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 생활_숨은 고수 아무리 효율성을 따지는 시대라지만, 사는 동안 뭔가를 애타게 수선하고 싶은 순간을 한 번쯤 꼭 마주하기를. 평생 함께하고 싶을 만큼 온기 있는 물건 하나 없다는 건 슬픈 일 아닌가. 생명을 다해가는 소중한 사물을 소생시키는 데 탁월한 실력을 갖춘 수선 고수 8인을 소개한다.
가구 목공방 작가 강성우
어떤 일을 하나 목가구 공방 데이너 스튜디오를 운영한 지 5년째다. 가구를 만들고, 마켓이나 전시에도 참여한다. 가구 수선 작업도 좋아하는 일 중 하나다.
가구 수선 수요 최근 빈티지 가구의 인기에 힘입어 점점 늘어나는 추세지만, 우리 나라의 가구 수선 문화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기억에 남은 수선 작업 어느 고객이 딸이 태어난 해에 구입한 아르네 야콥센 의자의 수리를 맡겼다. 10여 년간 딸이 참 좋아하던 의자라고. 파손이 심해 쉽지 않은 작업이었는데 결과는 만족스러웠고, 고객의 따님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그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 것 같아 마음이 흡족했다.
가구 수선 과정 최대한 원형을 살린다. 세월의 흔적이 스민 나무의 멋과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 보수하는 게 관건이다.
수선 비용 파손 정도에 따라 다른데, 가구 수선은 대부분 해체하고 다시 제작하기 때문에 비용이 높은 편이다. 새 상품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나 사람이 한 땀 한 땀 작업한 노고를 인정하는 마음이 없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데이너 스튜디오 서울시 은평구 증산로3길 5-7 문의 danerstudio@gmail.com
시계 수리 명장 김득균
시계를 수리해온 기간 27년째. 1983년 시작해 종로를 거쳐 이곳에 터를 잡은 지 15년째다.
시계 수선 수요 요즘 누가 손목시계를 차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수요는 더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명품 시계 시장 규모도 커졌고. 15년 전만 해도 명품 시계 하면 롤렉스가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까르띠에, 파텍필립 등 종류도 늘었다.
고가 시계 수리를 브랜드 본사 대신 이곳에 맡기는 이유 아무래도 비용이 훨씬 경제적인 데다 브랜드에 맡기면 몇 달이 걸리지 않나. 우리나라 시계 수리 기술이 높으니 결과물도 만족스럽고.
한일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철저한 보증 수리. 수천, 수억 원대 시계를 맡기고 가면 불안하지 않겠나. 작업 과정을 모두 사진을 찍어 공유한다. 이렇듯 투명한 작업이 생명이다.
고급 브랜드가 아닌 시계도 수리를 많이 하나 물론이다. 가품도 많고. 케이스를 열어보면 다 안다. 진품인지 가품인지. 혹은 누군가의 추억과 사연이 있는 시계들.
가장 보람찬 순간 고맙다는 인사나 인정을 받을 때. 얼마 전엔 백화점에서도 못 고친다는 고가 명품 시계를 내가 수리했다. 그때 뿌듯했다.
한일사 서울시 종로구 서순라길 17 문의 02-743-4435
옷 수선 장인 유성중
옷을 수선해온 기간 수선을 시작한 지는 12년 째다. 원래는 의상 브랜드의 제작 파트에서 일했다. 그래서 패턴부터 봉제 등 옷 제작에 대해서는 디자인만 빼고 다 안다.
작업 범위 핏 조절을 가장 많이 한다. 시어머니가 입던 옷을 며느리에게 주면서 사이즈를 바꾸기도 하고, 스타일리스트가 배우나 아이돌 가수의 체형에 맞춰 수선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 밖에 사연이 있는 옷의 복원 작업도 한다.
기억에 남은 고객 이태원에서 일할 때인데, 어느 외국 대사 사모님이었다. 낡은 웨딩드레스를 가져왔는데, 제작비보다 수선비가 더 나온다고 해도 할머니 대부터 쭉 내려온 드레스라 꼭 고쳐 입고 싶다더라. 사마란치 전 IOC 올림픽위원장의 낡은 양복을 수선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재킷의 팔꿈치 부분이 닳아서 가죽을 덧댔는데, 그 가죽이 낡자 또 고치러 왔더라.
한국인 중에는 없나 모 기업의 막내 따님이 단골인데, 가끔 팁을 주신다. 쑥스러워서 못 받는다고 하는데도 끝내 ‘성의’라며 주시더라. 팁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 일의 가치를 알아주시는 분에게는 정말 감사한 맘이다.
명품 수선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05 동현상가 문의 02-3443-8831
인형 병원 대표 김갑연
왜 인형 병원인가 상담하러 온 사람들이 “제 동생 낫게 해주세요” “목숨만 살려주세요”라고 말한다. 절대 수선이 아니다. 우리는 인형을 사람 대하듯 귀하게 여긴다.
인형 치료를 시작한 계기 2017년경 아이돌 팬덤 문화가 생기면서 팬들이 선망하는 아이돌 멤버를 형상화한 인형이 유행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싸게 제작하다 보니 수선 의뢰가 많았고, 그때부터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기억에 남은 고객 대부분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애착 인형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소중히 여긴다. 없으면 불안하다면서 당일 치료를 원하곤 하는데, 어떤 분은 요구르트를 주고 가더라. 인형에게 간식으로 주라며. 그런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준다.
보람찬 순간 원단이 삭을 정도로 훼손이 심한 인형인데, 아버지의 유품이란다. 깨끗이 복원해서 줬더니 납골당에 가서 인사드리고 왔다며 고마움을 표시하더라. 아무래도 그럴 때 실제 생명을 살린 것처럼 기쁘다.
수선 비용 진단에 따라 견적이 나오는데, 상태ㆍ크기ㆍ원하는 볼륨감의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토이 테일즈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8길 8 홍은빌딩 13층 1303호 문의 02-564-3888
구두 수선 장인 유창호
구두를 수선해온 기간 50년 넘었다. 이 자리에서만 23년째다.
구두 수선 수요 급락했다. 30대 때는 하루 2백 켤레씩, 넘치는 물량에 직원 두 명을 데리고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는 사람이 많아졌고, 동대문 가면 5천 원에도 신발을 살 수 있는 시대에 최소 3천 원이 드는 수리를 굳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수선하러 오는 경우는 대부분 사연이 있거나, 비싼 돈 주고 산 구두일 경우다.
기억에 남은 고객 50년을 일했는데 어떻게 꼽을 수 있겠나. 어릴 적 떠돌이 시절에 도와주신 분부터 지금은 실력을 알아봐주는 분 모두 내겐 특별하다. 어떤 분은 멀리 목동에서도 와주신다.
어떤 구두가 좋은 구두일까 요즘 명품을 흉내 낸 가품도 많은데, 나한테 가져오면 100% 가려낼 수 있다. 겉보기엔 똑같아도 깔창을 들춰보면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깔창은 사람의 척추처럼 중요한 부분인데 열이면 열,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이곳까지 똑같이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 손님이 진품으로 알고 있다면 굳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장충동 구두방 서울시 중구 동호로24길 32-1
책 보수 작가 이은정
어떤 일을 하나 주로 도서관의 책을 보수하고 개인이 의뢰하면 예술 제본 작업도 한다.
도서관 책 보수와 예술 제본의 차이 예술 제본은 오래된 책의 보수는 물론 소장 가치를 높이는 작업으로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시간도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 도서관 책 보수는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기능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기에 훨씬 간단한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 일을 시작한 계기 원래 광고 대행사에서 근무했는데, 사실은 2011년쯤 <행복>에서 예술 제본 기사를 읽고 관심이 생겨 배우기 시작했다. 이제 8년 차다.
기억에 남은 고객 할아버지가 30-40년 동안 애지중지하던 옥편을 며느리가 의뢰해 보수해드렸는데, 이렇듯 특별한 사연을 지닌 책은 나도 기쁘고 보람도 느낀다.
앞으로의 꿈 외국에는 도서 대학교 부설 도서관이나 큰 공공 도서관에 보수 전문가가 근무한다. 나도 그런 자리를 만들어가고 싶다. 종이 책이 사라질 거라고 하는데, 디지털이 더 발달해 책이 귀해진다면 책 보수는 더욱 가치 있는 일이 될 거라고 믿는다.
브링더북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일월로18번길 4-26 2층 204호 문의 bringthebook@daum.net
빈티지 가전 수리 명장 허정일
오디오를 수리해온 기간 40년이 넘었다. 그동안 소니, 삼성, 인켈 등 기업에서 기술자로 일했다.
가전 수리 수요 환경이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진공관 TV부터 워크맨, 디스크맨 등 아날로그 아이템이 많았다. 전자 제품도 더 다양하고.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 모듈화되어 외부에서 수리하기 어렵다. 요즘엔 빈티지 오디오 수리 의뢰가 가장 많다.
작업 철학 전국에 기술자는 많다. 누가 잘하고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대신 각자 아는 범위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언제나 정직하게 일하려고 노력한다. 하다가 해답을 찾지 못했는데 대충 작동하게 해놓고 “고쳤다”고 말하는 대신 “이 이상 못 고치니 우선 이렇게 써봅시다”라고 솔직하게 밝힌다. 그래서 신뢰가 쌓인 것 같다.
수리 비용 청계천이나 황학동보다는 비싸게 받는다. 또 수리가 아닌 점검만 해도 비용을 받는다. 소중한 물건을 치료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계를 거칠게 다루지 않고, 내부의 볼트 하나도 각 브랜드 고유의 제품을 구해 맞춰준다. 그렇게 진심을 다해 일하며, 무엇이든 반드시 개선점을 찾아준다.
문의 010-5303-2588
정원 수선 원예가 이대길
정원 일을 시작한 계기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에서 트레이닝 과정을 밟았다. 그곳에서 식물을 가꾸며, 내 손길로 변화되는 식물을 보면서 치유받는 기분을 느꼈다. 내 존재의 가치를 발견했달까. 그러다 진짜 식물에 도움 되는 일이 뭘까 공부하고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정원 수선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해야되는 상황에서 기존 구조를 바탕으로 식재를 활용해 공간을 새롭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정원에도 수선이 필요한 이유 정원은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다. 오랜 시간 동안 닳은 것과 자란 것이 있을 텐데, 정리를 할 때 오래된 것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따라 수선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식재 수선의 장점 식물만으로도 공간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각각 꽃이 피고, 지고, 맺는 시기가 다른 식물로 디자인하면 1년 내내 다채로운 정원을 만끽할 수 있다.
정원 수선 비용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대개 평당 40만~60만 원이며, 식물 종류와 크기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아녜스너서리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 185-3 문의 info.daegil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