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와 반바지, 러닝화만 있으면 어디서든 뛸 수 있다는 단출함이 달리기의 매력이라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좀 뛴다는 러너는 어떤 아이템을 착용할까? 자신만의 주로를 달리는 4인의 패션을 들여다봤다.
건축가 구중정

당신에게 러닝은 취미이자 운동이며, 외면하던 걸 되새겨보는 시간. 일상을 핑계 삼아 미뤄놓은 고민도 달리다 보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그리고 건축 답사 수단.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 2012년부터 혼자 집 앞을 종종 달렸다.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건 2016년도 말. 건축사 시험을 준비하며 망가진 몸을 추스르고자 시작한 달리기를 지금까지 가늘고 길게 이어가는 중이다.
러닝복 고르는 기준 쾌적함과 편안함을 주는 촉감. 그리고 가성비.
달릴 때 멋을 추구할 필요가 있을지 1980~1990년대 초 축구화는 검은색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게 거의 전부였다. 이후 데이비드 베컴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화려한 디자인의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에 섰는데, 그 모습에 마음이 일렁였다. 마찬가지다. 멋지게 입고 달려서 나쁠 건 없지 않나.
러닝 패션이 러닝의 동력이 되는지 새 필기구와 노트를 사면 뭐라도 끄적이게 되듯 러닝 패션 아이템도 달리기를 더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돼준다.
러닝복 입고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커피 한잔하고 식당도 갈 수 있다. 백화점이나 편집숍도.
달리기 전 가장 먼저 하는 일 코스와 날씨를 확인한다. 거리에 따라 옷의 레이어링, 필요한 장비가 달라지기 때문.
요즘 가장 자주 쓰는 아이템은 러닝 벨트. 여벌 옷, 지갑, 휴대전화 등을 소지하기에 용이하다. 또 하나의 손이 돼주는 아이템.
러닝을 통한 변화 건축가로 살면 종종 도시 곳곳을 답사해야 하는데, 과거에는 걸어서 했다면 이제는 달리면서 도시 전반을 파악하는 습관이 생겼다.
멋지게 달린다는 것 어느 누구와 경쟁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와 방향, 스타일로 달리기.
러닝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아이템 GPS 워치. 러너에게 시계는 자신의 러닝을 기록하고 리뷰하는 동기부여 아이템이자 일종의 일기장이다.
추천 러닝 코스
덕수궁에서 시작해 홍난파가옥, 사직근린공원, 인왕산로를 따라 창의문까지 이어지는 구간. 도시와 자연, 포장길과 비포장길을 교차로 경험할 수 있다. 약 5km.
플로리스트 이유진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 친구 따라 강남 대신 러닝 크루 가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며 함께 뛰는 시간이 생각보다 즐거웠다. 혼자는 물론,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돼
지금까지 달리고 있다. 현재 러닝 크루 88서울(@eightyeightyseoul) 멤버로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8분, 서울 곳곳을 달린다.
러닝을 만나 변화한 것 삶의 태도. ‘빨리’보다 ‘꾸준하게’가 더 중요하다는 걸 러닝을 통해 배웠다.
러닝복 고르는 기준 핏. 몸에 자연스럽게 떨어지는지, 달릴 때 실루엣은 어떻게 보일지 숙고하는 편이다.
러닝 패션은 소비인가 투자인가 투자. 여러 러닝화 및 러닝웨어를 직접 경험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고, 그걸 발견하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그게 결국 러닝을 더 오래, 더 즐겁게 이어가게 해준다.
러닝복을 입고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요즘의 러닝복은 일상복과의 경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달리고 카페에 가는 건 물론, 공연장이나 결혼식장도 갈 수 있다.
가장 아끼는 러닝 아이템 새티스파이의 클라우드 메리노 비니. 어떤 룩에 착용해도 자연스레 분위기가 산다. 가볍고 편해서 러닝은 물론, 일상에서도 자주 찾게 된다. 요즘 내 스타일을 완성해주는 마침표다.
달리기와 멋의 상관관계 멋이란 게 꼭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일지’만을 위한 건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준비하는 과정 또한 멋. 착용하고 싶은 아이템을 발견하고 어떻게 매치할지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또다시 밖으로 나가 달리고 싶어진다.
추천 러닝 코스
녹사평역에서 출발해 잠수교를 왕복하는 코스. 한강을 따라 시원하게 달리다가 잠수교에서 녹사평역으로 돌아오는 구간에 업힐이 있어 훈련이 된다. 편하게 달리다 단단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코스. 약 10km.
mtl, 보난자커피 코리아 대표 우상규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 2023년, 일에 치여 몸도 마음도 무너지던 때 지인의 권유로 매일 아침 여의도공원을 달렸다. 해냈다는 성취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러닝복 고르는 기준 잦은 세탁과 건조에도 쉽게 망가지지 않는 만듦새.
달리기 전 먼저 하는 생각 그날의 컨디션. 거기에 맞춰 목적지 및 거리, 페이스를 설정한다.
달릴 때 멋이 중요한지 물론이다. 새로운 브랜드나 멋진 장비를 보면 잘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것이 좀 더 열심히 달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러닝복을 입고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카페에 가는 건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mtl 효창과 한남에서도 다양한 러닝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자주 쓰는 러닝 아이템 레드랜서 MH10. 주로 새벽에 달리다 보니 헤드 랜턴을 자주 쓰는 편인데, 불빛도 밝고 착용감도 좋아 애용하고 있다. 또 하나는 옵티미스틱 러너스의 벨트. 간편하면서도 멋스러워 계절에 상관없이 사용한다.
당신에게 러닝은 취미이자 운동,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 내게 있어 달리기는 정적 생각이나 잡념을 내보내고, 좋은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명상이자 한계에 도전하는 시간.
멋지게 달리는 것 꾸준함. 매일매일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러너 모습이라 생각한다.
추천 러닝 코스
mtl 한남에서 출발해 남산 팔각정을 찍고 돌아오는 왕복 코스. 남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의 경사도가 가파른 편이라 꽤 훈련이 된다. 약 5km.
편집숍 웨어에버 대표 김기은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 나이키와 언더커버가 협업해 출시한 갸쿠소우GAKUSOU 제품 및 캠페인에 반했다. 거기에 매료돼 10꼬르소꼬모에서 티셔츠와 바지를 산 뒤 양재천으로 향했다.
달리기 전 가장 먼저 하는 생각 오늘은 어디로 갈까.
러닝을 통한 변화 체력 증진. 체력이 좋아지니 일을 해도 같은 시간 내 집중력이 올라가더라. 자연스레 과정도, 결과의 퀄리티도 좋아졌다.
러닝복 고르는 기준 달리는 환경과 거리에 잘 맞는 기능을 갖추었는지, 달릴 때 거슬리는 요소가 없는지 살핀다.
기능성과 멋 중 하나를 고르면 기능성. 멋있다고 ‘잘’ 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운동할 때 멋을 고려하는지 멋을 고민한 적은 없다. 그보다는 ‘남들과 다르게’ 달리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러닝복을 입고 어디까지 갈 수 있나 기성복 시장은 전쟁을 통한 대량생산 시스템의 등장으로 탄생했다. 스포츠웨어도 군복에서 영향받은 영역 중 하나다. 고로 다양한 스포츠 의류가 일상에 스며든 건 갑자기 생긴 현상은 아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어디든(wherever) 갈 수 있을 것 같다.
러닝 열풍에 대한 생각 내겐 생경하지 않다. 달리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스포츠 중 하나다. 러닝을 선점하는 브랜드가 스포츠 업계를 이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포츠웨어에서 러닝은 늘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많은 사람이 달리면 서로 건강해지고 좋다.
산 달리기의 매력 지루할 틈 없이 달릴 수 있다. 가파른 오르막은 걸어서, 평지나 내리막은 달리면 자연의 경이로움과 동시에 자연 속 나라는 존재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 국토의 70%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 달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있을까.
추천 러닝 코스
부암동 웨어에버에서 출발해 인왕산 범바위 정상을 지나 기차바위, 홍지문을 찍고 웨어에버로 돌아오는 코스. 도심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달릴 수 있다. 거리는 6.5km, 획득 고도 35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