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진화를 거듭한 가구는 시대와 기술을 압축해놓은 산물이다. 최근 열린 국내외 전시를 통해 가구 디자인의 어제와 오늘을 조망한다.
©Alexandre Tabaste
그리스 건축과 르코르뷔지에에게 영감받은 대리석 가구 컬렉션
파리 디자인 위크를 맞이해 디자이너 앙토니 게레Anthony Guerrée가 엠 에디시옹M Éditions과 협업해 9월 대리석 가구 컬렉션 ‘프레그먼트’를 발표했다. 그리스 건축양식과 르코르뷔지에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은 이례적으로 메종 라 로슈Maison La Roche에서의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 르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레Pierre Jeanneret가 디자인한 메종 라 로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외부 전시를 치른 적이 없어 파리 시민들까지 이번 전시를 특별하게 여긴다. 파편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 프래그먼트로 이름을 정한 이유는 작품을 대리석 유통 회사에서 사용하고 남은 조각으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칼 라거펠트의 욕실에 사용된 대리석으로 비누 트레이를, 생로랑 매장에 사용된 블랙 대리석은 스툴용으로 사용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롭다. 대형 사이즈나 다량의 동일한 제품 제작은 불가능하지만 합리적인 자원 사용이라는 환경친화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의미 있다. anthony-guerree.com, meditions.com, fondationlecorbusier.fr
실험적인 의자 디자인의 현재, 〈스펙트럼 오브 시팅〉전
기간 9월 2일~10월 2일
장소 DDP 1층 디자인 갤러리
국내 디자이너 27명이 다채로운 소재와 형태로 만든 의자를 전시했다. 송봉규 BKID 대표, 양정모 양정모스튜디오 대표, 소동호 산림조형 대표가 큐레이터로 참여해 다양한 작품을 소개했다. 마스크를 녹여 만든 김하늘, 좌판을 아예 없앤 초곡리, 플라스틱 폐기물을 녹여 만드는 강영민 등 의자 자체보다 앉는 행위에 집중한 작가들의 라인업이 눈길을 끈다. 또 이화주, 류종대, 김지선 등 디자인·공예 분야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이 총출동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은 의자를 선보였다. 재활용 가능한 종이를 말아 만든 지관을 사용한 지속 가능한 전시 디자인도 돋보였다.
에토레 소트사스의 유산, 〈휴머니즘 & 유머니즘〉전
기간 8월 26일~10월 19일
장소 더 페이지 갤러리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을 이끈 멤피스의 구루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개인전. 2000년대 작품부터 1960년대 작품으로 전시 순서에 따라 시간을 역행하는 구성이 특징이다. 순서상 조형적으로 거대한 오브제에서 점차 장식적이고 다채로운 인상의 오브제를 마주하게 되면서 거대한 스케일과 디테일을 동시에 다루는 거장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밝은 컬러와 플라스틱 등 인공 재료를 활용한 작품이 유명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고급 목재를 사용한 캐비닛 등 1960년대 그의 초기 작품 위주로 소개한다. 전시 공간을 잇는 통로에 파티션을 일종의 문처럼 배치해 가구의 디테일을 감상하며 공간을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