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 넘은 구축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강미 대표는 주방과 다이닝에서 여러 가지 요리를 시도하며 삶의 에너지를 얻곤 한다.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찾은 정체성
야근과 출장이 잦은 직장인 시절부터 휴일이면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누고, 곁들이는 와인을 고르고, 그날의 무드에 걸맞은 음악을 틀며 자신의 집을 모두의 아지트로 내어준 강미 대표는 트렌드와 개성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데 탁월한 사람이다. 10년 전 잔디밭 뷰에 반해 들어온 옥수동의 오래된 아파트도, 5년 전 문 닫은 세탁소 자리에 오픈한 내추럴 와인 바 abc도, 반년 이상 스무 번 넘게 임장하며 지난해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손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이화동 건물 역시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강미 스타일’을 담았다.

오랫동안 모아온 조리 도구를 벽에 걸어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한다.
특히 장 보고, 재료 손질하고, 조리하고, 뒷정리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바지런히 움직이는 그녀의 동선에 맞춘 주방 인테리어는 강미 대표가 가장 중점을 둔 곳이다.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주방은 상부장 없이 북쪽으로 난 큰 창 아래에 오븐과 도기로 만든 싱크 볼 및 식기세척기를 나란히 두고, 그 앞에 업소용 낮은 냉장고와 냉동고 위로 타일을 올려 큼직한 아일랜드를 꾸몄다. 주방을 가운데 두고 벽 왼쪽은 그릇으로 가득한 팬트리, 벽 오른쪽은 반원 모양의 테이블, 와인 셀러와 빈티지 스피커가 놓인 다이닝 공간이 이어진다. 다이닝 공간 맞은편에 커다란 전신 거울을 둬 주방과의 소통도 놓치지 않았다. 흰 벽과 흰색 나무 바닥, 흰색 패브릭까지 온통 하얀 공간이지만 요즘 자주 보이는 화이트 인테리어와는 결이 다른, 빈티지 화이트라고 해야 할까.
진짜 나다운 곳에서
처음 혼자 살게 된 30대 중반, 그녀는 공간에 대한 생각이 더욱 공고해졌다. “힘들고 지칠 때 집에 대한 생각이 났어요. 내가 있는 공간을 아끼고,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게 진짜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찐으로 나다운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집에서 발현되었어요.” ‘나를 닮은 것으로 오래 가져가자’. 그 시절 마음에 새긴 이 다짐은 내추럴 와인 바 abc의 초석이 되었다. “저를 대변하는 집에서 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제가 만든 음식을 나누면서 abc의 기틀을 다진 거 같아요.” 다채로운 페어링 메뉴를 갖춘 내추럴 와인 바를 표방한 그는 상시 20여 가지 메뉴를 구성했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 새로운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한쪽 벽장에는 다양한 글라스를 배치해 현대미술처럼 구현했다.
올 1월, 옥수동 내추럴 와인 바 abc를 접은 강미 대표는 2월 내에 이화동 자택 아래 ‘abc 소스&델리’를 새롭게 열 계획이다. “기존 abc 대표 메뉴의 근간이 되던 내추럴 소스와 포틀랜드 와인을 선보인 피오티 프로젝트의 와인을 테이크 아웃으로 구매할 수 있는 소매점이자, 커피와 브런치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abc 소스&델리에서 판매를 앞둔 주요 제품은 화학 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내추럴 소스다. 한 가지 소스로 여러 가지 메뉴를 만들 수 있게 하며, 집밥을 좀 더 근사하게 만들고자 하는 모토를 담았다. 고수 베이스의 치미추리 소스는 오랜 기간 레시피를 변형하며 완성한 강미 대표의 필살기. 고기에만 어우러지는 것이 아니라 생선회, 양송이 피클과 함께하는 콜드 파스타 등에 활용 가능하다. abc에서 선보인 굴 파스타에 들어가던 갈릭 오일 소스는 구운 채소를 버무리면 훌륭한 웜 샐러드가 된다. 시금치, 케일, 완두콩 등 제철 채소를 활용한 그린 소스는 생크림을 더해 파스타에 올리면 향긋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20년 가까이 컬렉션한 그릇들을 한자리에 진열한 팬트리 입구.
호기심에서 진정성으로
내추럴 와인 바 abc가 호기심 많고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직진”을 외치는 강미 대표의 첫 시도라면 캠핑 유튜브 ‘강미의 하루’는 그녀의 섬세한 감성을 담았다. “식재료 산지를 찾는 여행을 하다 보니 영상으로 남기고 싶더라고요. 다양한 식재료로 요리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영상미와 재미도 챙기면 좋겠다 싶었는데, 즐겁게 먹고 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 같습니다.”(웃음) 초봄에는 주꾸미를 찾아 서해로, 4~5월에는 나물을 찾아 산으로 가며 10편의 백패킹 오마카세 영상을 만든 그는 2026년, 도시에서 먹고 사는 이야기를 담은 테마도 진행할 예정이다. “보존제가 거의 없는 내추럴 와인을 마시면서 두통이 생기지 않아 관심이 커졌고, 캠핑을 하면서 자연을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에 더 세밀하게 보게 되었죠.” 포틀랜드에서 색다른 와인메이커들을 만나고, 그들의 와인을 접하면서 요리와 와인, 자연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더욱 진중해졌다.
스스로 “궁금증이 생겼을 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점프, 다이브 인 하는 사람, 그로 인해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강미 대표는 말 그대로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나지막하면서도 울림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소신 있게 풀어가는 그녀의 두 번째 챕터가 기대된다.
집밥을 더욱 근사하게 만들어줄 내추럴 와인과 베이스 소스 활용법

강미 대표의 테이블에는 요리의 풍미를 더해줄 포틀랜드 와인이 빠질 수 없다. 내추럴 와인에서는 보기 드문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스윅 와인즈 카베르네 소비뇽’, 오렌지 와인의 맛있는 뉘앙스를 응축한 ‘더 마리그니 화이트 페라리’,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가 반반씩 들어간 경쾌한 와인 ‘페이스 두두’, 산미가 높지 않아 내추럴 와인 비기너도 접하기 좋은 ‘타임머신 블랑’.

강미 대표는 소스를 베이스로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백패킹과 내추럴 와인을 통해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배웠다.

백패킹과 내추럴 와인을 통해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배웠다.
믹스 매치의 조화로움을 즐기는 소스 활용 레시피

강미 대표가 정성그레 요리한 음식과 그가 고른 와인이 테이블 위에 정갈히 놓여있다.
스테이크 두 가지 부위의 쇠고기를 뜨겁게 달군 팬에 올려 모든 면을 2분씩 총 6분 익혀 육즙을 가둔 뒤, 레스팅한 다음 도마에서 자르고 접시에 옮겨 담아 abc 치미추리 소스를 올리면 완성.
웜 샐러드 커다란 브로콜리는 한 입 크기로 자른 다음 끓는 물에 1분간 데쳐 건져둔다. 세로로 길게 잘라 씨를 뺀 색색의 파프리카와 함께 abc 갈릭 오일 소스를 뿌려 오븐에서 5분간 굽는다.
그린 소스 파스타 쇼트 파스타를 알덴테보다 1분 덜 삶은 뒤 abc 그린 소스와 생크림을 배합해둔 팬에 넣고 잘 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