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이 파도처럼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전시장 길목에 마을이 하나 들어섰다. 김민지·김예진·김주암·박근하·양유완·최희승 인플루언서 6인의 취향이 담긴 집과 제철 식재료로 꾸린 오뚜기의 팜 키친, 카페 한남작업실이 모여 탄생한 <행복> 빌리지. 그 가옥들 사이로 도란도란 피어나온 마을의 풍경들.
“집은 익숙하면서도 유니크한 영감의 장소” _ 무제움 김예진 대표

무제움 김예진 대표, 루밍 박근하 대표, 패션 스타일리스트 최희승의 취향이 담긴 리빙룸. 다채로운 조형과 물성이 ‘취향’이라는 지붕 아래 모였다. 이곳에서 가구와 가전은 단순히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에너지와 영감 및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차가운 스틸 소재를 그물망 형태로 유연하게 엮어 강렬한 조형미를 보여주는 해리 버토이아의 체어 애시머트릭 셰즈, 로베르트 하우스만의 플로어 램프, 기하학 패턴이 인상적인 무제움의 러그, 무제움과 양유완 작가의 협업으로 완성한 한 점의 조형 작품 같은 테이블은 모두 무제움 김예진 대표의 소장품. 오른쪽 행어는 프리츠한센의 코트 트리로 루밍 박근하 대표의 소장품. 행어에 걸린 재킷은 패션 스타일리스트 최희승의 소장품. 소파 세 점은 알로소의 사티 컬렉션, 왼쪽 공기청정기는 다이슨의 허쉬젯 컴팩트 공기청정기. 그 옆의 아톰 오브제는 허명욱 작가의 작품.
“나의 이야기가 다정하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곳, 나의 집” _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민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민지의 소장품과 공예가 양유완이 직접 고른 자신의 작업이 어우러진 주방. 친구들이 만들어준 컵, 마음에 들어 구입한 작품,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만의 이야기를 품은 물건들. 그 다정한 조각들이 차곡차곡 쌓인 집에서 우리는 조금 더 나 자신으로 존재할 힘을 얻는다.
싱크대 위 다이닝 신은 김민지 디렉터가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이 모여 있을 때의 따뜻한 장면’을 상상하며 직접 연출했다. 벽에 걸린 페인팅과 싱크대 위 도자 그릇은 이나영 작가의 작품으로 김민지 디렉터의 소장품. 꽃은 박지나 작가의 작품. 오른쪽 선반은 무제움의 레이어드 스틸로 김예진 대표의 소장품. 벨 글라스, 와인 칠러 등 투명한 물성과 색감이 조화를 이루는 유리 오브제는 양유완 작가의 작품이자 소장품. 소스와 하얀 접시는 모두 오뚜기. 싱크대는 백조씽크의 라운드 5T 가구장, 의자는 부가부의 부가부 지라프 하이체어.
“계절의 움직임을 감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 _ 조경 디자이너 김주암

조경 디자이너 김주암이 겨울의 흔적을 안고 서서히 피어나는 봄의 움직임을 표현한 정원 ‘봄의 순간’. 묵은 잎과 가지들, 새로 돋아나는 싹이 공존하는 지금 계절 속 ‘순환’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공간을 나누는 경계가 되기도, 집 풍경의 일부가 되기도, 그 자체로 오브제가 되기도 하는 정원의 모습에서 무엇이든 품어주고 이어주는 자연의 힘이 느껴진다. 그라스 사이로 초봄의 구근식물이 깨어나듯이 몸을 일으키는 듯한 풍경을 담은 조경 디자이너 김주암의 정원. 정원에 놓인 제품은 디어드라세나의 헤어&보디 라인, 아로마 롤온. 정원 바깥의 바닥은 유앤어스의 녹수 LVT 바닥재.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감각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_ 공예가 양유완

공예가 양유완, 루밍 박근하 대표, 패션 스타일리스트 최희승, 무제움 김예진 대표의 소장품이 모인 침실 겸 서재. 당대의 거장들이 궁극의 디자인을 위해 몰입한 시간까지 함께 담긴 가구와 조명, 아름다운 사물의 힘으로 채운 공간이다. 여기에 빛과 그림자, 온도, 향, 대화와 음악이 더해지면서 ‘나의 집’의 감각을 완성한다. 오른쪽에 실루엣처럼 자리한 의자는 가에타노 페셰의 빅 마마 체어. 가운데 무제움의 스트라타 셸프는 김예진 대표의 소장품. 선반 위 책은 스타일리스트 최희승의 소장품. 물방울 문진과 보틀 등 유리 오브제는 양유완 작가의 작품이자 소장품. 책 위 붉은 말은 양유완 작가가 붉은 말의 해를 기념하며 특별히 만든 반려 오브제. 오른쪽의 스피커는 발롱드파리의 오브젝트 6, 벽에 걸린 호랑이 무늬의 하얀 이불은 함창명주1481의 호작도 누빔이불, 천장에 늘어뜨린 패브릭은 함창명주1481의 한지 천. 왼쪽 의자는 베이셀의 뉴트렌디 하이, 조명은 야마기와의 탈리에신 2, 침대는 N32의 N32 모션 베드, 왼쪽의 가전은 다이슨의 스팟앤스크럽 Ai 로봇 청소기와 허쉬젯 컴팩트 공기청정기.
“텃밭 한쪽, 나만의 노란 부엌”

요리에 담긴 추억과 이야기까지 길어 올리는 오뚜기의 야외 팜 키친 옐로우 아틀리에. 말린 시래기와 마늘 다발, 곶감 등 제철 재료가 계절의 정서를 물씬 풍기는 옐로우 아틀리에에는 절기에 맞춘 오뚜기 식품과 함께 스스로를 돌보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제철 식재료로 채운 팬트리와 생활감 넘치는 조리 도구, 오뚜기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옐로우 아틀리에. 절기 달력 굿즈, 봄 소풍 도시락을 쌀 때 유용한 미니 케첩과 마요네즈 등 깨알 같은 소품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한남작업실에서는 오뚜기의 퀵모닝 에그 샐러드와 딸기 잼, 오월의 종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와 시그너처 메뉴인 애플 시나몬 티를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사람의 기척이 머무는 자리
디지털 세계에서 더 긴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이 소통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땅 위에 발 붙이고 사는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기척을 느낄 때 더 단단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다. <행복> 또한 사람만이 만들어내고 또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기척’에 시선을 기울였다. 그간 지면에서 소개한 인플루언서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함께 지은 집 ‘웰컴 투 마이 홈’, 텃밭 한쪽 나만의 부엌을 콘셉트로 탄생한 오뚜기의 옐로우 아틀리에, 그리고 자연이 곳곳에 스며든 카페 한남작업실. 가옥 세 채가 들어서고 그 사이로 자연스레 길과 마당이 생기며 완성된 〈행복〉 빌리지에 5일 동안 수많은 관람객의 기척이 모여들었다.
빌리지 설계를 맡은 이건축연구소 이성란 소장은 유기적으로 형성되는 마을의 모습을 떠올리며 공간을 디자인했다. “AI가 건드리지 못하는 본능적인 정서는 타인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일입니다. 이번 작업은 그로부터 탄생하는 마을의 형태를 모티프로 했어요. 실제 집의 스케일로 구현한 ‘웰컴 투 마이 홈’에서는 내 집처럼 앉거나 누워보는 행위, 손에 닿는 질감, 코끝을 스치는 향으로 공간을 향유합니다. 집 밖으로 나오면 나무 그늘이나 평상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 공간이 있고요. 오뚜기의 옐로우 아틀리에는 시골에 가면 하나씩 있는 동네 사랑방 같기도, 셸터 같기도 하던 이것저것 다 파는 잡화점을 생각하며 구현했습니다. 샛노란 팜 키친에 식물이 하나씩 자리하고, 사람들이 모여들며 정말 마을 같은 풍경이 완성되었습니다.”
관람객은 집 구경, 먹을거리 구경, 사람 구경을 하며 <행복> 빌리지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즐겼다. ‘웰컴 투 마이 홈’에서는 인플루언서의 취향을 참조점 삼아 각자의 집을 상상해보고, 카페 마당에는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면이 펼쳐졌다. 옐로우 아틀리에에서는 제철 식재료와 이들의 정취를 품은 오뚜기의 식품, 조리 도구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이 계절의 음식을 떠올렸다. “‘제철 코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제철 음식을 즐기는 요즘 트렌드의 바탕에는 결국 ‘지금’을 놓치지 않고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오뚜기가 그런 마음을 식탁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길 바라며, 지금 계절의 맛과 정서를 한눈에 보여주는 야외 키친을 준비했습니다.”
프로젝트 파트너인 오뚜기 BX실의 바람에 응답하듯 관람객은 제철의 맛을 담은 식품에 큰 관심을 보였고, 어린 시절 계절마다 먹던 음식을 떠올리며 옛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놀이터에서 정신없이 놀다 보면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여기저기서 음식 냄새가 흘러나오며 저녁이 되었음을 알리던 동네의 기억. 누군가에게는 실제로 있었고 누군가는 이야기로만 들은 장면일 테지만,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그런 풍경을 닮은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