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플레이스 이호
업무 태도를 확장하는 출근 룩

이호 대표(@eho_spacehaiku)의 취향이 담긴 아이템. 재킷과 바지는 일본 브랜드 코지마진스 제품이다. 그가 산 옷 중 가장 과감한 디자인이라고. 스웨이드 재킷은 일본 편집숍 네펜데스에서 만든 호그의 제품으로 지금은 사라진 브랜드다. 부츠와 벨트는 더블알엘, 소파 위에 놓인 검은 안경은 셀린느
부동산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이호. 그는 각 공간에 맞는 실루엣을 찾아주듯, 자신의 아웃핏을 실험실 삼아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핏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스타일에 도전하고 있다.
신을 연출한 배경 3개월 전부터 패션에 관심이 생겼다. ‘이 나이 아니면 언제 시도해보겠어’ 하는 호기였다. 비니 대신 뉴스보이 캡을 쓰고, 운동화 대신 워크 부츠를 신었다. 그런 차림으로 출근하니 크루원이 “호대(이호 대표를 줄여 부르는 이름) 왜 저러지?” 하더라. 안 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나 보다. 회사 SNS에 OOTD(outfit of the day) 콘텐츠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때부터 매일 아침 출근 후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요즘 내가 즐기는 놀이다.
패션 취향 아메카지(아메리칸 캐주얼)라는 장르를 입으면 뭐랄까, 세상 사람과 구별 짓는 기분이 든다. 세상과 격리하는 느낌. 그 의식이 나를 자유롭고 특별하게 만들다.
사연 있는 아이템 코지마진스의 데님 재킷. 7년 전, 집 근처의 한 편집숍에 간 적이 있다. 당시 나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한 아이템을 구경만 했다. 3개월 전 그 편집숍에서 구매했다. 내가 가진 옷 중 가장 과감한 디자인이다.
스타일 변화가 일에 미친 영향 3월 17일 핏플레이스 사옥으로 쓰던 연남동 건물에 ‘동네형 라이프스타일 숍’을 연다. 그곳에서 세컨드핸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직접 오사카를 오가며 바잉하는 중이다.
내 또래 사람이 입을 법한 착장을 소개하며 가능성을 제안하고 싶다. “나도 하잖아, 너도 할 수 있어”라고.
42LAB 공간 디자인 최익성
함께 떠나는 옷

최익성 대표(@42lab_)의 패션 취향을 압축한 캐리어. 옷은 헤리티지플로스 제품을 즐겨 입는다. 흰색 티셔츠는 42LAB이 설계·운영하는 카페 프로스콘스의 굿즈, 아디다스 슈퍼스타는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신고 있는 모델이다. 시기마다 디테일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점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의자에 걸린 로브는 여행지에서 기분을 내기 위해 꼭 챙기는 아이템이다. 안경은 왼쪽부터 레스카, 자크 마리 마지, 텐아이반, 브랜드 미상, 향수는 톰 포드의 오드 우드, 불리의 리켄 데코스, 에르메스의 떼르 데르메스, 가바이의 베르 데지르.
공간 디자이너 최익성은 상업과 주거를 넘나드는 공간 디자인부터 브랜딩, 아트 디렉팅까지 폭넓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업은 여행에서 쌓은 경험으로부터 완성된다. 영감을 찾아 떠나는 디자이너, 그와 동행하는 캐리어 속 물건들은 공간을 대하는 자세와 닮아 있다.
일상 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편안하지만 신경 쓴 차림. 여기에 약간의 마이너한 기질이 더해진다. 공간을 만들 때도 그렇지만, 남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편은 아니다. 지금 쓰고 있는 크롬하츠 안경도 ‘크롬하츠스럽지 않아서’ 선택했다. 디테일이 강하고 독특한 디자인이 많은 브랜드이지만, 이 제품은 비교적 담백한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쉽게 찾기 어려운 모델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브랜드에 이런 디자인도 있었나?’ 하는 지점을 좋아한다.
캐리어로 옷장 신을 연출한 이유 여행은 내 작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디자인이라는 일은 비주얼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필요한 만큼 소모적인 면도 많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기억과 감각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내게 여행은 쉼이라기보다 리차징에 가깝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머릿속에 레퍼런스 같은 장면이 차곡차곡 쌓인다. 〈행복〉에도 소개된 적 있는 이민경 작가의 집을 작업할 당시, 코로나19 시기 일본에 거주 중이라 1년간 줌 미팅으로만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그때 “보지 않고도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느냐”는 말을 들었는데, 일본을 스무 번 넘게 오가며 쌓은 경험 덕분이었다. 러닝 숍 ‘37디그리즈’ 프로젝트 역시 작업 직전에 다녀온 베를린의 활기와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옷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템 안경과 향수. 현장을 자주 오가는 직업 특성상 옷으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 디자이너로서 첫인상을 각인시킬 장치가 필요했다. 안경과 향수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남길 수 있다. 그때그때 끌리는 것을 사다 보니 자연스럽게 컬렉션이 형성됐다. 특히 린다패로우 × 드리스 반 노튼 안경은 20년 가까이 착용한 것이다. 현장에서 밟히기도 하고 고장 난 적도 많지만 수리해서 계속 사용한다. 나의 일과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아이템이다.
패션 아이템을 고를 때의 기준 특정 디자인을 고집하기보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본다. 물건 하나를 사면 오래 사용하는 편이라 내가 이걸 충분히 오래 쓸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한다. 그들만의 오리지낼리티와 이야기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베리준오 오준식
일의 감각이 녹아든 워크웨어 룩

시간이 만든 워싱이 멋이 된 오준식 대표(@very.joon.oh)의 데님 룩. 그는 같은 핏의 청바지를 소재만 달리해 여러 벌 장만하고 번갈아 입으며, 바래고 닳아가는 변화까지 자연스럽게 즐긴다. 구두는 폴 스미스·페라가모·톰 브라운·꼼데가르송의 제품을 번갈아 신고, 롤렉스 시계와 톰 브라운·몽클레르 안경으로 마무리한다. 비니는 꼼데가르송. 마르턴 판세베런의 의자 위에는 베이식한 프라다 가방.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오준식은 여러 미팅과 시공 현장을 쉼 없이 오가며 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의 역동적 업무 리듬은 데일리 룩에도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스타일을 집약한 장 침실 한편에는 디터 람스의 유니버설 셸빙 시스템이 자리한다. 취침 전 독서를 즐기는 습관 덕분에 10년 전 첫 인테리어 공사 때부터 곁을 지켜온 가구다. 책은 물론 일상에서 자주 손이 가는 패션 아이템도 이곳에 정돈해둔다. 선반 옆에는 마르턴 판세베런의 의자를 두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비율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의자는 본질에 집중하는 내 미감과 맞닿아 있다. 다음 날 입을 옷을 미리 걸어두는 일 역시 이 간결한 철학의 연장선이다.
나의 ‘잇’ 아이템 라이카 카메라 네 대를 소장하고 있다. 그중 흑백 전용인 라이카 Q 모노크롬은 매 출장길을 함께하는 분신 같은 존재다. 카메라를 어깨에 메는 순간,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안경은 큼직한 원형 프레임을 고수한다. 렌즈 농도가 다른 선글라스를 여러 점 갖추고, 그날의 컨디션과 날씨에 맞춰 매번 신중하게 골라 착용한다.
패션 취향 ‘워크 스피릿work spirit’, 즉 일하는 사람의 정신이다. 수시로 공사 현장을 찾아 실측과 점검을 반복해야 하는 환경에서 효율성은 필수 조건이다. 데님에 슈트와 타이, 블랙 구두를 더해 믹스 매치하는 방식을 즐긴다. 작업자로서 실용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협업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선택이다. 고급 슈트 원단과 투박한 작업복 실루엣이 교차하는 지점을 가장 이상적으로 여긴다. 튼튼한 코튼과 울 소재를 좋아하고, 에이징으로 쌓인 시간의 흔적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영감의 원천 예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와 건축가 렌초 피아노를 동경한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 너머로 삶이 작동하는 워크스페이스workspace에서 깊은 영감을 얻는다. 선호하는 브랜드는 꼼데가르송, 준야 와타나베, 톰 브라운. 이들 역시 만듦새의 본질에 집요하게 집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에게 스타일이란 디자이너는 과거의 포트폴리오로 평가받지만, 내가 마주하는 미팅은 언제나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차림새는 단순한 패션을 넘어 내가 지닌 통찰과 신뢰, 일을 대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작업물에도 내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상하이 코스맥스 공간 디자인 작업을 마쳤는데, 11월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기업 가치관뿐 아니라, 디자이너로서의 단단한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혜인디자인스튜디오 이혜인
경계 없는 일상 룩

에스닉 무드가 깃든 이혜인 대표(@leehaeinn)의 일상 룩. 의자에 걸친 카디건은 강렬한 패턴과 컬러가 특징인 미쏘니의 제품이다. 꼼데가르송의 블랙 팬츠는 자세히 보면 선으로 수놓은 듯한 패턴이 숨어 있다. 강렬한 패턴의 스카프는 엄버 포스트파스트와 팔로마 울의 제품. 겨울이 되면 머리에 휘뚜루마뚜루 두르고 다닌다. 송송 구멍 뚫린 셔츠는 상하이 출신 디자이너 브랜드 지기 첸Ziggy Chen, 타비 부츠는 메종 마르지엘라.
공간 디렉터 이혜인은 다양한 이와 협업하며 공간의 모든 것을 완성한다. 스리랑카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가 디자인한 공간에도, 즐겨 입는 옷차림에도 자연스레 스며 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보낸 시간이 어우러져 탄생한 디자이너의 데일리 룩.
사진 속 장면 평소에 가장 자주 입고, 자연스럽게 느끼는 착장 모음집. 편안하고 자유로운 룩에 외투나 스카프 하나만 바꿔도 분위기가 확 달라지도록 연출해 유연하게 경계를 넘나드는 편이다. 나의 일상 룩에는 에스닉한 무드가 한 스푼 섞여 있다. 스리랑카의 기억과 경험에서 비롯된 취향이다. 스트라이프나 큼지막한 패턴, 강한 텍스처, 볼드한 실버 주얼리 같은 것. 사진 속 식물 역시 자연과 가까이 살던 그때의 생활에서 비롯된 반려 식물들이다.
좋아하는 브랜드 엄버 포스트파스트. 감물 염색이나 소금 염색 패턴 등 소재를 다루는 기법이 독특하다. 덕분에 같은 바지라도 각각 패턴이 달라 하나뿐인 아이템이 된다. 제작 과정과 그 안에 담긴 디자이너의 의도를 상상하는 일이 흥미롭다. 한옥호텔 노스텔지어 슬로재를 디자인할 때 엄버 포스트파스트 조성민 디렉터의 브랜드 제이든 조의 패브릭으로 공간을 마감하기도 했다.
패턴 취향 패턴 러버다. 더운 나라에서 오래 거주한 경험 덕분에 가벼우면서 질감이나 패턴이 있는 옷을 선호한다. 단색 옷을 고를 때도 자세히 보면 은은한 패턴이 숨어 있고, 표면의 결이 살아 있는 것을 택한다.
나의 추구미 자연스러운 여성스러움.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성향이 중성적이다 보니 나름대로 여성스러운 포인트를 항상 넣는다.(웃음) 주름이 잡힌 셔츠를 입거나, 니트에 바지를 입을 때는 힐이나 부츠를 신기도 한다.
완성한 공간과 평소 스타일에 접점이 있다면 공간을 디자인할 때 모든 요소는 기능이 받쳐줘야 한다는 생각이 첫 번째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쓰임을 담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기조로 하되 한 가지 포인트를 넣는다. 최근 인플루언서 수사샤의 집을 인테리어할 때는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운 무드에 체크 패턴 바닥으로 포인트를 줬다. 패션도 비슷하다. 편안한 룩을 추구하면서 나를 드러내는 한 가지 포인트를 더한다. 여름에는 볼드한 주얼리를, 겨울에는 스카프나 니트류를 얹는 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