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택 미술평론가이자 대학교수.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뉴욕 퀸스 미술관에서 큐레이터 연수를 마쳤다. 1990년부터 1997년까지 금호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991년 미술평론을 시작해 전시 리뷰와 서문, 신문 칼럼 등을 썼고 50여 편의 전시를 기획했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경기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술평론가이자 앤티크 수집가로 잘 알려진 박영택 경기대 교수가 8월 8일부터 22일까지 이길이구갤러리에서 세 번째 소장품 전시 <취향심향Ⅲ>을 연다. “토기, 옹기 등 고미술품을 주로 선보이던 이전 전시에 비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그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고미술품과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배치해 그동안 아끼고 소중히 간직해온 것들을 고루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해요.”
박영택 교수에게 수집은 일상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책, 문구류 등 마음이 가고 생각이 머무는 물건은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곁에 간직해왔다. 고미술품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 년 전. 우연히 들른 작가의 작업실에서 마주한 토기 잔에 마음을 빼앗겼고, 본격적으로 찾고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는 가야 시대 토기 잔, 옹기, 떡살을 중심으로 다양한 민속품과 고미술품을 수집하고 있다. “토기 특유의 소박함과 자연스러움, 담백한 선과 거친 표면 등이 매력적입니다. 특히 가야 시대 토기 잔은 조형적으로 매우 뛰어나요. 이 시기 잔의 가장 큰 특징이 손잡이인데, 새나 뿔을 형상화한 감각이 특별합니다. 1500여 년 전에 제작한 것들인데 동시대 작품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단순하면서도 모던하죠.”
10평 남짓한 연구실은 큐레이터로 시작해 미술평론가로 이름을 알리고 골동품 수집가로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족적을 쌓아가고 있는 박영택 교수가 30여 년간 쌓아온 방대한 지적 탐구의 궤적 그 자체다. 연구실 앞 복도에는 전국에서 수집한 거대한 옹기 여러 개가 곳곳에 놓여 있고, 내부로 들어서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이 빼곡한 책장이 가득하다.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공간을 거쳐 안으로 깊숙이 들어서면 토기, 떡살, 민속품, 문구류 등 그의 안목과 취향이 담긴 수집품의 향연이 펼쳐진다. “수집은 열정이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다만 ‘양’에 의존하기보다는 ‘질’을 판단할 수 있는 심미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목을 높이려면 좋은 것을 자꾸 보고 접해야 해요.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최고의 예술품을 전시하는 곳에 자주 들러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왜 이 작품이 훌륭한 것인지’, ‘형태와 색감이 어떤지’를 생각하며 보면 훨씬 효과적일 거예요.” “수집은 과거와 오늘을 연결하는 ‘의미심장한 그 무엇’이자 ‘공부의 연장이고, 안목을 기르는 훈련이면서 재미있고 도전해볼 만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 말하는 박영택 교수의 안목과 취향을 대변하는 5가지 아이템을 소개한다.
옹기
흙으로 빚은 옹기가 지닌 균형미와 비례감, 투박하고 거친 표면을 좋아한다. 전통 기법으로 빚어 구워낸 것으로 제작한 지 100여 년 이상 된 막걸리 옹기로 추정된다. 고졸한 멋이 일품이다.
직선무늬 떡살
떡에 문양을 내기 위한 도구, 떡살. 십장생, 태극, 꽃 등 무늬 종류가 다양한데, 그중 일정한 간격으로 평행하게 선을 새긴 직선무늬 떡살의 매력에 빠져 꾸준히 모으고 있다. 필사를 하면 단색화를 연상시키는 모던한 무늬가 새겨진다.
가야 시대 토기
손잡이가 양쪽에 있고 똑같이 새 조각이 달려 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최근 수집한 것 중 하나로 가야 시대의 뛰어난 조형미가 집약돼 특별하게 여기고 있다.
추사의 글씨
‘향을 사르는 작은 서재’라는 의미의 글씨 ‘분향소재焚香小齋’는 추사가 말년에 과천에서 살 때 쓴 글을 탁본한 것으로 오래전부터 연구실에 걸어두고 매일 감상하고 있다. 수많은 책과 물건이 켜켜이 쌓여 있는 작은 서재에 잘 어울리는 글씨인 듯하다.
벅수
진도에서 수집한 벅수.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던 돌 장승으로 얼핏 투박해 보이면서도 편안함을 주는 표정과 인상이 독특하다. 조각 작품 같은 단순한 조형미가 매력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