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희
제주 중문
‘Jungmoon Street 201905’, Color on canvas, 162.0×130.0cm, 2019 © 김보희
‘Jungmoon 1911A’, Color on canvas, 162×130cm, 2019 © 김보희
“싱그러운 첫인상, 사시사철 푸르른 숲, 늘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는 바다와 수평선. 제주의 자연환경은 언제 보아도 좋았습니다. 자연이 본래 지니고 있는 조형적 아름다움과 색깔, 생명력, 경이로움을 충실하게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지난여름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초대전<Towards>에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그림으로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었던 김보희 작가가 제주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제주로 터전을 옮긴 작가에게 그곳의 자연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In Between’, 열대 나무와 꽃으로 이뤄진 ‘The Days’ 등 그의 대표작에서는 작가가 매일 마주하는 자연을 떠올릴 수 있다. 그중 이번 전시에 선보인 ‘Jungmoon’ 시리즈는 작가의 일상이 담긴 작품이다. “이 한적한 거리가 제가 매일 만나는 도시의 모습입니다.” 중문의 길거리를 매일 산책한다는 작가가 지난해 그린 작품은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제주의 특징이 잘 담겼다. 해질녘과 새벽녘의 중문 거리를 각각 표현한 두 작품은 하늘의 빛깔이 스며든 도로와 자동차 전조등 불빛 등을 섬세하게 표현해 그 시간의 공기와 소리까지 전하는 듯하다. kimbohie.com
박지은
이탈리아 피렌체
‘A Little Talk-Florence’, Chinese ink, acrylic and gold leaf on Korean paper, 91×91cm, 2020 © 박지은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풍경이 강렬한 먹의 결을 따라 드러나 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담긴 전경을 한지에 먹과 잉크로 표현하는 박지은 작가는 여행에서 영감 받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은 오묘해요. 설레고 벅차다가도 우울해질 때가 있죠. 그 상반된 감정을 먹으로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그 먹 안에 도시 풍경을 그리는데, 제가 여행을 한 뒤 느끼는 여운을 금박으로 표현했죠.” 동양화와 디자인을 복수 전공한 작가는 두 가지를 모두 살려, 자신이 느낀 감정을 한지 위에 표현한다. 런던, 프라하, 파리 같은 고풍스러운 풍경이 남은 도시 외에 홍콩처럼 현대적인 도시도 그린다. “여행을 한 모든 도시에 애착이 있지만, 하늘길이 막힌 지금 같은 때에 더욱 생각나는 도시가 있죠. 이탈리아 피렌체가 그중 한 곳으로 미술관과 앤티크 숍, 레스토랑이 즐비한 거리를 무작정 걷던 순간들이 그리워요. 무엇보다 두오모 성당에 올라 1~2시간 정도 도시를 마냥 내려다보던 순간이 계속 떠올라요.” 작가는 여행의 추억을 말하며 올해 신작인 ‘A Little Talk-Florence’를 보내왔다. 작가가 추억하는 두오모의 동그란 지붕이 보이는 전경이 먹 안에 담겼다. parkg.co.kr
이상의
스위스 몽트뢰
‘내 마음의 정원-레만 호수에서 Ⅰ’ & ‘내 마음의 정원-레만 호수에서 Ⅱ’, 나무에 옻칠 재료 기법, 70×116cm×2ea. 2019 © 이상의
“지난해 스위스 몽트뢰를 다녀온 후 그 풍경이 줄곧 떠올랐습니다. 도시의 중심인 레만 호수에서는 5월에도 머리에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설산이 보이고 그와 대조적으로 호숫가에는 꽃이 만개했습니다. 마치 두 계절이 공존하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 잊히지 않아 그림으로 표현했죠. 몽트뢰는 프레디 머큐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머물던 도시입니다. 아마 호수의 경치가 그들을 이끌었다고 생각해요.” 동양화를 전공하고 옻칠 회화 작업을 이어가는 이상의 작가는 지난해 다녀온 여행지의 풍경을 그림으로 옮겼다. 현대적인 풍경을 가장 한국적인 방식인 옻칠로 보여준 그녀의 신작 ‘내 마음의 정원-레만 호수에서 Ⅰ’과 ‘내 마음의 정원-레만 호수에서 Ⅱ’다. 각각 분리해 봐도, 함께 놓고 봐도 좋은 작품으로 옻칠 특유의 질감과 색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옻칠 하면 갈색이나 검은색을 먼저 떠올리는데, 알고 보면 화려한 색감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가의 말처럼 화사한 색의 꽃과 멀어질수록 투명해지는 호수의 물색이 작품에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곳에서 느낀 신비로움을 담기 위해 은색 안료를 옻칠과 섞어 베이스로 작업한 것이 꿈결에서 본 무릉도원처럼 느껴진다. 평소 여행을 즐기는 작가의 인스타그램(@sangeui.lee_ottchil_)에서는 그가 영감을 받는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정재규
프랑스 생트 빅투아르산
‘생트 빅투아르산 후경(1989-07-22)’, 1990 © 정재규
1989년 7월 사진작가 정재규는 남프랑스 여행을 했다. 7월 22일 액상 프로방스에 도착해 시내를 벗어나 마르세유로 향하는 길에 생트 빅투아르산Mont Sainte-Victoire을 거쳤다. 폴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산’에 등장한 산의 후면을 작가는 사진으로 남겼다. “세잔의 회화로 익숙한 산의 전경과 판이하게 그 후면은 미스트랄 해풍으로 산 전체가 암벽이 되어 있었다. 예상 못한 이 후경의 암벽 먼 귀퉁이에는 대형 십자가도 보였다.” 작가가 작업 노트에 남긴 글처럼 푸르른 숲을 표현한 세 잔의 그림과 달리 거친 표면의 뒷면은 작가에게 시각적인 충격을 안겼다. 그는 이 산을 통과하며 찍은 사진을 수직으로 배열하고 중앙에 동일한 이미지를 포개 자신이 본 입체적인 산의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즉 사진을 돌아가면서 보면 시작 면과 출구의 끝부분이 서로 모이는 형태가 되는 것. 작가는 이처럼 사진이 지닌 지각적 체험을 강조하는 작품을 ‘조형사진Plastic Photography’이라 명명하며, 작품 세계를 이어왔다. 그렇게 30여 년 동안 구축해온 그의 작품 세계를 지난 7월부터 10월 18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개인전 <빛의 숨쉬기Breathing of Light>로 생트 빅투아르산 외에도 그가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그곳에서 활동한 옛 예술가와 휴양지 등에서 영감받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설박
광주
‘어떤 풍경_무등산’, 화선지에 먹,콜라주, 80×48cm, 2019 © 설박
“무등산은 독특한 지형, 지질 경관으로도 유명합니다. 주상절리로 널리 알려진 서석대와 입석대는 국내 내륙의 어떤 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경이죠. 이를 그림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광주에 터전을 잡고 활동하는 현대 수묵 산수화 작가 설박은 지난해 ‘어떤 풍경_무등산’을 그렸다.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이 지역 청년 예술가와 컬래버레이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업한 것으로 이를 엽서로 만들어 호텔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나눠주었다. 평소 실재하지 않는 풍경인 관념 산수를 주로 그리던 작가가 실존하는 풍경을 그린 것이다. “화선지를 세로로 구겨서 수직의 돌기둥을 표현했어요. 크기가 작은 작품이라 의도했던 웅장함을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언젠가 다시 큰 작품으로 무등산의 비경을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작가의 설명이다. 평소 설박 작가는 먹을 입힌 화선지를 콜라주하듯 이어 붙여 겹겹이 쌓인 산세를 표현한 작품을 주로 완성하는데, 이 방법으로 용암이 흘러내려 굳은 흔적인 주상절리의 독특한 질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먹의 농담으로 산의 깊이와 규모를 표현해 광주를 둘러싼 무등산의 넉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안소현
멕시코 치와와
‘엄마와 건너는 길’ © 안소현
‘아침’ © 안소현
“우연히 멕시코 마을을 담은 사진을 보았는데 제가 막연히 상상하던 이미지와 다르게 아주 평온하고 고요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후 구글 맵로드 뷰를 이용해 멕시코 전역을 찾아보았고 이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맵 로드 뷰로 본 풍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옮기고있는 안소현 작가가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그림에는 따뜻한 빛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져, 보는 이들을 휴식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듯하다. “시골처럼 많이 발전되지 않은 동네를 찾아 그 곳의 풍경을 담는 편인데, 몇몇 작품은 도시에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찾 기도 해요.” 그의 작품 ‘엄마와 건너는 길’과 ‘아침’은 멕시코 북부에 자리한 고원 분지 도시인 치와와Chihuahua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작가가 되기 전 휴식을 위한 공간과 시간을 찾던 그는 실제 가보지 못한 낯선 멕시코 마을에서 따뜻한 쉼을 발견했고 이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내년 2월 10일까지 한강뮤지엄에서 열리는 그룹전 <오늘, 약속이 없어요>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sso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