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공예트렌드페어 문화도시 통영관.
2025년 통영이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통영은 ‘예술의 가치를 더하다, 크리에이티브 통영’이라는 비전 아래 앞으로 3년간 음악 창의도시2.0, 통영 12크래프트, 100개의 예술 여행을 세 축으로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한다. 그중에서도 장인의 묵직한 손길과 디자이너의 예리한 시선이 만난 프리미엄 브랜드 ‘통영메이드’ 상품 개발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통영의 공예는 오래전부터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통했다. 살림의 호사를 아는 규중 여인들이 통영 자개를 소망했을 만큼 귀한 규방 물품으로 자리 잡았고, 통영 소목 가구는 선비들이 계契를 해서 마련할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격조 있는 집안이라면 누구나 갖추고 싶어 하던 물건이었으니, 오늘날의 럭셔리 브랜드에 견줄 만큼 높은 위상을 누린 셈이다. 통영메이드는 이 전통을 오늘의 생활 방식에 맞게 현대화하고, 용도와 형태를 새로 제안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이를 위해 통영에서 활발히 작업 중인 나전·누비 장인 8인과 제품 개발 및 유통 경험이 풍부한 디자이너 3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나전 분야에는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보유자 박재성·장철영 선생을 비롯한 김규수·김성안 장인이 누비 분야에는 박진숙·박희진·이유영·조성연 장인이 참여해 각자의 ‘업業’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여기에 김주일·김현지·길우경 디자이너가 합류해 현대적 미감을 보탰고, 그 결과 총 26종의 결과물이 탄생했다. 장인은 시간을 축적해온 손의 언어로 작업의 깊이를 더하고, 디자이너는 동시대 감각으로 공예의 확장 가능성을 짚어나갔다.
나전 분야의 협업을 주도한 김주일 디자이너는 이번 프로젝트를 ‘전통 나전과 현대의 재조합’으로 정의한다. 그는 패턴을 융합해 전통 문양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장인의 섬세한 손길에서 태어난 문양과 색채가 전통 문화유산의 고유한 숨결을 담고, 통영 나전이 오늘의 일상과 다시 소통하는 매개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통영 바다에서 비롯된 빛이 동시대의 삶을 비추는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작업은 미감에만 머물지 않았다. 물건의 본질인 ‘쓰임’을 끝까지 붙들고, 완성도와 내구성을 함께 점검했다. 길우경 디자이너와 협업한 누비 분야의 조성연 장인은 기술적 자부심과 실용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자신의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차례 샘플을 제작하며 디자인 의도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을 택했다. 형태의 완결성뿐 아니라 사용 중 쉽게 해지지 않도록 이음매와 마감까지 세심하게 다듬었다.
사업을 추진한 (재)통영문화재단 통영문화도시센터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통영 공예가 과거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삶 속으로 더 깊이 들어오며 미래로 확장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통영의 누비와 나전, 그리고 디자이너의 감각이 한 화면에서 만났다. 오래된 기술이지만 여전히 현재형이다.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보유자 박재성의 매화문 사각함과 명함함.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보유자 장철영의 윤슬 필함.

김규수 장인의 국화문 명함함.

김성안 장인의 삼각도형 팔각함.

박진숙 장인의 노을숨 누비 셰이커 박스.

박희진 장인의 조선 왕실 도배지 패턴의 자수 베갯모 목베개.

이유영 장인의 해 번짐 덧신.

조성연 장인의 해 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