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에게 정원은 일상이자 여가 생활이며 삶을 회복하는 장소다. 정원 디자이너 이진 멘토, 찍박골정원 대표 김경희 식물 가이드와 함께 떠난 영국 정원 기행에서 영국인이 오랜 시간 일궈온 정원 문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났다. 기르고 먹고 돌보며 함께 자라는 정원으로 나아가는 오늘날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도한 8박 10일의 여정.

영국에서 떠오르는 복합 문화 공간 더 뉴트. 8백 만㎡의 광활한 부지에 정원과 호텔, 레스토랑, 농장, 뮤지엄을 모두 품고 있다.
“영국인은 내향성과 수줍음이라는 장벽 뒤에 얼어붙은 채 그것을 어떻게 녹여야 할지 망설인다. 그러나 대개 반응을 이끌어내는 대화 주제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정원이다.” 영국의 정원 교육가 프랜시스 울즐리Frances Wolseley는 저서 〈가드닝 포 위민Gardening for Women〉에서 정원이 영국인을 이어주는 언어이자 삶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문화라 소개한다. 정원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삼는 그들의 태도는 이번 여행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빽빽한 런던 도심에서도 테라스와 마당 한쪽에 초화를 키우고, 교외의 한적한 마을에서는 집보다 더 아름답고 울창하게 가꾼 정원을 심심찮게 만났다. 16세기에 지은 햄프턴 코트 궁전, 20세기 영국 정원의 상징인 시싱허스트 캐슬 가든, 산업화 이후 도시 주거의 해법으로 등장한 바비칸, 그리고 최근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복합 문화 공간 더 뉴트까지. 서로 다른 시대에 탄생한 장소에도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정원이 있었다. 이번 영국 정원 기행에서는 런던을 시작으로 서머싯과 배스, 하트퍼드셔를 거쳐 총 열두 곳의 정원을 찾았다. 그중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대표 정원 다섯 곳을 소개한다.
영국 정원 문화가 자라나는 곳
RHS 위슬리 정원RHS Garden Wisley

가드닝 과학 연구의 중심지 힐톱에 자리한 웰빙 가든. ⓒKyounghwa
가드너의 프로필을 살펴보다 보면 종종 ‘RHS’라는 이름을 만나게 된다. 영국 왕립원예협회(Royal Horticultural Society, RHS)는 세계 최대 규모 정원 박람회인 첼시 플라워 쇼를 주관하며, 영국 정원 문화를 이끄는 핵심 단체다. 런던 남서쪽 도시 위슬리에 자리한 RHS 위슬리 정원은 영국 왕립원예협회가 운영하는 정원 다섯 곳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97만㎡에 이르는 이곳에서는 위슬리의 상징인 믹스드 보더, 코티지 가든, 피트 아우돌프 가든까지 다채로운 정원을 만날 수 있다.
RHS 위슬리 정원의 목표는 설립 초기에도, 지금도 세 가지다. 식물 연구와 가드너 양성, 그리고 정원 문화를 널리 알리는 일. 식물의 생육을 실험하고 그 데이터를 다시 정원에 적용하며 원예 과학을 꾸준히 발전시켰고, 이러한 면모 덕분에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정원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다.

트라이얼 가든의 테스트 베드도 정원처럼 꾸몄다. ⓒKyounghwa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도 트라이얼 가든에서는 다년생 초화가 어떤 환경에서 더 잘 자라는지 3년에 걸쳐 관찰하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와일드라이프 가든에서는 물도, 비료도 주지 않으며 더 많은 동물과 곤충이 살아가기 위해 어떤 식물이 필요한지 연구하고 있었다. 오늘날 주목받는 치유 정원의 방향을 제시하는 웰빙 가든은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 서로 다른 종이 어우러진 풍경, 로즈메리와 라벤더의 향, 바람에 스치는 그라스 소리, 천천히 여물어가는 열매의 과육까지. 이렇게 오감을 고루 깨우는 공간이 정원 말고 또 있을까. 인간이 만든 건축물은 쉬이 할 수 없는 일을 자연은 가뿐히 해낸다.
설립 1878년
규모 97만㎡
주소 Wisley Ln, Wisley, Woking GU23 6QB
문의 rhs.org.uk/gardens/wisley
풍경도 작품이 될 수 있다
하우저앤워스 서머싯Hauser & Wirth Somerset

사계절 내내 고루 아름다운 하우저앤워스 서머싯의 아우돌프 정원. ⓒJason ingram
영국 남서부의 소도시 서머싯으로 향하는 길에는 말 그대로 광활한 초록이 끝없이 펼쳐진다. 낙농업과 밀, 보리 재배가 발달한 지역다운 풍경이다. 서머싯 하면 많은 여행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온천 도시 배스나 글래스턴베리 뮤직 페스티벌을 떠올리겠지만, 정원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하우저앤워스 서머싯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된다.

이곳에 첫 식물을 심던 날부터 피트 아우돌프와 함께한 헤드 가드너 마크 덤벨턴Mark Dumbelton이 여전히 정원을 돌보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Jason ingram
하우저앤워스 서머싯은 세계적 갤러리 하우저앤워스가 2014년 서머싯의 작은 마을 브루턴Bruton에 개관한 예술 공간이다. 역사적 장소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온 이들은 2백50년 된 낙농 농장을 다섯 번째 무대로 선택했다. 농장 건물과 헛간, 창고는 세심한 복원을 거쳐 갤러리와 레지던시로 변모했다. 그리고 갤러리 건물을 지나 뒤뜰로 나오면 이곳의 상징인 아우돌프 필드가 등장한다. 설립자 마누엘라Manuela와 아이반 워스Iwan Wirth 부부는 바깥 풍경까지 하나의 작품이 되길 바라며,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에게 정원 설계를 의뢰했다. 아우돌프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자연주의 정원으로 이에 화답했다. 야생화와 그라스가 모여 만들어내는 풍경이 굽은 오르막길을 따라 이어지고, 길 끝에는 올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스밀한 라딕Smiljan Radić의 서펜타인 파빌리온이 자리한다. 아우돌프 필드가 하우저앤워스 서머싯의 상징이라면 갤러리 중정은 숨은 명소다. 회랑 그늘에 앉아 황톳빛 벽돌 벽과 바람에 나부끼는 그라스를 바라보며 잠시 고요한 안식을 누릴 수 있다.
설립 2014년
정원 디자인 피트 아우돌프, 마크 덤벨턴(헤드 가드너)
규모 40만㎡
주소 Durslade Farm, Dropping Ln, Bruton BA10 0NL
문의 hauserwirth.com
도심 속 식물 오아시스
바비칸Barbican

바비칸 컨서버토리. 웹사이트에서 무료 개방 일정에 맞춰 예약하고 방문할 수 있다. ⓒMax Colson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폐허가 된 후 20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던 런던 중심부에 유토피아를 꿈꾸며 세운 바비칸. 건물 구조체는 물론 캐노피와 난간까지 거친 콘크리트로 완성한 이 건축물은 한때 ‘런던에서 가장 흉물스러운 건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브루털리즘 건축의 성지로 사랑받고 있다.
바비칸은 세 개의 고층 빌딩과 7층 규모의 테라스형 건물에 약 2천 가구가 거주하는 바비칸 이스테이트와 콘서트홀·극장·미술관이 있는 복합 문화 예술 공간 바비칸 센터로 이루어진 대규모 주거 단지다. 이 건축물이 정원 여행의 목적지가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2100㎡ 규모의 거대한 실내 온실 바비칸 컨서버토리Barbican Conservatory. 1984년 문을 연 이곳에서는 유리와 철골 지붕 아래 1천5백여 종의 식물이 자란다. 콘크리트 건물을 지형 삼아 자라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정원과 콘크리트, 벽돌의 조화가 아름다운 바비칸 센터의 레이크사이드 테라스. ⓒDion Barrett
두 번째 이유는 자연주의 식재 디자인의 선구자로 알려진 조경가 故 나이절 더넷Nigel Dunnett이 조성한 비치 가든Beech Gardens이다. 그는 2015년 관목과 교목을 중심으로 한 정형적 정원이던 이곳을 초원을 닮은 풍경으로 바꾸어냈다. 생태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자연주의 식재를 기반으로 토심과 미기후에 맞춰 식물 군락을 배치한 정원은 비교적 적은 관리로도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 정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거친 브루털리즘 건축물을 배경으로 초화가 자라나는 모습이 대비를 이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근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설립 1982년
정원 디자인 나이절 더넷(비치 가든), 체임벌린Chamberlin, 파월 앤드 본Powell and Bon(건축, 마스터플랜)
규모 16만㎡
주소 Silk St., London EC2Y 8DS
문의 barbican.org.uk
새로운 정원의 시작
더 뉴트 인 서머싯The Newt in Somerset

울창한 숲속에 홀로 나 있는 산책로를 걸어 입구에 도착하면 드넓은 정원과 레스토랑, 농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정원에 호텔과 레스토랑, 뮤지엄을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 더 뉴트는 지금까지 방문한 장소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원을 감상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하나의 문화이자 상업적 콘텐츠로 확장한 새로운 유형의 공간이다. 〈엘르 데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편집장이던 캐런 루스Karen Roos와 사업가 쿠스 베커Koos Bekker 부부는 2013년 부지를 매입한 후 복원 작업을 거쳐 2019년 더 뉴트를 열었다. 최근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로, 교외의 복합 문화 공간이 정원과 결합해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지 살펴보기 좋은 사례다.
무려 800만㎡에 이르는 방대한 부지에는 농지와 정형식 정원, 과수원, 뮤지엄,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호텔과 스파까지 자리한다.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잠도 잘 수 있는 정원 타운인 셈. 더 뉴트의 핵심이 정원인 것은 본래 이곳에 영국을 대표하는 정원가 페넬러피 홉하우스Penelope Hobhouse가 조성한 정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원이라는 아이덴티티는 더 뉴트를 여느 복합 문화 공간과 구별하는 힘이 된다. 더 뉴트는 스스로를 ‘정원이 있는 호텔’이 아니라 ‘호텔이 있는 정원’이라 소개하며, 감상하는 정원 대신 실제로 기능하는 정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멤버십을 기반으로 운영하지만,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야생의 풍경을 그대로 구현한 정원을 산책하고, 수확한 사과로 만든 발효주를 맛보며, 농장의 작물로 요리한 음식을 먹는 경험, 더 뉴트의 식물에 뿌리를 둔 스파의 보태니컬 트리트먼트까지 그야말로 정원으로 꽉 찬 하루를 보내게 될 것.
설립 2019년
정원 디자인 파트리스 타라벨라Patrice Taravella
규모 약 800만㎡
주소 Hadspen, A359, Bruton BA7 7NG
문의 thenewtinsomerset.com
Interview
프로그램 헤드Head of Programmes 아서 콜Arthur Cole
더 뉴트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소개해달라. 이곳의 모든 활동은 장소의 이야기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유리공예는 흥미롭지만 지역과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드라이 스톤 월(시멘트를 쓰지 않고 돌을 쌓는 방식으로 만드는 고대 농업용 담장)을 만드는 것은 이 지역 문화의 일부다. 그래서 우리는 담장 쌓기 수업을 운영한다. 1년 내내 예약이 가득 찰 만큼 인기가 많다. 자신만의 담장을 만들고 싶거나 평소와 다른 일을 경험하려는 이들이 이 수업을 찾는다. 또 하나는 정원과 주방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더 뉴트에서는 정원사와 셰프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정원사가 기르는 채소와 과일의 품종을 설명하고, 셰프는 수확한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참가자들은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한 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사이더cider와 함께 맛본다. 무엇을 어떻게 기르고, 그것을 어떻게 요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영감을 얻어 돌아가게 된다.
더 뉴트를 찾은 사람들이 어떤 감각을 얻길 바라나?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천한다면. 장소와 연결되는 감각.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이 속한 공간을 느끼고, 이 장소와 관계맺는 기분 말이다. 주변의 곤충과 새소리, 바람의 온도, 햇빛을 몸소 느끼는 순간은 우리 내면의 무언가를 열어준다. 그리고 그 감각은 이후에도 평생 간직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가이드가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 연결은 결국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새벽 산책이나 해 질 녘 산책을 권하고 싶다. 참가자들은 문 닫힌 정원을 걸으며, 낮에는 보이지 않던 것을 발견한다. 해 질 무렵에는 박쥐나 오소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사슴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새벽 산책에서는 떠오르는 해의 모습에 매료되어 모두가 자연스럽게 침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시즌 티켓을 구입한 이들은 1년 내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정원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단순한 경험이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더 가까워지게 만든다.
영국 정원의 미래
서지 힐 프로젝트Serge Hill Project

2천5백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플랜트 라이브러리. ⓒQian Zhang
이번 여행에서 가장 방문하기 어려웠던 곳이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곳. 서지 힐은 조경가 톰 스튜어트 스미스Tom Stuart Smith와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치료사로 치유 정원을 가꾸는 아내 수 스튜어트 스미스Sue Stuart Smith의 집, 디자인 스튜디오, 플랜트 라이브러리, 정원이 함께 있는 장소다. 톰 스튜어트 스미스는 RHS 브리지워터 정원의 마스터플랜을 비롯해 윈저성 주빌리 가든, 채스워스 가든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작업해온 영국의 대표 조경가이자 정원 디자이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대영제국 훈장 OBE를 받기도 했다.

톰과 수 부부의 집과 정원이 있는 더 반 가든 The Barn Garden. ⓒAndrew Lawson
서지 힐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1926년부터 톰의 가족이 살아온 집과 정원으로, 지금은 톰의 여동생 케이트가 가꾸고 있다. 더 반 가든은 톰과 수 부부의 집과 디자인 스튜디오가 자리한다. 그리고 커뮤니티 정원인 서지 힐 프로젝트가 있다. 서지 힐에서는 정원을 곁에 두고 사는 영국인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톰과 수 부부는 집보다 훨씬 넓은 정원을 가꾸며 살고, 여름이면 연못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긴다. 텃밭의 작물은 직원들의 점심 식재료로 쓰고, 플랜트 라이브러리에서 키우는 2천5백여 종의 다년생식물은 직원들의 참고 자료이자 함께 일하는 지역 너서리nursery의 자원이 된다. 이처럼 서지 힐 프로젝트의 정원은 그들 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나누는 활동으로 확장된다. 이곳에는 지역 학교 학생들과 주거 취약 계층, 회복 중인 환자들, 수감 생활 이후 삶을 다시 세워가는 이들을 위한 정원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정원의 중심에 자리한 애플 하우스에서는 정원 투어와 치유 정원 워크숍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열린다. 지역의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는 서지 힐은 정원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소이자, 앞으로 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다.
설립 2023년
정원 디자인 톰 스튜어트 스미스, 밀리 수터Millie Souter(헤드 가드너)
규모 약 4천㎡ (서지 힐 프로젝트)
주소 Serge Hill Project, The Apple House, Featherbed Ln, Abbots Langley WD5 0RZ
문의 sergehillproject.co.uk
정원 기행을 더욱 특별하게 완성해준 전문 도슨트와 어드바이저
멘토 이진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만큼 누구와 가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 말에 아주 공감하게 해준 이번 정원 기행의 일등 공신. 정원 디자이너로서 쌓은 지식과 영국에서 거주한 경험을 고루 발휘해 정원과 건축, 인문, 문화 전반을 넘나들며 ‘알쓸신잡’ 같은 풍성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정원을 소개할 때마다 고스란히 전해지던 식물과 정원을 향한 그의 애정이다. “이 꽃 정말 예쁘지 않나요? 이런 식재는 너무 아름답네요” 같은 말들로 누구보다 먼저 정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아낌없이 기쁨을 나눠준 덕분에 독자들의 정원 사랑이 한층 깊어졌다. @jin.lee854_
식물 가이드 김경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언제 어디서나 식물의 이름과 특징을 막힘없이 들려주던 찍박골정원 김경희 대표. ‘한국의 시싱허스트’를 꿈꾸며 오랫동안 정원을 가꾸고, 〈행복〉과의 정원 클래스를 비롯해 다양한 정원 수업을 진행해온 경험이 담긴 설명 덕분에 방대한 식물 정보를 쉽고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에게 식물의 생육과 정원 가꾸기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건네며 여행을 더욱 알차게 만들어주었다. @jjikbakgol_garden
어드바이저 민병호 영국을 거점으로 20여 년간 전문 의전 행사와 관련 서비스를 수행해온 블루포인트 커뮤니케이션 민병호 대표. 교통편과 숙박, 식사와 관련해 여러 지원과 조언을 제공해주었다. bluepointmin@gmail.com
Interview
정원 디자이너 톰 스튜어트 스미스
서지 힐 프로젝트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고, 스물일곱 살에 돌아왔다. 그때부터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금처럼 사람들이 찾아오는 정원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자라서 집을 떠난 뒤에야 문득 깨달았다. 이렇게 큰 정원을 만들었는데, 정작 그 공간을 채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그 무렵 아내 수가 〈정원의 쓸모〉라는 책을 썼다. 우리는 런던의 스튜디오를 이곳으로 옮기고, 책에서 이야기한 사회적 프로젝트를 결합해 정원의 혜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지금의 서지 힐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했다.
현재 서지 힐 프로젝트는 어떤 공간으로 이루어졌나. 이곳은 단체 방문객에게 입장료를 받고 개방하며, 수익은 모두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쓴다.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중 플랜트 라이브러리는 학생들과 직원을 위한 참고 자료이자 살아 있는 식물 카탈로그다. 생물 다양성 또한 놀라울 만큼 풍부하다. 최근 조사에서는 4백95종 이상의 무척추동물과 29종의 조류, 13종의 포유류가 확인되었는데, 그중에는 9종의 박쥐도 포함되어 있다. 플랜트 라이브러리 옆의 애플 하우스에서는 정원 투어, 치유적 가드닝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이곳을 찾는 모든 이를 환대하는 집과 같은 공간이다.
서지 힐을 찾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감각 혹은 감정이 있다면. 자유로움과 평온함. ‘어더니스otherness’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생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이 속한 세계 밖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을 뜻한다. 훌륭한 정원은 마치 스스로 살아 있는 듯한 성질을 지니며 이러한 감각을 일으킨다. 많은 사람이 정원을 만들 때 저쿠지나 바비큐 시설을 놓고 그 옆에 식물을 한 줄 심는다. 그런 정원은 그 안에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내가 관심을 갖는 정원은 그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세계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마치 자연 속의 동물처럼 그 세계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