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는 건, 세계적인 문학상의 수상자 발표가 가을과 연말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세계 4대 문학상을 비롯해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문학상, SF·추리소설 등 장르 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까지, 독서 생활에 확실한 영감을 불어넣어줄 다양한 문학상을 소개한다.
BIG 4 LITERARY AWARDS
문학계와 출판계에서 4대 문학상은 영원한 신뢰의 보증수표이자 축제의 발원지다. 역사상 가장 권위있고 오래된 노벨 문학상, 유구한 영국 문학의 전통을 이어가는 부커상, 프랑스 문학의 권위를 상징하는 공쿠르상, 대중과 함께 가장 사랑받는 작품을 기리는 전미 도서상까지, 별처럼 빛나는 작가와 작품을 건져 올리기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4대 문학상을 소개한다.
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 6인의 작품. 천명관 작가의 <고래>가 포함되어 있다.
2022년 부커상 수상자 셰한 카루나틸라카Shehan Karunatilaka와 그의 책 <말리의 일곱개의 달>.
부커상 Booker Prize
문학에 관한 한 장르 구분 없이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대표 순수 문학상으로, 1969년도에 부커사가 제정해 매해 수상자를 뽑아왔다. 수상작은 ‘영국에서 출판된 최고의 영어 소설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매해 여름 1차 후보작 리스트를 발표해 그들의 전작과 작가적 특징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9월 말에는 이 중 최종 후보를 다시금 추려 발표한다. 역대 주요 수상자로는 1972년 존 버거, 1981년 살만 루슈디, 1989년 가즈오 이시구로, 2000년과 2019년 마거릿 애트우드가 있다. 2005년도부터는 영어로 출간하거나 영어로 번역이 가능한 소설을 출간한 작가를 선정하는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신설했고 격년제로 운영하다 2016부터는 매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2016년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번역자인 데버라 스미스와 함께 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상금은 5만 파운드이며, 최종 후보 작가도 2500파운드와 그들 책의 특별 제본을 선물받는다. 올해 수상자 발표는 11월 26일. thebookerprizes.com
202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노벨 문학상 Nobel Prize in Literature
노벨상은 1895년 ‘지난해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이익을 준 사람에게 수여하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되었으며, 노벨 문학상은 1901년부터 제정되어 매해 한 작가를 선정해 수여하고 있다. ‘북유럽 최고의 발명품’,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라 불릴 만큼 파급력도 대단해서, 수상작 발표 이후엔 관련 작가 작품의 독점권을 가진 세계 각국의 출판사가 특별 에디션을 찍어내며 노벨상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많은 상이 그러하듯 그 권위를 만드는 것은 과거 수상자들이 현재까지 미치고 있는 문학적 파급력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알베르 카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존 스타인벡, 도리스 레싱, 버나드쇼, 펄 벅 같은 인물이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면 과연 그 명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수 민족, 인권, 여성, 환경, 정치 등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른바 제3세계 작가들을 꾸준히 조명하며 발굴하는 한편, 2016년에는 가수 밥 딜런을 선정하는 등 진보적인 면모도 보인다. 올해 역시 10월에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으로, 벌써부터 문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nobelprize.org
2002년 전미 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수상자 사만타 슈퀘블린 Samanta Schweblin의 〈Seven Empty Houses〉.
2022년 전미 도서상 문학 부문 수상자 테스 건티Tess Gunty의 〈The Rabbit Hutch〉.
전미 도서상 National Book Awards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으로 1950년 아메리칸 북셀러 어소시에이션 주체로 설립되었으며, 현재는 내셔널 북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세계 제1위의 출판 강국인 미국인 만큼, 출판계에서 갖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여느 문학상과 달리 모집 절차와 심사위원 선정 등이 굉장히 민주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출판사가 특정 책을 선정하고 이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적을 둔 출판사만이 추천의 권한을 가진다. 심사위원은 문학, 비문학, 시, 아동문학, 번역문학 5개 부문에 각각 5명이 배정되며, 매년 추천에 의해 패널이 재구성된다. 널리 알려진 전미 도서상 수상자로는 윌리엄 포크너, 존 치버, 존 업다이크,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 수전 손택, 엘리자베스 비숍 등이 있으며 중복 수상자도 여럿 배출했다. 매년 11월 열리는 성대한 시상식도 유명하다. 올해는 배우인 드루 배리모어가 시상식의 호스트를 맡았다. nationalbook.org
2022년 공쿠르상 수상자 브리지트 지로Brigitte Giraud의 〈Vivre vite〉.
공쿠르상 Prix Goncourt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노벨 문학상, 부커상과 함께 흔히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손꼽힌다. 작가인 에드몽 공쿠르의 유언에 따라 1903년 아카데미 공쿠르의 설립과 함께 제정되었으며, ‘한 해 동안 출판된 산문 중 최고의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의 작가’에게 매년 연말 수여된다. 그 자신이 공쿠르상 수상자이거나 높은 인지도를 가진 10명의 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로 최종 후보 4명을 추린 후, 그 후에 최종 우승자 한 명을 가리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유명 수상자로는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두 번 상을 수상한 로맹 가리, 마르셀 프루스트, 앙드레 말로, 시몬 드 보부아르, 마르그리트 뒤라스, 미셸 우엘벡 등이 있으며, 한 작가에게 한 번만 수여된다는 원칙이 있다. 본상 외에도 ‘전기’ ‘단편’ ‘데뷔 소설’ ‘시’ 등 네 개의 부문에 따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매해 12월 첫째 일요일, 파리의 ‘드 루앙Drouant’ 레스토랑에서 수상자를 발표하며 상금은 10유로다. academiegoncourt.com
LEADING LITERARY AWARDS
세계 여러 나라에는 자국 문학을 독려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이어져온 역사적인 문학상들이 존재한다. 일본 대중문학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나오키상, 작가 이상의 정신을 기리며 기라성 같은 한국 소설가들을 발굴해온 이상문학상, 국경을 넘어 위대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가들을 기리는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상 등, 기억해두어야 할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전 세계의 유력 문학상들.
(왼쪽) 2023년 펜 포크너상 수상자 이윤 리Yiyun Li와 그의 책 〈The Book of Goose〉. (오른쪽) 펜 포크너상 로고.
펜 포크너상 PEN/Faulkner Award
1949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노벨상 상금으로 잠재력 있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재단을 만들었고, 이 상의 유지를 이어받아 1980년 펜 포크너상이 발족되었다. 펜 포크너상의 ‘PEN’은 ‘Poets·Playwrights·Editors·Essayists·Novelists’의 머리글자에서 딴 것. 장·단편소설만을 대상으로 하며, 300여 점의 후보작 중 다섯 작가의 작품을 선정한 뒤, 최종 선정작을 가린다. 미국 내 문학상 중 상금이 가장 높으며, 수상자에게 1만5000달러, 나머지 후보자 4명에게도 5000달러를 수여한다. 가장 유명한 역대 수상 작가로는 <세월>을 쓴 마이클 커닝햄이 있다. penfaulkner.org
올해 나오키상 수상자 가키네 료스케垣根凉介의 <극락세이타이쇼군>, 나가이 사야코永井紗耶子의 <고비기초의 복수>.
나오키상 直木三十五賞
1935년에 창설해 100여 년을 향해가고 있는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일본문학진흥회가 주관한다. 일본의 소설가 나오키 산주고의 업적을 기려 대중문학 중·단편작의 신인·중견 작가에 수여한다. 일본문학진흥회가 함께 주관하는 문학상으로 일본을 넘어서 굉장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신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도 있는데, 흔히 나오키상과 함께 ‘동전의 양면’이라 불리는 상이다. 아쿠타가와상이 순수문학에 한정되는 한편, 나오키상은 대중적인 성격의 통속소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다르다. 두 상은 독특하게도 한날 한시,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수상자 시상식을 갖는다. 특정 기간 내에 일본에서 간행된 책을 대상으로 하며, 1년에 두 번 수상자를 뽑는다. 역대 수상자로는 가네시로 가즈키,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등이 있다. 우승 상금은 100만 엔. bunshun.co.jp/shinkoukai/award/naoki
2023년 현대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 안보윤의 <어떤 진심>.
현대문학상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으로,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해 출판사 현대문학사 現代文學社가 제정해 1956년 첫 수상자를 냈다. 월간지 <현대문학>의 창간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시와 소설, 평론까지 ‘순수문학’의 범주에 속하는 여러 장르에 수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의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에 소설의 경우 중단편 작품으로 제한되며, 시와 소설 부문의 수상작은 후보작들과 함께 엮어 매년 현대문학사에서 <수상소설집>, <수상 시집>으로 발간된다. hdmh.co.kr
2023년 이상문학상 수상자 최진영의 <홈스위트홈>.
이상문학상
소설가 이상을 기리며 출판사 문학사상사에서 1977년 제정한 상으로 ‘매년 가장 탁월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을 뽑아 1년에 한 번 수상자를 낸다. 전년도의 1월부터 12월까지 문예지에 발표된 순수문학 소설을 대상으로 하며, 소설 분야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여겨진다. 특히 매년 수상자들의 작품을 모아 출간되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문학 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함께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대한민국 문단의 전설이자 현재 문학계를 떠받치는 여러 작가들이 수상했다. mun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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