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갤러리와 미술관이 문을 닫으며, 온라인을 통한 전시 관람이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증강현실(AR) 전시는 관람객이 작품을 자신의 공간으로 불러내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5개의 전시를 통해 미래의 예술 관람법을 엿보았다.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전시 4th Wall
© Darian Dicianno / BFA, courtesy of Art Production Fund.
© Sally and Lisle Baker / BFA, courtesy of Art Production Fund.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설치미술 비엔날레 ‘데저트Desert X’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낸시 베이커 카힐 Nancy Baker Cahill이 큰 주목을 받았다. 보호를 위해 개발이 금지된 사막지대인 코첼라 밸리Coachella Valley에서 열린 전시회에 설치된 그의 작품은 자연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AR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사막의 호수를 비추면, 그제야 작품이 하늘위에 그려진다. 자연과 작품이 진정으로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 일종의 퍼포먼스로 시공간에 갇히는 퍼포먼스 예술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전시 이후 작가는 ‘4th Wall’이란 무료 앱을 개발해, 자신의 작품을 도시 곳곳에서 펼쳐 보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앱을 통해 새로운 작품 ‘리버티 벨The Liberty Bell’을 공개했다. 미국 독립 선언을 알린 필라델피아의 ‘리버티 벨’에 금이 간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를 꼬집었다. 작품은 특정 위치에서만 작동되어 미국 내 6개 도시에서만 볼 수 있다. 4thwallapp.org
온라인 신생 갤러리 Acute Art
지난 3월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의 모든 갤러리와 미술관이 문을 닫았을 때, 화제가 된 전시가 있다. 국내외 연예인들도 SNS에 인증 샷을 올린 카우스 Kaws의 AR 전시 <익스펜디드 홀리데이Expanded Holiday>다. AR 기술을 활용해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어큐트 아트Acute Art’가 기획한 전시로 뉴욕, 런던, 파리, 홍콩, 서울 등 12개 도시의 특정 장소를 지정해 스마트폰 앱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전시한 작품은 판매도 해, 온라인에서 제대로 된 갤러리 역할을 했다. 이 성공에 힘입어 초자연적 작품을 선보이는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의 <분데르카머Wunderkammer> 전시도 진행했다. 전시 공간을 정해두지 않아 비를 쏟아내는 구름과 무지개, 타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위로 치솟는 폭포 등을 방 안에서 볼 수 있었다. app.acuteart.com
전시 공간을 만든 작가 All
뉴욕에서 활동하는 칠레 출신의 아티스트 세바스티안 에라수리스Sebastian Errazuriz는 코로나19로 전시를 열 수 없게 되자, AR 전시 플랫폼인 ‘올All’를 개발했다. 3D 프린트로 제작한 조각상 시리즈, 2017년에 제프 쿤스Jeff Koons와 협업해 뉴욕 센트럴파크에 AR 기술로 전시했던 ‘자이언트 벌룬 독 Giant Balloon Dog’ 같은 본인의 작품 외에도 애덤 파커 스미스Adam Parker Smith의 동화적 상상력이 담긴 작품과 디자이너 조 도싯Joe Doucet이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요즘의 현실을 반영한 조각 등을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공개했다. 전시 공간을 잃은 작가들을 위해 홈페이지에 자유롭게 작품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IOS 기반의 스마트폰에서만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을 수 있다. allworld.io
유명 갤러리가 모인 Vortic
© Kudzanai Chiurai / Courtesy the artist and Goodman Gallery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 리만 머핀Lehmann Maupin, 갈레리아 콘티누아 Galleria Continua 같은 영향력 있는 대형 갤러리를 포함한 11개의 갤러리를 집 안에서 둘러볼 수 있다. 가상현실(VR)과 AR 기술을 모두 사용한 전시 애플리케이션 ‘보어틱’에서 가능하다. VR 영상 촬영 전문 회사 보어틱에서 만든 앱으로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전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자 AR 기술을 접목했다.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갤러리의 전시를 관람하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해 자신의 공간으로 옮겨보는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 작품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잘 어울리는지 미리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활용성이 높을 것이라 기대받고 있다. 갤러리와 협약을 맺어 새로운 전시가 꾸준히 올라오며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Vorticxr.com
갤러리 전용 앱 Lisson Gallery
1967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뉴욕, 상하이에 분점을 둔 리슨 갤러리는 아이 웨이웨이艾未未, 줄리언 오피Julian Opie, 다니엘 뷔랑Daniel Buren 등 세계적 명성을 지닌 아티스트가 소속된 화랑으로, 이곳에서 기획한 전시는 매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이들은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는 예술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 AR 전문 개발 회사인 오그먼트Augment와 협업해 개발한 갤러리 전용 플랫폼을 지난 4월에 발표했다. 2년 동안 개발한 앱으로 AR 기술 전문가와 큐레이터가 함께 참여해, 서로 다른 형태 지닌 미술품의 특징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갤러리 소속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우선 공개했으며, 리슨 갤러리 모든 지점의 전시도 볼 수 있다. 월 단위 유료 구독 형태로 플랫폼을 운영 중이며,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lissongall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