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 요리 하면 수증기를 이용해 찌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는 한국 찜 요리의 단면만을 맛본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불을 이용한 조리법 가운데 특히 찌는 방식이 발달했는데, 이는 매우 섬세한 조리법이다. 증기 찜뿐 아니라 삶기 찜, 중탕 찜, 밥솥(압력솥) 찜 등 방법과 도구에 따라서도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오뚜기와 함께 전통 한식에 깃든 기다림의 미학, 찜 문화를 <K FOOD: 한식의 비밀>을 바탕으로 탐구해본다.
* 이 칼럼은 디자인하우스에서 나온 <K FOOD: 한식의 비밀>중 제5권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발췌·인용하였음을 밝힌다.

떡 찌기는 최상위의 습열 조리법이다. 바닥에 구멍이 여러 개 뚫린 시루를 솥 위에 올려 찌며, 솥에 담긴 물이 끓으면 그 증기가 전달돼 떡이 익는다. 시루와 솥 사이에는 김이 절대 새나가지 않게 틈새를 밀가루 반죽으로 메우는데, 이를 시룻번이라고 한다. Ⓒ박찬우
우리는 속도가 미덕인 시대에 살고 있다. 버튼 하나로 그럴듯한 음식이 완성되고, 먹고 싶은 음식도 문 앞으로 바로 배달된다. 하지만 이런 속도전 가운데 마음 한편은 늘 허전하고 불안하다. 그 사이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정성과 기다림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성과 기다림은 필수 불가결하기에 하나 마나 한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다림의 가치를 미덕으로 하는 조리법을 살펴보면 밥상을 대하는 시선과 자세는 완전히 달라진다.
인류는 불을 사용하면서 한 단계 진화하고 문화를 창조했다. 한데 불을 이용하는 요리법은 동서양에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는 굽는 조리법이 발달한 반면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에서는 불을 좀 더 다양하게 사용해 조리해왔다. 꼬집어 말하자면 찌는 방식이 그러하다. ‘찌다’는 행위는 시간이라는 가장 값비싼 조미료가 더해지는 과정을 포함한다. 정성으로 만들고 인내해야 맛의 정점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은 오래전부터 기다림을 기본값으로 하는 찜 요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해왔다.
대개는 수증기를 이용해 찌는 방식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수증기로 재료를 익히면 재료 자체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지키면서 열을 고르게 가할 수 있어 오늘날에도 건강 식사법으로 주요하게 다뤄진다. 하지만 조선 시대 조리서들을 살펴보면 시루에서 수증기로 찐 음식만 찜으로 지칭하지는 않는다. 조선 말기 실학자 서유구는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정조지’에서 수증기 찜은 ‘蒸(찔 증)’으로표시하고, 삶기 찜·중탕 찜·솥 찜의 경우는 ‘烝(김 오를 증)’이라고 표기했다. 그중에서도 삶기 찜은 재료에 물을 붓고 장시간 삶아내는 것으로, 글자 그대로 삶기와 찌기가 합해진 것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음식은 족발이다. 조림을 찜의 한 갈래로 해석하는 의견도 삶기 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수분에 따라서도 방식은 나뉜다.
끓인 물의 증기로 찌는 습열식, 수분 없이 건조한 열로 찌는 건열식 등이 그것으로, 요즘 인기인 에어프라이어의 경우가 건열식 찜에 해당한다. 그 밖에도 한국의 찜 요리법은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떡이 가장 최상위의 찜 요리라면,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단연 선膳 요리다. 선 요리에는 채소가 주재료인 것도 있고, 생선이 주재료인 것도 있다. 오이선·두부선·어선 등이 대표적이며, 궁중에서는 장국을 부어 일상 찬으로도 자주 즐겼다. 오늘날에도 찜 요리는 달걀찜, 채소찜, 고기찜 등으로 우리의 밥상을 풍성하게 해준다. 찌기를 한식 조리법의 대명사로 일컫는 이유다. 속도전에서 벗어나 느리게 살고 싶다면 슬로 푸드 정신의 핵심인 찜 요리를 밥상에 자주 올리자. 건강의 비결은 별난 데 있지 않다.
중탕으로 찌고
재료를 담은 그릇을 뜨거운 물에 넣어 간접 열로 서서히 익히는 것이 ‘중탕 찜’이다. 가장 친근한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달걀찜으로, 직접 열기에 닿지 않고 은근한 불에 찌다 보니 입자가 곱고 속까지 고르고 보드랍게 익는 것이 특징이다. 뚝배기에 봉긋하게 올라온 달걀찜보다 앞선 방식으로, 전기밥솥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가정에서 달걀물 담은 그릇을 밥솥에 넣어 함께 익히기도 했다. 밥을 뜸 들일 때 밥솥 안의 수증기와 열을 이용해 찐 것. 다만 중탕이든, 밥솥이든 보드라운 식감을 유지하려면 서둘러 쪄내지 않고 은근한 불에서 익혀야 한다. 여기에 새우젓과 함께 장국을 넣어보자. 살살 녹는 달걀찜에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달걀찜
재료(2인분)
달걀 2개, 물 ½컵, 오뚜기 가쓰오부시장국 1작은술, 새우젓 ½큰술, 쪽파·고운 고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①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가 잘 섞이도록 풀어놓는다.
② 물에 가쓰오부시장국을 부어 섞은 후 ①의 달걀물에 넣는다. 여기에 새우젓을 다져서 넣고 잘 섞는다.
③ 볼에 ②의 달걀물을 붓는다. 물을 담은 깊은 냄비에 그릇을 넣고 젖은 면포를 덮은 뒤 뚜껑을 덮어 약한 불에서 20분 정도 중탕으로 익힌다.
④ ③의 달걀물이 반쯤 익었을 때 쪽파를 송송 썰어 넣고, 나무 꼬치로 찔러 달걀물이 새나오지 않을 때까지 완전히 익혀 먹기 전에 고춧가루를 뿌린다.
쪄서 무치고
찌는 과정은 단순히 음식을 익히는 것을 넘어 재료가 지닌 맛과 향을 끌어내는 시간이다. 채소 조리법으로 제격인데, 수증기로 은근하게 익히는 방식이다 보니 본연의 색과 풍미를 살리는 데 탁월하다. 가지나 꽈리고추 등 제철 채소를 찜통에 쪄낸 후 참기름을 필두로 한 갖은양념으로 무치면 여름 별미로 제격이다. 채소를 찔 때는 5분 내외 수증기로 부드럽게 익혀내는 것이 포인트로, 가지는 손으로 찢어 양념하고, 꽈리고추는 반 자르거나 이쑤시개로 구멍을 뚫어 쪄내야 속까지 잘 익고 양념도 잘 밴다.

가지찜
재료(2인분)
가지 1개, 오뚜기 옛날 볶음참깨 약간
무침 양념_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작은술, 오뚜기 다시마장국 1작은술, 송송 썬 쪽파 약간
만들기
① 가지는 4cm 길이로 토막 내서 길이로 반 잘라 김 오른 찜통에 자른 단면이 밑으로 가게 올려서 6분 정도 찐다.
② 가지가 탱글하게 쪄지면 물기를 짜고 먹기 좋게 길이로 찢어서 양념으로 무친 다음 참깨를 뿌린다.
꽈리고추찜
재료(2인분)
꽈리고추 50g, 오뚜기 더 바삭 부침가루 2작은술, 오뚜기 옛날 볶음참깨 약간
무침 양념_ 진간장 ½큰술, 다진 마늘 ½작은술, 고춧가루 ½작은술,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작은술, 송송 썬 실파 약간
만들기
① 꽈리고추는 꼭지를 떼고 깨끗이 씻어서 반 잘라 부침가루를 묻힌다.
② 김 오른 찜통에 ①의 꽈리고추를 올리고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3~4분 찐 다음, 그릇에 담고 양념을 넣어 무쳐서 참깨를 뿌린다.
삶으며 찌고
삶기 찜은 재료에 물을 붓고 장시간 삶아내는 것으로, 삶기와 찌기를 모두 행하는 조리법이다. 한국에서는 고기 등을 삶을 때 주로 쓰는데, 양념까지 더해 국물이 자작해질 정도로 조려내면 고기에 양념이 스며들면서 아주 부드러워진다. 조림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때 양념으로 시판 갈비양념이나 불고기양념을 활용해보자. 맛 내기는 물론 요리 과정이 한결 수월해진다.

닭찜
재료(2인분)
닭 다리(북채) 4개, 표고버섯 2개, 당근 50g, 꽈리고추 2개, 물 3컵, 오뚜기 갈비양념 ½컵, 소금 약간
만들기
① 닭 다리는 소금으로 문질러 깨끗이 씻는다.
② 표고버섯은 씻어서 밑동을 약간 잘라내고 눌러서 물기를 짠 후 반 자른다. 당근은 큼직하게 썰어서 모서리를 다듬는다. 꽈리고추는 씻어서 긴 것은 반 자른다.
③ 냄비에 ①의 닭 다리와 ②의 표고버섯·당근을 담고 물 3컵 정도를 부어 갈비양념을 넣고 끓인다. 중간중간 국물을 위로 끼얹는다.
④ ③의 국물이 약간 남을 정도로 조려지면 그릇에 담고, ②의 꽈리고추를 끓는 물에 데쳐서 곁들인다.
소를 넣어 찌고
순대는 메소포타미아문명의 기록에서 기원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오랜 전통의 찜 요리다. 우리 음식 문화에도 삼국시대부터 순대가 전해졌는데, 조선 시대에 들어서 19세기 초 <농정회요>와 19세기 말 <시의전서>에 고급 음식으로 순대가 언급되어 있다. 대개 순대는 소나 돼지의 창자에 각종 재료를 소로 채워 넣고 삶거나 찐 음식을 일컫지만, 집에서 만들기엔 오동통하고 쫄깃한 오징어순대가 안성맞춤이다. 강원도 토속 음식으로 이북에서도 즐기는 오징어순대는 오징어 뱃속에 각종 채소나 두부, 고기 등 집에 흔히 있는 재료를 다져서 넣고 쪄서 만든다. 초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오징어순대
재료(2인분)
오징어 1마리, 두부 50g, 다진 양파 20g, 쪽파 2뿌리, 홍고추 ½개, 오뚜기 더 바삭 부침가루 1큰술, 소금 약간, 오뚜기 초고추장 적당량
소 양념_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작은술, 오뚜기 옛날 볶음참깨 ½작은술, 소금· 오뚜기 순후추 약간씩
만들기
① 오징어는 다리를 당겨서 빼내 다리에 붙은 먹물과 내장을 제거한다. 다리와 몸통을 분리해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② ①의 다리는 끓는 물에 데쳐 잘게 썬다.
③ 두부는 으깨서 물기를 짜고, 다진 양파는 소금을 약간 넣고 절여서 물기를 꼭 짠다. 쪽파는 송송 썰고, 홍고추는 길이로 반 잘라 씨를 빼고 다진다.
④ ②와 ③을 모두 섞은 뒤 분량의 양념 재료를 모두 넣고 오래 치대서 소를 만든다.
⑤ ①의 오징어 몸통 안쪽을 마른행주로 닦아 물기를 제거하고 밀가루나 부침가루(분량 외)를 바른 다음, ④의 소를 3분의 2 정도만 채워 넣고 벌어진 부분을 꼬치를 꿰어 봉한다.
⑥ 김이 오른 찜통에 ⑤를 얹어서 10분 정도 찐 다음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이고 식힌다. 한 김 식으면 1cm 두께로 둥글게 썰어 초고추장을 곁들인다.
아름답게 찌고
쪄서 만드는 요리 중 선膳이라는 아름다운 음식이 있다. 대개 오이나 호박을 주재료로, 모두 오이소박이처럼 소를 넣고 찜으로 쪄낸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만들기도 하지만, 재료로 틈을 채우고 쪄내면 오이나 호박의 초록색이 그대로 살아 있고, 싱그러운 풍미와 향은 물론 사각사각한 식감까지 고스란히 지니게 된다. 고명으로는 볶은 쇠고기와 버섯 및 달걀지단만 있어도 충분한데, 이때 불고기양념을 쇠고기와 버섯 양념으로 활용하면 만들기가 한결 간편해진다.

오이선
재료
오이 ½개, 소금물(물 1컵, 소금 1큰술)
소_ 표고버섯 20g, 쇠고기 20g, 오뚜기 불고기양념 1작은술, 달걀 2개, 오뚜기 콩기름 약간
소스_ 물 2큰술, 오뚜기 쇠고기장국 1작은술, 오뚜기 현미식초 1큰술, 오뚜기 요리용꿀 2작은술
만들기
① 오이는 길이로 반 잘라서 3cm 길이로 토막 낸 다음, 어슷하게 세 군데 칼집을 내서 소금물에 절인다.
② 표고버섯과 쇠고기는 가늘고 곱게 채 썰어 불고기양념으로 양념해 볶아서 식힌다.
③ 달걀은 잘 풀어서 달군 팬에 콩기름을 약간 두르고 지단을 부쳐 3cm 길이로 썬다.
④ ①의 오이가 부드럽게 절여지면 물기를 살짝 짜내고 ②와 ③의 재료를 칼집 틈에 채워 넣는다.
⑤ 김이 오른 찜통에 ④의 오이를 올려 4~5분가량 찐다.
⑥ 볼에 분량의 소스 재료를 담고 고루 섞어 ⑤의 오이선에 뿌려 낸다.
시루에 찌고
한국인 밥심의 주체인 쌀은 밥 이전에 죽과 떡 순서로 발달하며 한민족의 밥상에 올랐다. 떡은 시루에 찐다. 요즘은 대나무로 만든 가벼운 찜기를 주로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흙으로 빚은 옹기나 유기 시루에 쪘다. 삶고, 데치고, 끓이는 것처럼 떡 찌기 또한 물을 이용한 습열 조리로, 가장 높은 온도의 열에너지가 전달되는 최상위 습열 조리라는 점이 특징이다. 쌀을 비롯한 곡물을 주재료로 다양한 부재료를 혼합해 개성을 살릴 수 있기에, 황도나 백도 등 과일 통조림을 활용해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별미 시루떡을 만들 수도 있다. 떡은 지극히 자연 친화적이고 과학적이며 독창적인 찜 요리다.

황도시루떡
재료(지름 10cm 틀 1개분)
쌀가루 2컵, 오뚜기 LIGHT&JOY 가벼운 황도 1개, 오뚜기 콩기름 약간
만들기
① 쌀가루는 황도 통조림 국물 1큰술을 넣고 손으로 싹싹 비벼서 체에 내린다.
② 황도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③ ①의 쌀가루에 ②의 황도를 넣고 섞는다. 지름 10cm 틀 안쪽에 콩기름을 바르고 반죽을 넣는다.
④ 김이 오른 찜통에 ③의 틀을 얹어서 20분 정도 찐 다음 떡을 틀에서 빼낸다.

한식 바이블 〈K FOOD: 한식의 비밀〉
오뚜기함태호재단의 지원과 故 이어령 선생의 조언 아래 한식을 종횡으로 통찰한 다섯 권짜리 한식 인문학 책. 한식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이, 한국 문화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자 하는 이, 외국 친구에게 뜻깊은 선물을 준비하는 이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디자인하우스(한글판, 영문판 별도).
기사에 등장한 오뚜기 제품은 모두 오뚜기몰(otokimall.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