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대신 회원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즐기는 게 일상이 되었다. 유명 아티스트가 만든 플레이리스트 추천을 해주는 곳부터 고음질의 음원을 제공하는 곳까지, 다양한 선택지 중 어떤 플랫폼이 자신에게 맞는지 알 수 있는 가이드를 준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통계에 의하면 2019년 전 세계 3억5800만 명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해 음악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연말에는 그 규모가 25% 성장한 4억50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측한다. 비교적 잔잔하던 국내 음원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자인 스포티파이가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인 것. 여기에 ‘국민 앱’이 된 유튜브의 성장, 흉흉한 ‘음원 사재기’ 및 ‘차트조작’ 논쟁이 겹치며 기존 국내 스트리밍 업체들은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가장 크게 대두되는 것은 기성과 신진의 대결이다.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멜론이다. 2019년 11월 기준으로 39.9%의 국내 음원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실시간 차트’, ‘핫트랙’, ‘검색 인기곡’, ‘차트 그래퍼’ 등 차트 데이터는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고 멜론 TV, 멜론 매거진 등 다양한 콘텐츠가 가득하다. 2016년 멜론을 서비스하던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카카오가 인수하며 카카오M으로 다시 태어나, 소위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과의 연동성도 뛰어나다. 멜론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한 KT그룹의 계열사 지니뮤직은 최근 눈에 띄게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서비스다. 2019년 10월 1일 케이블 TV 채널 엠넷이 운영하던 음원 서비스 ‘엠넷 뮤직’을 인수해, 음원 수가 늘었다.
이 두 서비스에 맞서는 업체들은 아예 새로운 판을 짜고자 한다. SK텔레콤 사용자들에게는 플로가 있다. 2015년 드림어스컴퍼니(구 아이리버)가 서비스한 뮤직메이트를 기반으로 출시한 서비스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21%를 차지하고 있다. 차트 위주의 기존 스트리밍 사이트와 달리 사용자 편의를 중시한 음악 추천형 디자인을 선보이는 점이 새롭다. 올해 3월에는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인공지능 기술로 24시간 음원 추이를 분석한 ‘플로 차트’를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네이버의 바이브는 최근 가장 화제를 모으는 서비스다. 2004년부터 ‘네이버뮤직’을 운영해온 네이버의 새 음원 서비스지만 사용자 기반 추천을 제외하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는데, 지난 3월 ‘#내돈내듣’ 캠페인을 선언하며 이슈의 중심이 됐다. 기존 스트리밍 업체들은 ‘비례배분제’라 하여 소비자들의 요금을 재생 횟수 비중에 따라 저작권자들에게 배분해왔는데, 네이버는 이를 바꿔 소비자가 들은 음원의 저작권자에게만 돈을 지급하겠다는 새로운 정산 방식을 들고 나왔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음원 사재기를 방지하고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공정하게 배분해 건전한 음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계 음원 시장점유율 1위 업체 스포티파이와 2위 업체 애플뮤직의 ‘사용자 기반 추천’은 이미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기성과 신진을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자동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음악을 추천해 ‘음악 찾는 수고’를 덜고자 한다. 멜론, 지니의 소비가 아직 차트 중심이라면 플로, 바이브는 해외 서비스와 유사하게 완전히 유저 중심의 소비를 추구하고 있다.
국내 스트리밍 업계의 진짜 경쟁자는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같은 해외 서비스가 아니다. 방대한 음원과 영상 콘텐츠, 셀 수 없이 많은 ‘플레이리스트 DJ’들이 가득한 유튜브, 4월 한 달 동안 전 세계 160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며 ‘듣는 콘텐츠’의 설자리를 좁혀가는 넷플릭스야말로 경쟁 상대다. 특히 2018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의 43%가 음악 감상 시 유튜브를 1순위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업체들이 음원 정산 방식을 바꾸고 차트를 폐지하며 ‘3개월 100원’ 등의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진행하는 이유의 바탕엔 이미 음악 소비의 주도권을 역전당했다는 위기감이 있다. 지배자가 아니라 도전자의 입장에서, ‘듣는 콘텐츠’가 아니라 ‘보는 콘텐츠’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더욱 과감한 변화와 시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_ 김도헌(음악 웹진 <이즘IZM> 편집장)
글로벌 음악 전문가의 취향을 엿보는
애플뮤직
2015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뮤직Apple Music’은 이듬해 국내 공식 론칭했다. 애플에서 운영하는 다른 유료구독형 콘텐츠 서비스와 달리 iOS를 기반으로 한 애플의 모든 기기를 비롯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사용 가능해 폭넓은 유저를 모으고 있다.
CONTENTS LA의 제인 로Zane Lowe, 뉴욕의 에브로다던Ebro Darden, 런던의 줄리 아데누가Julie Adenuga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DJ가 선곡하는 음악을 24시간 제공한다. 음악 전문 콘텐츠팀 비츠 원Beats 1에서 제작하는 ‘애플 뮤직 라디오’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더 위크엔드The Weekend 같은 뮤지션이 직접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과 독점 인터뷰, 음악계 최신 소식 등 방대한 콘텐츠를 다룬다. 국내 뮤지션인 방탄소년단, 딘, 크러쉬, NCT127 등도 영입해 이들의 음원을 일정 기간 독점 공개하거나 팬들을 위한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다. 국내에서 만든 음악 플랫폼에 비해 국내 음원이 원활하게 유통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해외 음원과 콘텐츠로 보완하고 있다.
OFFLINE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지만 오프라인 콘텐츠도 진행하며,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 매년 최고의 가수를 뽑는 ‘애플 뮤직 어워드’, 신예 아티스트를 만나는 공연 ‘업 넥스트 라이브’ 등 글로벌 뮤지션이 참여하는 공연을 진행한다. www.apple.com/kr/apple-music
공신력 높은 실시간 음악 차트
플로
2015년 드림어스컴퍼니가 개발한 ‘뮤직메이트’를 2018년 SK텔레콤이 인수해 ‘플로FLO’란 이름으로 새롭게 론칭했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편이나 SK텔레콤 고객을 위한 특별 할인 혜택으로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론칭 당시 SK텔레콤 고객 대상으로 3개월 무료 서비스를 진행했으며, T멤버십 VIP 고객에게 무료 듣기, T멤버십 제휴를 통한 연 6회 30% 할인 혜택 등으로 초기 구독자를 확보했다. 여기에 1시간 단위로 음악 재생 횟수를 집계하던 다른 음원 플랫폼의 실시간 차트와 달리, 24시간을 기준으로 한 ‘플로차트’를 만들어 음원 사재기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다.
CURATION 플로만의 특별한 점은 메인 화면에서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실시간 음원 차트가 있는 홈 화면에 테마별 음악 추천을 가장 먼저 노출한다. 또한 사용자의 음악 감상 이력을 반영하거나 요일과 날씨에 따른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해 개개인의 취향을 우선한다. 이때 사용자는 취향을 한 가지로 정하지 않고, 그날의 감정 상태나 듣고 싶은 장르를 선택해 추천받을 수도 있다.
CONTENTS 아이돌 팬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소속사와 제휴한 음악 콘텐츠 구독형 서비스 ‘아티스트 & 플로’도 출시했다. 좋아하는 가수가 추천한 음악과 오직 이곳에서만 제공하는 소식, 한정판 굿즈를 만날 수 있다. music-flo.com
방대한 콘텐츠
유튜브 뮤직
글로벌 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음악 전용 애플리케이션 ‘유튜브 뮤직YT Music’은 새롭게 떠오르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유료 구독을 하지 않더라도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정식 출시하지 않은 음반도 찾을 수 있다.
PRICE 구글코리아는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 혜택을 제공한다. 월 7900원에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은 물론 유튜브 뮤직 이용권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별도의 구독료를 월 9.99달러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를 통해 한 번의 구독으로 영상과 음악 모두를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다. 음원은 오프라인 저장도 가능하다.
CONTENTS 유튜브의 영상 추천 시스템과 동일하게 사용자의 이전 재생 목록을 반영한 플레이리스트와 시간, 장소, 날씨에 따른 음악 추천 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일반 회원들이 만들어 공개한 ‘재생 목록’도 반응이 좋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함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덕분이다. 영상 기반의 플랫폼인 만큼 뮤직비디오는 물론 라이브 공연 콘텐츠 수도 많은 편이다. music.youtube.com
트렌드를 선도하는
스포티파이
2006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글로벌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 음원을 파일로 다운로드받아 소유하던 시대에 대여 개념인 ‘스트리밍’을 대중화한 역할을 했다. 불법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음원을 다운로드받는 문제가 심각하던 때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광고 수익을 창출해 뮤지션들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했다.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면 광고 없이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다. 아직 공식적인 론칭 날짜를 발표하진 않았으나 지난 1월 강남에 ‘스포티파이코리아’를 설립해, 국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CURATION 지금은 보편적인 서비스가 된 사용자 중심의 음악 추천과 유명인의 플레이리스트 콘텐츠 등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전 세계 음원 시장점유율 1위 플랫폼으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해 정교한 음악 추천을 받을 수 있다.
CONTENTS 영상 콘텐츠가 중요시되는 트렌드에 맞춰 스포티파이도 ‘영상 팟캐스트’를 준비 중이다. 세계 유명 유튜버를 섭외해 음악 관련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을 지난 5월 발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www.spotify.com
사용자 취향에 집중한
바이브
네이버 뮤직이 2018년 론칭한 새로운 서비스 ‘바이브VIBE’는 기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차별화된 방식으로 공개와 동시에 화재가 되었다. 실시간 차트보다 개인의 취향이 중요시되는 음악 감상 패턴의 변화를 반영해, 첫 화면에서부터 ‘오직 나만을 위한’ 맞춤형 선곡 리스트를 제공한다. 플랫폼에 첫 로그인을 할 때 선호하는 아티스트와 음악을 선택하면, 이를 AI 기술로 분석해 ‘믹스 테잎’으로 만들어준다.
CURATION 사용자 중심의 추천 플레이리스트인 믹스 테잎은 2가지로 나눠 제공한다. 신보 중심의 ‘새노래 믹스 테잎’과 좋아하는 아티스트 위주의 ‘최애 믹스테잎’이다. 이 외에도 국내 가수나 플레이리스트가 훌륭하기로 유명한 카페나 바 등에서 추천을 받은 리스트도 만날 수 있다. 축적된 데이터에 따라 정교한 추천이 가능한 기술이기에 장기간 사용할수록 좋은데, 신생 음악 플랫폼인 만큼 이전에 다른 음악 플랫폼에서 듣던 플레이리스트를 앱으로 손쉽게 불러올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CAMPAIGN 올해 초부터 바이브는 ‘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갔으면 좋겠다’란 의미의 ‘#내돈내듣’ 캠페인을 시작했다. 뮤지션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재생 횟수만큼 가수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정산 방식을 선보여 국내 음원 시장을 건강하게 발전시키고자 한다. vib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