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디자인〉 디지털 라이브러리 속 오래된 기사를 가장 열성적으로 들여다보는 이들은 아마 디자인 연구자일 것이다. 지난 데이터에서 건져 올린 기록은 숨겨진 역사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한국 디자인사에서 우리가 망각한 것은 무엇이고, 잡지는 시대를 어떻게 기록해왔는지 면밀히 파악하고자 디자인 연구자 8명과 함께 월간 〈디자인〉 아카이브 클럽을 결성했다. 이들과 한 달여간 진행한 화상 회의는 각자의 관점을 공유하고 중첩되는 관심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월간 〈디자인〉 아카이브 클럽에서 나눈 흥미로운 기사를 소개한다.
*살펴볼 기사의 범위는 창간호부터 10년 전인 2013년 10월호까지로 정했다.
여성 디자이너
1970년대에도 현업에서 활동하는 여성 디자이너가 있었다. 단지 기억에서 잊혔을 뿐. 월간 〈디자인〉 아카이브 클럽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여성 디자이너를 재조명했다.
인촌 김성수 선생 기념관
실내 디자이너 배만실의 칼럼. 조선 목가구와 목공예 연구를 꾸준히 한 그는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가구를 소개한다. 2021년 배만실의 아카이브가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량 기증되기도 했다. 그는 2000년 1월호에 ‘섬유와 인테리어 분야의 1세대 디자이너 배만실’이라는 칼럼으로 다시 한번 등장하기도 했다.
출처 1977년 3월호
추천 이현주, 조옥님
이신자 – 직조예술의 선구자
1세대 섬유 공예가이자 교육자인 이신자에 관한 기사로 미술 평론가 유근준과의 대담을 살펴볼 수 있다. 이신자의 작품은 해당 호에 표지 이미지로도 사용했다. 1979년 10월호 ‘커버스토리의 주역을 찾아서’에서 다시금 작가를 조명했다. 참고로 9월 22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이신자, 실로 그리다〉전이 열린다.
출처 1977년 6월호
추천 이현주
자연에 순화되는 소박한 조형미 여류 건축가 지순
지순 연세대학교 주생활과 교수를 취재한 기사다. 그는 여성 건축사 1호로 1969년 일양건축을 설립해 운영했고 이후 남편인 건축가 원정수와 간삼건축을 이끌며 오랜 시간 현장에서 활약했다.
출처 1978년 2월호
추천 이현주
뉴욕에서 활약하는 차임선의 직물 디자인
미국의 염직회사 디자인실에서 일하면서 미도파 화랑에서 개인전을 선보이기 위해 잠시 귀국한 차임선을 소개했다(기사 말미에 전시 카탈로그에 실린 정시화 국민대학교 명예교수의 서문을 옮겼다). 차임선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한국성과 서구적 기법이 조화롭게 느껴진다.
출처 1978년 11월
추천 박성원
지성과 심상을 부각하는 판화가, 김정자
디자인 교육자이자 판화가 김정자는 1950년대 말 미국에서 유학하고 귀국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기사에서는 판화에 대한 당시 인식과 정착을 위한 노력은 물론 남산 하얏트 호텔의 벽 장식 작품, 코오롱 호텔 벽화 등 다양한 매체로 작품 영역을 확장했던 당시 활동을 엿볼 수 있다. 같은 호 표지 이미지에도 김정자의 작품을 실었다.
출처 1979년 9월호
추천 이현주
서울올림픽 준비의 숨은 일꾼, KBS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 조현주씨
조현주 디자이너는 1985년 KBS 미술부에 입사해 88 서울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방송용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1988년 9월호에 이어 1993년 6월호에 다시 한번 소개했다.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막한 〈올림픽 이펙트〉전을 준비하면서 월간 〈디자인〉 아카이브를 찾아보고 수소문해 그를 찾았다. 전시장에 조현주 디자이너의 인터뷰 영상을 선보인 계기가 된 기사다.
출처 1988년 9월호
추천 이현주
디트로이트의 한국인 자동차 디자이너들
포드 디자인 센터에서 일하는 디자이너 강수영을 미국 디트로이트 최초의 동양인 여성 디자이너로 소개했다. 자동차 스케치의 유려한 곡선이 눈에 띈다. 2014년 10월호에 포드 코리아에서 출시한 콤팩트 SUV ‘링컨 MKC’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디자이너로 강수영을 다시 한번 소개했다.
출처 1990년 1월호
추천 박성원
한국 패션디자인계의 살아있는 전설, 최경자
1세대 디자이너를 조명한 박암종 디자인코리아 관장의 ‘박암종의 디자인 역사찾기’ 시리즈 기사 중 하나다. 얼마 전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전에서 최경자의 아카이브와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출처 1996년 4월호
추천 이현주
여성 디자이너의 힘
기사 첫 페이지를 자칭 비주얼 커뮤니케이터라고 부르는 수지 장의 코르셋 작품 사진으로 강렬하게 시작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1998년에 조사한 전국 디자인 전공 학생과 현직 디자이너의 성비를 싣고 해외 여성 디자이너와 나란히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와 김태경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책임연구원을 소개했다.
출처 2002년 7월호
추천 김민주
나이 잊은 도전으로 꿈 실현한다 박영신 이안디자인 아트디렉터
〈샘이깊은물〉 편집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박영신 아트디렉터가 문구 디자인 사업으로 한 차례 실패를 겪은 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통해 20여년 만에 재기한다는 기사다. 그는 조현주 디자이너와 함께 〈올림픽 이펙트〉전 인터뷰 영상에 출현했다. 〈W쇼〉전에도 작가로 참여한 것으로 안다.
출처 2009년 1월호
추천 강승연
■ 관련 기사
- 한국성 찾기와 일상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