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과 공원, 시원하게 흐르는 한강, 멋스러운 고궁의 처마 등 근사한 전망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공간이 있다. 잠시나마 일상에 여유를 가져다줄 서울의 신상 카페 6곳을 찾았다.
낙산에서 보는 서울 테르트르
진한 검은색 에스프레소를 섞은 ‘블랙라떼’와 빛깔이 사랑스러운 레모네이드 ‘핑크 에이드’.
최근 서울의 새로운 ‘핫’한 공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언라벨Unravel’의 손을 거쳤다는 점이다. 성수동의 ‘슈퍼말차’, ‘모노하 성수’, 도산공원의 ‘앤더슨벨 플래그십 스토어’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선보인 팀으로 최근 낙산 꼭대기에 오픈한 카페 인테리어를 전담해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창신숭인 채석장전망대 바로 옆에 자리한 카페 ‘테르트르T(er)T(re)’다. 루프톱을 포함해 총 4층으로 이뤄진 좁다란 건물은 벽돌을 쌓아 올려 겉보기에는 평범한 회사 건물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공간에 들어서면 입구 반대편의 벽면을 통창으로 만들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종로의 주택과 낙산공원의 산책로, 멀리 남산타워까지 파노라마 뷰로 펼쳐진다. 언라벨은 이 풍경을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볼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을 일렬로 배치했다. 가구까지 언라벨의 디자이너가 제작했는데 전망을 헤치지 않도록 낮은 벤치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또 각 층마다 다른 디자인의 가구를 사용해 앉은 높이에 따라 같은 풍경도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게 했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지만 이곳만의 특색이 있는 인테리어처럼 메뉴도 기본에 충실하되 테르트르만의 감각을 담았다. 호주 멜버른의 부티크 커피 로스터리 ‘에이커피Acoffee’의 원두를 시즌별로 받아 사용해 제철 원두에서만 느껴지는 신선한 과실 향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만든 ‘블랙라떼’가 이곳의 대표 메뉴다. 카페의 시그너처 컬러인 파란색 슬리브로 장식한 컵도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종로구 낙산5길 46, 인스타그램 @tertre_cafe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집 르플뢰브
기본에 충실하게 만든 ‘크래미 갈레트’와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와인과도 궁합이 좋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용산구 원효로의 구불구불한 주택가를 따라 올라가면, 의외의 장소가 등장한다. 프랑스어로 ‘강’이란 뜻을 지닌 브런치 카페 ‘르플뢰브Le Fleuve’다. 멀리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63스퀘어와 강을 가로지르는 마포대교, 원효대교가 한눈에 담기는 이곳은 지난 9월 말 오픈하자마자 SNS에서 ‘뷰 맛집’으로 떠올랐다. 루프톱이 있는 4층 규모의 건물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강을 편안히 볼 수 있는 인테리어로 꾸몄다. 언덕에 자리하기에 층마다 전망이 조금씩 다른데, 메인 공간은 2층과 3층이다. 발밑으로 한강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창문을 중심으로 가구를 배치해 어떤 자리에 앉아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원색 계열의 벽과 곳곳에 걸린 팝아트 스타일의 작품들 그리고 이와 대조되는 고풍스러운 가구와 조명이 어우러져, 개성 있는 부티크 호텔의 라운지를 찾은 듯하다. 머무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해외 어느 도시로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했다. 낮에는 브런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카페로, 밤이 되면 와인 바로 분위기를 달리해 그에 어울리는 메뉴를 준비했다. “강을 바라보며 건강한 요리를 먹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단순한 콘셉트지만 이런 시간과 공간이 현대인들에게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르플뢰브의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을 담당한 윤희경 팀장은 가능한 한 제철 채소를 활용하고 빵이나 소스, 치즈 등을 직접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덧붙였다. 대표 메뉴는 크레페에 각종 재료를 넣어 싼 ‘갈레트’다. 베이컨과 크래미 2가지 맛으로 나오며 볶은 버섯과 수제 모차렐라 치즈를 넣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용산구 원효로1길 20, 인스타그램 @cafe_lefleuve
사색하기 좋은 카페 서울상회
제철 과일로 만드는 쌀가루 케이크와 중국의 녹차인 ‘태평후괴’.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새해를 맞이하는 상징적인 이벤트다. 새로운 건물이 빠르게 생기고 사라지는 서울에서 보신각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서 인파 많은 종로 거리를 운치 있게 만든다. ‘서울상회’는 이 보신각을 가장 좋은 위치에서 볼 수 있는 카페다. 서촌 누하동에서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없는 카페로 유명하던 ‘서울커피상회’가 지난 3월 터전을 옮겨 새로이 정비한 곳이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빈티지한 멋을 풍기던 이전 공간과 달리, 커다란 창문이 돋보이도록 단정하게 꾸몄다. “평소 자연과 사색을 좋아해 이름도 잘 모르는 시골로 훌쩍 떠나곤 해요. 이 공간에 처음 들어왔을 때 넓은 창으로 보이는 풍경에 반해 바로 계약했습니다. 보신각과 그만큼 큰 오래된 수령의 나무가 한눈에 펼쳐지는데, 사색을 위한 장소로 제격이었죠.” 서울상회 주형배 대표는 처음 이 공간에 들어섰을 때의 일화를 말해주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연출했다고 했다. 오래된 건물의 벽과 바닥을 그대로 살리고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목재인 나왕으로 이곳만을 위한 가구를 제작했다. 창문을 따라 테이블을 배치하고 중앙에는 서울상회에서 만든 문구와 사색을 도와줄 책을 비치해, 빈손으로 훌쩍 찾아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 좋다. 기존 서울커피상회에서 인기 있던 ‘아인슈페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음료와 디저트는 몸에 부담이 없도록 유제품과 밀가루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 중국에서 공수한 차, 쌀가루로 만든 케이크 등 건강을 고려한 메뉴들로 몸의 안정까지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내추럴 와인과 위스키도 판매하기 시작해 ‘혼술’과 독서를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종로구 우정국로2길 17 동강빌딩3층, 인스타그램 @seoul_sang_hoe
서울숲의 리추얼 공간 그린랩
그린랩 스튜디오를 예약한 손님에게 나눠주는 라탄 바구니. 음료와 노트, 책 등이 담겨 있다.
사계절의 변화가 아름다운 숲을 바라보며 요가를 하고, 싱잉 볼을 사용해 명상 시간을 갖는다. 서울에서 흔히 할 수 없는 이런 경험이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서울숲 공원과 맞닿아 있는 ‘그린랩Green Lab’이다.“생각보다 산에 가면 사람이 많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워요. 숲을 느낄 수 있되 온전한 쉼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린랩 정승효 매니저는 휴식을 위한 조건을 생각해 공간을 구성하고 프로그램을 짰다고 설명했다. 그린랩은 건물의 3개 층을 사용하는데 다도를 배울 수 있는 차실과 자유롭게 음료를 즐기는 옥상, 요가나 명상 클래스를 진행하는 2층 스튜디오, 꽃집과 체크인 데스크를 겸하는 지하 1층 등으로 구성했다. 그중 메인인 스튜디오는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카페 역할을 한다.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통해 사전 예약한 뒤 찾으면 지하 1층 체크인 데스크에서 라탄 가방을 준다. 차 한 잔과 다과를 비롯해 명상과 휴식에 도움이 될 책, 필사 노트와 메모지, 펜 등이 담긴 가방이다. 전통 가구를 모던하게 재해석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브로손Broson이 이곳을 위해 특별 제작한 소반에 가져온 것을 두고 서울숲의 풍경을 망중하게 감상하다 보면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스튜디오는 1시간 단위로 예약 가능하며, 시간당 최대 8명만 입장 가능하다. 성동구 서울숲2길 18-11, 인스타그램 @greenlab_seoulforest
한옥에서 경험하는 휘게 소공헌
낮 시간에 운영하는 엠브라스리는 덴마크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먹는 요리를 선보인다. 각종 씨앗으로 만든 검은 호밀빵에 얹은 가자미 튀김과 레몬즙에 절인 연어를 흰 빵 위에 올린 ‘그라바락스’.
“부를 소召, 공적 공召, 집 헌軒. ‘좋은 일을 쌓는다는 집’이란 뜻처럼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나눠주고 싶어요.” 창덕궁 옆 원서동에 자리한 카페 ‘소공헌’의 김윤영 대표는 1968년부터 덴마크에서 살다 몇 해 전 한국으로 돌아와 한옥을 지었다. 과거 왕을 지키던 금군禁軍이 머물던 터에 만든 2층 규모의 한옥에는 김 대표가 덴마크에서 경험한 ‘휘게’ 문화를 접목했다. 오전에는 덴마크 전통 요리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엠브라스리Mbrasserie’로, 오후에는 유러피언 방식으로 재해석한 한식을 만드는 ‘미쉬매쉬Mishmash’로 운영하며 건강한 음식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 중이다. 김윤영 대표의 딸이자 덴마크,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요리를 배우고 경력을 쌓은 김민지 셰프가 주방을 총괄해, 현지의 맛을 고스란히 접목해내고 있다. 이때 모든 요리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브랜드 로얄 코펜하겐의 그릇에 담겨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평일에도 매시간 유독 한 자리에 예약 손님이 몰리는데, 바로 2층의 창가 쪽 자리다. 조경이 아름다운 창덕궁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던한 한옥 창문 너머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만든 궁궐의 처마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건물의 지하 1층에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도 자리한다. 지난 7월 개관전으로 사진작가 이재용의 개인전 <기억의 시선: 도시 전경Memories of the Gaze: Cityscape>을 열었고, 10월 말부터는 고래와 가오리를 모티프로 작업하는 공예 작가 이상용의 개인전을 연다. 종로구 창덕궁길 47, 인스타그램 @sogongheon
영감을 받는 아지트 텔러스9.5
흑임자 미숫가루로 만든 크림을 얹은 ‘블랙 크림 커피’와 유기농 말차 가루로 만든 ‘말차라떼’. 서가에선 책도 구입 가능하다.
교토의 23년 된 기숙사를 개조해 호텔 겸 예술가의 레지던시로 탈바꿈한 ‘호텔 안테룸 교토Hotel Anteroom Kyoto’는 예술의 힘으로 지역을 활성화시킨 좋은 예다. 지난 8월, 서울 가로수길에 국내 첫 번째 호텔 안테룸이 문을 열었다. “한때 디자인, 패션, 문화의 중심이던 신사동에 다시 예술가들을 불러 모으고자 만들었습니다.” 호텔 안테룸 서울의 마케팅팀 석누 리 팀장은 전체적인 콘셉트가 ‘아티스트 친구의 집에서 묵는 듯한 편안하고 영감 넘치는 공간’이라 소개했다. 이에 맞춰 ‘갤러리9.5’와 임정식 셰프가 이끄는 베트남 음식 전문점 ‘아이뽀유I Pou U’ 등을 구성했는데, 그중 최상층에 있는 카페 겸 바 ‘텔러스Tellers 9.5’는 평일에도 입장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사동부터 압구정, 한강 너머 강북까지 훤히 보이는 테라스가 자리한 덕분이다.
창작자가 모이는 소셜 살롱을 지향해 입구에는 서촌의 복합 문화 공간 ‘더레퍼런스’가 고른 책이 꽂혀 있다. 일반적인 호텔의 카페나 바처럼 화려한 메뉴를 선보이기보단 아티스트 프로그램, 북 토크, 강연회 등 문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호텔의 모든 공간에서는 일본의 사운드 아티스트 하라 마리히코原摩利彦가 만든 음악이 흘러 나오는데, 앰비언트 장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강남구 도산대로 153, 인스타그램 @anteroomseoul
#오늘의숍 #디자인스팟
디자인 스팟은 <럭셔리>, <디자인>, <행복이 가득한 집>, <스타일 H> 등 디자인하우스 에디터들이 선별한,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상업 공간입니다. 카페와 레스토랑, 플래그십 스토어, 편집매장 등을 매월 각 매체의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오는 12월 9~13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통해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숍과 매장을 발표하고 그곳의 오너, 디자이너와 함께 흥미진진한 토크도 진행합니다. 디자인 스팟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공식 인스타그램(@designspot.dh)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