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유완 작가의 테이블에는 그가 만든 유리잔과 그릇, 오브제들이 늘 자리해 있다. 그는 직접 만든 물건을 일상에서 사용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곤 한다.
투명한 유리가 쏘아 올린 세계
호주의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 양유완 작가의 꿈은 자동차 헤드라이트 디자이너였다. 소재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수강한 유리공예 수업에서 그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블로잉의 매력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이 지금의 유리 공예가 양유완을 만들었다.
“산업디자인을 할 때는 모두 미간에 주름이 가득했어요. 0.5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았고, 선 하나를 긋더라도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했죠. 유리 블로잉은 정반대였어요. 정해진 답이 없고 계획한다고 해서 그대로 지켜지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탄생한 자연스러운 형태가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블로잉은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 많지 않아 대부분 짝을 지어 일하는데, 뜨거운 불길 앞에서 빨개진 얼굴로 서로 웃으며 작업하는 모습도 무척 행복해 보였고요.”
유리는 와인 잔이나 접시는 물론 벨 돔, 케이크 스탠드 등 무궁무진한 쓰임을 품은 소재였다. 특별한 날 샴페인 잔을 부딪치는 순간, 기분 좋은 밤 소주 한잔 나누는 시간에 행복감을 북돋아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 또한 고이 모셔두는 작품보다 자주 곁에 두고 즐기는 반려 도구가 되길 바랐다. 유리 하면 떠오르는 정교하고 섬세한 모습 대신 두껍고 손맛이 살아 있는 형태를 택한 이유다.
직접 써봐야 남들에게도 권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유리 기물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인을 초대해 식사할 때면 자신이 만든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고, 선물하기도 했다. 그렇게 작품을 일상에 들이며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은 다음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집과 테이블은 그 과정이 가장 적극적으로 펼쳐지는 장소였다.

주방 한편에는 양유완 작가의 유리 작업과 남편이 수집한 도자를 전시해두었다. 아일랜드 주방과 벽은 패턴이 마음에 들었던 윤현상재의 타일로 마감하고, 나머지 가구는 목재로 따뜻한 느낌을 자아냈다. 펜던트 조명도 그의 작업이다.
갤러리 같은 집
양유완 작가와 남편인 포토그래퍼 양성모, 그리고 갓 돌이 지난 딸까지 세 식구가 사는 집에서도 그의 작품은 일상의 일부로 자리한다. 부부는 지난해 8월, 작업실과 집을 합쳐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추구미는 갤러리 같은 집. 파리 여행할 때 방문한 갤러리 아멜리 메종 다르Amelie Maison D’art가 모티프가 됐다. 갤러리스트 아멜리 뒤 샬라르가 누군가의 집에 온 듯 아늑한 공간에서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길 바라며 선보인 갤러리로, 그곳에서 인상 깊던 모습은 새로운 집 곳곳에 스며들었다.
가까운 지인이던 스튜디오 익센트릭(studio-eccentric.com) 김석훈 대표와 시공을 담당한 아즈랩 김지애 소장은 부부의 요구를 반영해 갤러리의 분위기와 생활의 온기가 공존하는 공간을 완성했다. 일주일에 여섯 번 지인을 초대할 만큼 모임을 즐기는 부부답게 가장 공들인 곳은 거실이다. 응접실과 다이닝룸, 주방까지 하나로 합친 공간에는 사방으로 난 통창을 통해 매시간 다른 위치에서 햇살이 드나든다. 거실 한편에는 유리구슬을 호롱호롱 엮어 만든 오브제가 매달려 있고, 라운지체어 옆에는 커다란 빛 방울을 품은 문진과 화병이 놓였다. 직접 불어 만든 조명을 설치한 주방에는 남편이 수집한 도자와 양유완 작가의 유리그릇, 색색의 잔이 어우러지며 집의 추구미를 완성한다.

남편인 양성모 포토그래퍼가 취미인 음악 감상을 즐기는 거실. 한 켠에는 유리구슬을 이어 만든 오브제를 천장에 달아두었다.
주방은 예술을 만들어가는 놀이터
화려한 석재 패턴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주방은 양유완 작가가 집에서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저에게 요리는 가장 총체적 예술입니다. 음식과 어울리는 음료를 페어링하는 것은 물론 그릇과 잔, 함께 먹는 사람, 그 순간의 향과 음악까지 모두 마리아주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그릇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요리한 음식을 그릇에 담고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어요. 수정과를 담으면 어떤 모습일지, 뜨거운 걸 담아도 괜찮을지…. 이런 궁금증은 직접 써보지 않으면 알 수 없거든요. 요리를 담아보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시간은 작업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주방은 배움의 장이자 놀이터 같은 곳이에요.”
촬영 날에도 그가 테이블에 펼치는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었다. 삶고 으깬 뒤 오븐에 한 번 더 구워 바삭함을 살린 감자는 순은 조각이 눈꽃처럼 펼쳐진 유리 볼에 담은 후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곁들였고, 스페인 여행에서 맛보고 그 신선함에 반한 판 콘 토마테(올리브 오일에 버무린 토마토를 바게트 위에 얹어 먹는 요리)는 반짝이는 기포가 아름다운 벨 트레이에 올렸다. 연어와 루콜라의 조합이 아름다운 스모크드 샐먼 스노보드, 다양한 시즈닝을 더해 구운 우대갈비까지. 모두 손님을 초대할 때 즐겨 선보이는 대표 메뉴다.

이 집에 이사 온 후 층고가 높고 넓은 거실에서 웨스턴 일렉트로닉의 16A혼 스피커가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
그는 여행을 떠날 때면 작은 벨 글라스를 챙긴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을 때나 숙소에서 직접 만든 유리잔으로 여행의 순간을 더욱 자신답게 만끽한다고. 레스토랑에 갈 때면 직접 만든 사케 잔을 셰프에게 팁 대신 선물로 주고 오기도 한다. 그렇게 양유완의 테이블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확장되며 매일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양유완의 테이블 속 즐겨찾기 아이템

유리 공예가로서 양유완을 알린 시작점이자 그의 시그너처인 벨 글라스. 얼음을 넣어서 스월링하면 짤랑이는 소리가 종소리를 닮아 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리 저그는 소스를 담거나 화병으로 쓰기도 하는 활용도 높은 제품이다.

자신이 만든 유리 오브제를 테이블 위에 색다른 방법으로 배치해보며 새로운 쓰임을 발견하기도 한다.

김수연 작가의 푸른 조약돌 시리즈. 전통 자기의 은은한 색감과 쓰임을 결합한 작업으로 청량감이 아름다워 자주 손이 간다고. 사진처럼 그의 덩어리 접시를 올려도 잘 어울린다.
홈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에피타이저 레시피

양유완 작가의 시그너처이자 그가 손님을 초대할 때 가장 자주 하는 요리들. 그의 테이블웨어는 요리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는 존재다.
스모크드 샐먼 스노보드
오렌지, 그린, 화이트 컬러의 조합으로 파티 테이블을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샐러드. 넓은 접시나 보드에 티스푼으로 크림치즈를 얇게 떠서 바르듯이 올린 다음, 한 입 크기로 썬 연어를 사이사이에 얹어준다. 위에 레몬즙과 올리브 오일, 소금과 후추를 더하고, 얇게 썬 적양파와 루콜라, 반으로 자른 올리브를 군데군데 올리면 완성.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갈아 눈 내린 듯 뿌려주면 더욱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