁들여 나오는 반찬, 나아가서 순대에 초장이냐 쌈장이냐 소금이냐 같은 것도 잘 보면 재미있다. 나는 종종 중국집을 본다. 간짜장면에 달걀 프라이를 주는지(원래 부산 등지에서만 남은 유물 같은 것인데, 인천과 서울도 주는 집이 있다), 정말 전라도의 중국집에서는 직접 담근 묵은 김치까지 주는지(실제 주는 집을 여럿 봤다!) 하는 것이 흥미롭다. 이런 것은 그 지역의 토양에서 유전되는 중국집의 문화적 특성이다. 하지만 그다지 이런 지역성과 관계없이 내가 따지는 건 만두의 질이다. 한마디로 ‘직접 빚었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점점 기운이 쇠해가는 오래된 화교 중국집에서 무슨 인력과 의지로 만두를 아직도 직접 빚겠는가.
그걸 딱히 기대하는 바도 아니건만 그래도 여전히 그런 집이 남아 있어서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산둥식으로 생강 향을 뿜어내는, 돼지고기 기름이 즙으로 뚝뚝 흐르는 그런 손만두를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서늘해진다. 이제 얼마나 한국의 오래된 중국집에서 이런 만두를 맛볼 수 있을까 하는. 만두의 시중 패권은 이미 신화교로 넘어갔다. 신화교는 한중 수교를 맺은 1990년대 이후 한국에 온 화교를 말한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기술자들이 넘어와서 당대의 중국 만두를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나라 전통 구 화교들이 만드는 만두는 ‘군만두’라는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튀긴 만두다. 구운 것과 튀긴 것은 엄연히 다르지만, 어느샌가 바뀌더니 자연스레 정착했다.
오랫동안 군만두라는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튀긴 만두를 먹다 보니 혀가 그 맛에 길들었다. 튀긴 게 맛있더라는 얘기다. 중국이나 일본의 중국집(이 말은 실은 아주 복잡한 논란이 있다. 중국에 있는 중국식 식당을 중국집이라고 부르는 건 실은 말이 안 되고, 한국에서도 구 화교 인사들이 한국인 화교에 대한 오랜 차별의 흔적으로 보고 없어져야 할 말이라고 한다. 나는 일단 동의하면서도 중국집과 중식당을 겸해 쓰는데, 구 화교의 어떤 분들은 중국집이라는 이국적 의미가 한국형 중식당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니 그리 불러도 되지 않느냐고도 한다)에는 군만두와 튀긴 만두, 즉 한국식 군만두를 같이 파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들 나라의 튀긴 만두는 그다지 내 입에 안 맞는다.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내 혀가 한국 중국집의 튀긴 만두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각설하고, 그럼 정말 중국식 군만두를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레시피가 살짝 일본인이 좋아하게 변한 라멘집의 교자가 바로 군만두다. 피를 얇게 밀고, 일본인이 좋아하는 양배추와 고기를 중심으로 소를 만들어서 물과 기름을 함께 넣은 전용 팬에서 굽는 것이 보통 라멘집의 군만두다. 라멘집이란 본디 중국식 국숫집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처럼 군만두도 판다.
한국에도 요즘 제대로 된 라멘집이 꽤 있어서 군만두를 먹을 수 있다. 이런 만두 중에 하네쓰키 교자라는 게 있다. 만두를 굽다가 전분물을 부어 바삭하면서 얇은 막이 과자처럼 만두에 붙어 나오는 것이다. 그 얇은 막이 마치 하늘하늘한 날개를 붙인 듯하다 하여 그리 명명한 것 같다. 원래 중국식에 있는 기술인데, 빙화氷花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투명한 얼음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경험상 전분보다는 튀김가루나 박력분이 모양이 잘 나온다. 나는 이 빙화교자를 보며 닭튀김에 접목할 힌트를 얻었다. 내 가게에서 파는 닭튀김은 하얀 날개 같은 것이 붙어 나온다. 빙화 교자를 어떻게 응용해볼까 생각하다가 어느 날 라이스페이퍼를 튀김에 붙였더니 정말 반투명한 하얀색 꽃이 피어나는 게 아닌가. 이 메뉴는 인기작이 되었다. 원래 아무곳에도 없는 닭튀김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걸로 그럭저럭 먹고 산셈이다. 그 기억을 되살려 만두에 붙여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만두를 한국식으로 기름에 튀기되, 얼음꽃을 붙여보는 것이다.
꽃 군만두
재료(2인분) 크기가 좀 작은 납작한 냉동 만두 8개, 베트남 라이스페이퍼(원형) 2장, 물 반죽(튀김가루와 물 1:1 비율) ¼컵
만들기
1 만두는 180℃로 가열한 기름에 넣어 3분 정도 튀긴 후 꺼내 기름기를 제거한다(만두 크기가 좀 크면 4~5분 튀긴다).
2 라이스페이퍼는 가로세로 2x6cm 크기로 자른다.
3 ①의 만두를 물반죽에 넣어 옷을 입힌 후 라이스페이퍼를 만두 한 개당 3장씩 붙인다. 한쪽으로만 잇달아 붙여야 모양이 예쁘다.
4 기름의 온도가 180℃인지 확인하고, 라이스페이퍼를 붙이자마자 곧바로 기름에 넣어 3분 정도 튀긴다.
5 소스는 초간장에 고춧가루를 넣는 전통 방식도 맛있고, 마요네즈에 레몬즙을 섞어 찍어 먹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